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찬, <프리실라>의 러블리 미스 언더스탠딩

2014.08.21
무엇이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드랙퀸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중요한 인물은 역시 미스 언더스탠딩이다. 관객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드랙퀸이 바로 187cm의 키에 20cm짜리 힐을 신고 캣워크 위에 오르는 미스 언더스탠딩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비꼬는 농담을 던지고 과한 액션으로 티나 터너의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을 부를 때 비로소 관객들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1,200석 대극장 무대 중심에 홀로 서서 관객의 모든 에너지를 자신에게 끌어와야 하는 역할.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이름에 “우리들의 찬란한”이라는 뜻을 담은 우찬은 자신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우리를 빛낸다.

1. 뮤지컬배우입니까?
Yes.
2007년 <동키쇼>로 데뷔해, <그리스>, <식구를 찾아서>, <젊음의 행진> 등을 했고 현재는 <프리실라>에 출연 중이다.

2. 드랙퀸입니까?
Yes.
틱이 공연하는 코카투 클럽에서 오프닝을 담당하고 있다. 미스 언더스탠딩은 드랙퀸쇼 시작 전 분위기를 띄우는 작업을 하는데, 워낙 평소에도 유쾌한 편이라 나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부모님이 잘 물려주신 다리도 한몫해서 (웃음)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 계속 힐을 신고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점점 예뻐지고 있어서 큰일이다. (웃음) 그런데 사실 미스 언더스탠딩이 하는 코미디가 한국 정서상 안 맞는 게 많기도 했고 무대 위에 혼자 있다 보니 되게 외롭기도 하다.

3. 준비가 철저한 편입니까?
Yes.
<프리실라>에 대해 아주 잘 아는 편은 아니었는데 쇼뮤지컬이고 드랙퀸을 다룬다는 얘기에 거의 벗고 오디션장을 들어갔다. (웃음) 아주 짧은 반바지에 몸이 다 드러나 보이는 민소매티, 그리고 힐. 오디션장에서 지원자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 시간 동안 한 사람을 다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성격이나 성의, 내가 가진 색다른 면을 어필하기 위해 비주얼적인 준비를 더 하는 거다. 작품이나 캐릭터와 관련된 영상도 다 찾아보고. 평소에도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주의라서. MT를 가면 게임 하나도 제대로 준비하고 외출할 때도 그렇다. (웃음)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보니 센스가 많이 필요하던데 그런 건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더라.

4. 결과에 만족합니까?
No.
지금까지의 40회 공연 중 관객도 나도 즐겼다는 속 시원함을 느낀 게 사실은 열 번도 안 된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살을 붙여서 우리 상황에 맞는 대사도 많이 만들었지만, 관객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과 다를 경우에는 약간 백지상태가 된다. 찰나더라도. 그런 걸 보면 아직 준비가 덜 됐구나 싶기도 하고, 매번 매번이 항상 아쉽다. 미스 언더스탠딩이 티나 터너의 곡을 부르는데, 국내 관객이 티나 터너를 잘 모른다는 것도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미스 언더스탠딩이 해외에서 인기가 많았던 건 그들이 잘하기도 했지만 티나 터너 자체가 워낙 익숙해서 그 사람을 흉내 낸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재밌었기 때문이라고 하니까.

5. 독특한 사람입니까?
Yes.
연습 도중에 음악감독 스퍼드가 나한테 ‘돌아이’ 같다고 한 적이 있다. 미스 언더스탠딩 역을 했던 모든 배우들이 약간 그런 ‘똘끼’가 있어서 마약중독자, 섹스중독자, 성격파탄자도 많은데 (웃음) 나는 좋은 ‘돌아이’인 것 같다고. (웃음) 그건 굉장히 좋은 칭찬이었던 것 같다.

6. 상상력이 좋은 편입니까?
Yes.
좀 생각을 극단적으로까지도 하는 편이다. 며칠 전 여자 앙상블들끼리 ‘사이코패스 테스트’ 같은 걸 한 적이 있는데 정답을 다 맞혔다. (웃음) 예전에 추정화 선배님이 배우는 상상을 할 줄 알아야 된다는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대학 동아리 개그클럽에서 배운 게 그런 것 같더라고. 개그라는 건 패러디를 하더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었으니까.

7. 끼가 많은 편입니까?
Yes.
<젊음의 행진>을 오래 했는데 거기서 심신을 했었다. 나도 그 세대고 관객 피드백도 팍팍 오니까 정말 행복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4, 5살 때인가 할아버지가 하시던 가게 테이블 위에 올라가 소방차 춤을 그렇게 췄다고 하더라.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를 하면서 모든 교내 행사의 MC도 봤고. 주위 사람들이 항상 와서 내 얘기를 듣는 편이라 친구들도 많다. 무대가 좋은 것도 내가 움직이면 관객들이 같이 움직인다는 게 너무 짜릿해서다. 

사진제공. 설앤컴퍼니

8. 좌절의 경험은 없습니까?
No.
서울예대 개그클럽을 너무 들어가고 싶어 했고 들어가서도 엄청 열심히 했다. 만날 아이디어 회의하고 콘티 짜고 나오면 나온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온 대로 술 마시러 다니고. 아직도 학교를 생각하면 너무 즐겁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연극도 하고 개그도 하고 리포터도 하고 잡다하게 했는데 뭐가 다 잘 안 됐다. 방황의 시간을 갖다가 <그리스>를 하면서 무대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9. 오기가 있는 편입니까?
Yes.
2004년에 학교에서 (조)정석이 형이랑 (이)창용이 형이 <그리스>를 할 때 크루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이 작품은 꼭 해야지 했는데 2008년 오디션에 스윙으로 합격한 거다. 당시 연출님이 스윙은 혼자 다섯 명 모노드라마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모든 배우가 보는 앞에서 그걸 해냈다. 결국 스윙이었는데 티버드 중 한 명으로 공연을 하게 됐다. 일찍 잘된 친구들도 있고,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기가 솟는다. 나중에 잘돼서 나 모른 척하지 말라고 하는 친구들한테 그런다. “내가 너 때문에라도 잘돼서 꼭 아는 척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렇게. (웃음)

10.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Yes.
원래 이름이 이경욱인데 경직되고 무겁다고 해서 ‘찬’이 들어가면 좋다는 말에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우찬으로 이름을 바꿨다. 뜻은 ‘우리들의 찬란한’이다. (웃음) 나만을 위한 이름이 아니야. 워낙 누구든 챙겨주는 걸 좋아해서 제대할 때 전 부대원에게 손편지를 쓰기도 했다. 내가 무언가를 전달했을 때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어디 가서 커피를 마셔도 돈이 있으면 그냥 다 내가 낸다. 모범이 되고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선천적으로 좀 있다. 오해를 받기도 하고 너무 신경 쓰느라 원형탈모가 생긴 적도 있어서 (웃음)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11. 영향을 받은 이가 있습니까?
Yes.
부모님. 아버지는 늘 자신감이 넘쳤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믿어주셨다. 기죽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아버지는 완전 선수라 공연을 보시면 그렇게 연출님처럼 노트를 준다. (웃음) 엄마는 재밌는 공연을 봐도 아들이 무대 위에서 고생하는 거 보면 본인이 슬프다며 그렇게 우시고. 긍정적으로 밀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정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된다.

12. 욕심이 있습니까?
Yes.
어릴 때는 무대 위에서 신나게 즐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연기적인 욕심이 생기다 보니 순간순간 오는 감정들을 나도 모르는 사이 기억하고 있더라. 그런 나 자신을 처음 봤을 때 좀 웃겼는데, 기억해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했던 배역이 겹치진 않지만, 항상 우스꽝스럽거나 특이하거나 동물이거나 그랬다. 제대로 된 남자로 심오하고 진지하고 어두운 연기를 해보고 싶다. 내가 어떻게 할지 너무 궁금하다. 그런데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고살 걱정 해야지, 인물로서도 고민해야지, 전체에 내가 어떻게 녹아들어 갈 것인지도 생각해야지.

13. 객관적인 성격입니까?
Yes.
<쓰릴 미>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봐서 해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건 중심을 잡고 극을 끌고 가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미스 언더스탠딩도 걸음걸이, 말투, 손짓까지 모두가 딱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어느 정도 계산을 하는 게 있다. 디테일하게 승부를 보지 않으면 백지가 된다.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내가 더 준비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그 옷들이 안 맞을 것 같고. 한 서른둘 정도가 되면 괜찮지 않을까? 사람 일 모른다 모른다 하지만, 이쪽 일은 더 그렇다. 꽃이 피는 시기가 모두 다 다른데 힘들어도 계속 거름을 주고 광합성도 받고 하다 보면 언젠가 활짝 피지 않을까. (웃음)

14. 꿈꾸는 미래가 있습니까?
Yes.
무대 위에서 사랑스러움으로 어필하는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극이 아무리 잔인하고 냉정해 보여도 사랑할 수 있는. 군대에 있을 때 목표로 잡은 게 하나 있다. 서른 살에는 어떤 시상식에서든 노미네이트가 되자. 그 목표를 못 이룰 것 같긴 하지만 오래가는 게 강한 거니까 오랫동안 행복하게 이 일을 하고 싶다.

15. 마지막으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우찬.
1985년생. 건강하고 행복한 에너지로 빛나는 사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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