싱크홀부터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서바이벌 가이드

2014.08.22
각자도생. 지난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스스로 재난 컨트롤 타워임을 부정한 정부 앞에서 국민이 배운 것이라곤 자기 안전은 자기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씁쓸한 깨달음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서 싱크홀이 생겨나도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국내외가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공포에 떨지만 보건당국이 위험지역 방문자를 놓친 지금 역시 그러하다. 재난 전문가들의 재난시대니, 생존이니 하는 말들이 호들갑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에겐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보다는 재난에 대한 대비와 대처 요령이 필요해 보인다. 당장 우리를 맥가이버로 만들어주진 않더라도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를 위협으로부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바이벌 가이드를 준비해보았다.


1. 싱크홀
멀쩡해 보이던 도로에 구멍이 뻥 뚫렸다. 얼마 전 잠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싱크홀 현상이다. 제2 롯데월드 이슈와 서울 한복판이라는 것 때문에 큰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 2012년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지반이 무너지면서 잠실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깊은 싱크홀이 발생한 바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역시 싱크홀로부터 안전하진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싱크홀은 땅속의 균열을 채워주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지하수의 흐름을 무시한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벌어지는 곳 모두는 잠재적인 싱크홀 위험지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도시는 생각만큼 안전하지 않다.

- 준비 태세
① 지하철 공사 현장을 조심하라
앞서 말했듯 무분별한 도시 개발은 지하수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 싱크홀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어느 지점에서 지반을 건드리는 공사를 하고 있는지 정도는 체크해두도록 하자.

② 플래시를 준비하자
싱크홀은 우선 발생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고, 발생하더라도 빠지지 않는 것이 두 번째지만, 혹여 빠지게 됐을 때를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도구는 플래시다. 2010년 과테말라에서 생긴 20층 건물 높이의 싱크홀은 너무 깊어서 어두운 심연과도 같았다. 빨려 들어간 순간 이미 목숨을 보장하기 어렵지만 다행히 살아남는다면 플래시는 어두운 공간에서 사태를 파악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에 플래시 어플리케이션을 미리 깔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 재난 대처
① 카톡 조심
지난 2012년 중국에서는 길을 걷던 사람이 인도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공사 현장에 미리 차단막을 세워뒀지만 통화를 하느라 미처 보지 못해 당한 일이다. 통화만으로도 이런데,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눈앞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을 보지 못하고 발을 디디는 건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② 머리 보호
싱크홀 개념이 알려진 게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바이벌 전문가들의 가이드에도 싱크홀에 대한 대처 항목은 아직 찾을 수 없다. 다만 산사태 및 지반 침하에 대한 항목을 참고하자면 침식에 휩쓸리게 됐을 때 몸을 둥글게 말고 두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2. 이웃 국가의 폭격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오랜 반목을 봐온 이들에게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이고 집요한 팔레스타인 폭격이 아주 신기하고 예상 못 할 장면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건, 이런 어마무시한 폭력에 대해 국제사회가 거의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 일본과 군사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 준비 태세
① 맥주는 페트로 마셔라
흔히 가정에서도 쌀벌레를 막기 위해 쌀을 페트병에 보관하고는 하는데, 생수가 든 투명한 페트병보다는 갈색 맥주 페트병이 쌀을 오래 보관하는 데 더 용이하다. 갈색이라 빛에 의한 산화를 방지하고, 재질도 여러 겹이기 때문이다. 수돗물로 내부를 잘 씻어 말린 후 쌀을 보관하도록 하자. 산화를 막기 위해 산소흡수제를 함께 넣는 것도 잊지 말도록.

② 과연 아이폰이 좋을까
발전소가 가동 중지되면서 대형 정전인 블랙아웃이 벌어지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블랙아웃에서 하루가 지나면 이동통신 기지국의 전력도 끊길 확률이 높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 핸드폰을 통한 가족의 위험 여부 확인 및 구조 요청이 가능하다. 정전이라 충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배터리를 미리 준비하고 갈아 끼울 수 있는 핸드폰이 아이폰보다 위기 상황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 재난 대처
① 지하를 찾아가자
흔히 대피소로 지정된 곳은 아파트 지하나 지하철역처럼 지상에 비해 비교적 폭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평소에 대피소를 잘 기억해두거나 근처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을 알아두고 빠르게 대피하도록 하자. 만약 건대 근처에 산다면 지상의 건대입구역 2호선이 아닌 지하의 7호선 쪽으로 가야 한다.

② 드럭 스토어를 차지하라
폐허가 된 도시를 다룬 재난 영화에서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는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다. 하지만 비상시에 필요한 물품이 가장 밀도 높게 모여 있는 곳을 고르라면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같은 드럭 스토어를 추천하고 싶다. 열량이 높은 해외 과자와 음료부터 다양한 종류의 약과 영양제, 생필품이 한자리에 있으니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선 기억을 더듬어 근처 드럭 스토어를 찾아보도록 하자.


3. 에볼라 바이러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전설의 납량특집 드라마 MBC < M >에서 마리(심은하)가 키스를 통해 퍼뜨린 죽음의 바이러스가 바로 에볼라 출혈열이었다. 에이즈 이후 가장 치명적인 불치병의 상징이 된 에볼라는 최근 서아프리카에 확산되며 세계보건기구를 통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공표되었다. 숙주의 치사율이 높을수록 전파력은 낮다는 과거의 이론은 항공을 비롯한 장거리 여행 기술의 발달로 무력해진 지 오래다. 보건 당국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우리 국민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 발표했지만 에볼라 출혈열 발병 국가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이들이 없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공포는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듯하다.

- 준비 태세
① 에볼라 발병 국가엔 절대 가지 말라
당연히 제1의 원칙이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4개국 및 인접 서아프리카 국가로는 최대한 가지 않는 게 맞다. 얼마 전 모 의료봉사회가 서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계획했다가 여론 악화로 취소된 바 있는데, 어떤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게 옳은 결정이다.

- 재난 대처
① 키스 조심
대중이 느끼는 엄청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에볼라가 퍼질 확률은 매우 매우 낮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한국에 에볼라가 퍼진다면 우선 키스를 피하라. 에볼라는 공기 중으로 전염되지 않으며 땀이나 침 같은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창궐한 이유 중 하나로 고인에게 입 맞추는 장례 문화가 꼽히는 건 그래서다.

② 손톱은 짧게
직접 접촉에 의한 체액 유입이 아닌 간접 접촉에 의한 에볼라 감염은 거의 불가능하다. 즉 감염자의 침이 살갗에 묻은 것만으로 감염되진 않는다. 하지만 피부에 상처가 나서 체액이 피에 섞이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간접 접촉에 의한 감염이 두렵다면 평소 모기에 긁혔다고 벅벅 긁다가 피를 보고야 마는 습관을 고치도록 하자.


4. 원자력 발전소 사고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방사선 유출은 꼭 옆 나라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가동 이후 130여 번 멈춘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노후화는 많은 이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발전소 내의 원자로 압력용기가 유리처럼 깨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가동 중이라는 것이 원전 폐쇄론자들의 주장이다. 커다란 자연재해가 아니라 원전을 가동하거나 중지시킬 때에도 자칫 압력용기가 깨질 수 있는 노후 원자력 발전소를 품에 안고 있는 한국은 결코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 준비 태세
① 추석 선물 세트를 소중히 하라
통조림은 인류가 개발한 모든 저장법 중 가장 다양한 재료를 가장 오래, 가장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밀봉된 참치캔, 스팸 등은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며, 밖에 나가 식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단백질과 열량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식품이다. 명절 선물 세트로 받은 통조림들을 소중히 보관하라.

- 재난 대처
① 양배추를 먹자
미국 조지타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양배추나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 안에 들어 있는 디인돌리메탄 성분을 투여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방사선 피폭에 따른 적혈구 세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의 감소 현상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방사능에 노출된 채소를 먹으면 안 되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좋겠다.

② 테이핑을 하자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도 방사능 낙진으로부터는 안전하지 못하다. 집을 낙진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면 문과 창문의 틈을 테이프를 이용해 최대한 막아두자.

③ 고무장갑은 설거지할 때만 쓰는 게 아니다
재난 전문가들은 화생방 공격 시 전문가용 보호 장비가 없으면 장갑, 모자, 목도리 등으로 최대한 피부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면장갑에 타이트한 고무장갑을 덧씌우고, 마스크까지 써서 최대한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참고자료
<생존 지침서> 알렉산더 스틸웰 (푸른숲)
<재난시대 생존법> 우승엽 (들녘)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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