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돈이와 대준이에게 배우는 아이돌 조련의 육덕(六德)

2014.08.19
아이돌계 미다스의 손이라 할 만하다. 아이돌 중 정형돈과 데프콘을 거치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고, 누구든 두 남자와 만났다 하면 반드시 캐릭터를 얻고 떠난다. 지난 7월 29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에브리원 <형돈이와 대준이의 히트제조기>는 <주간 아이돌>을 진행하며 쌓아온 이들의 노하우가 가감 없이 발휘되는 프로그램이다. 작곡가 용감한이단(데프콘)과 작사가 호랑이(정형돈), 합쳐서 프로듀서 팀 ‘용감한이단호랑이’로 변신한 두 사람은 비투비의 육성재와 갓세븐의 잭슨, 빅스의 엔과 혁을 조합해 만든 프로젝트 팀 ‘빅병’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갱스터 랩을 추구하는 이들의 색깔은 여전하고, 특유의 거만한 태도와 허름한 차림새도 여전하며, 아이돌들을 쥐락펴락하는 솜씨 또한 변함없이 발군이다. 덕분에 네 명의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캐릭터를 부각시킬 수 있게 되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아이돌 제작 원칙을 분석해본 건 그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아이돌의 숨어 있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지, 그 답이 여기에 있다. 소속 아이돌을 어떻게 띄워야 할지 몰라 고민인 사장님이라면, 조금, 정말 아주 조금쯤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제1덕. 약간의 헝그리 정신은 길러주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공해줄 필요는 없다. 다소 부족한 환경 아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약간의 헝그리 정신을 길러줘야 한다. 용감한이단호랑이는 초라한 평상 하나 덩그러니 놓인 상수동 어느 주택가의 옥상을 사무실로 삼고 빅병을 제작했다. 녹음실이 따로 없어 JYP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을 빌려 썼으며, 차량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대형 벤이 아니라 에어컨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좁디좁은 다마스다. 타이틀곡 ‘스트레스 컴온’의 안무와 뮤직비디오 콘티 역시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멤버들이 직접 해결해야 했다. 누구의 도움에도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익숙해지자 네 명 모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은 물론이다. 열악한 제반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자율성 향상과 성취감 획득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셈이다. 더욱이 고군분투하는 아이돌의 모습은 웃음과 애잔함을 동시에 끌어내기 마련이니, 팬덤을 확보하는 데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매번 똑같은 티셔츠를 착용하고 슬리퍼를 끌며 다니는 등 겉으로 보이는 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용감한이단호랑이다운 전략이다.


제2덕. 잠잘 시간과 먹을 것은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바쁜 아이돌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아마도 수면과 식사일 것이다. 그들에게 하루에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수면 시간과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해결하는 끼니는 흔하디흔한 생활 패턴이다. 그러나 빡빡한 스케줄에 쫓기더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정도는 지켜주는 것이 아이돌들의 의욕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잠은 많이 잘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잠이 많거든”이라는 호랑이의 발언에 급격히 얼굴이 밝아지며 “파이팅하겠다”고 다짐한 왕콩(갓세븐 잭슨)의 모습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음식 역시 무조건 많이 먹이도록 하자. 대부분의 아이돌은 성장기의 청소년 혹은 청년이며, 따라서 적절한 영양섭취는 필수다. “많이 먹어. 어차피 오늘 지나면 배 다 꺼진다”라며 토종닭부터 꿀호떡, 피자, 각종 과자 등 틈만 나면 먹거리를 제공하는 용감한이단호랑이의 배려가 당연하다는 얘기다. 방송을 위해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실컷 먹고 힘내서 열심히 연습하면 다이어트는 저절로 되는 법이다. <주간 아이돌>에서 게임에 이기지 못한 아이돌에게도 고기를 얹어주던 두 남자의 정신을 기억하자.


제3덕. 이름은 재미있게 짓자.
매일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리수라는 비판에도 불구, 몇몇 기획사들이 팀명이나 멤버들의 닉네임을 파격적으로 짓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다. 다만, 어설프게 멋진 척하는 이름보단 차라리 웃긴 쪽이 낫다. 여섯 가지 덕이 있다고 해서 ‘육덕’(비투비 육성재), 홍콩에서 온 왕잭슨이라서 ‘왕콩’, 본명이 차 씨라서 ‘돌백이’(빅스 엔), 본명이 ‘혁’으로 끝나서 ‘혁띠’(빅스 혁) 등 빅병 멤버들의 예명은 듣는 순간 기억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강렬하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들을 활용하여 멤버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끔 만든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심지어 팀 이름은 빅뱅과 유사한 ‘빅병’이다. 뒷글자를 너무 강조해서 발음하면 자칫 욕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큰 병에 음악이든 뭐든 큰 걸 담겠다는 뜻이다. 의미도 좋고, 익숙하고, 더 나아가선 빅뱅과 엮어서 기사를 내는 등 노이즈 마케팅까지 가능한 팀명인 것이다. 형돈이와 대준이로 활동 당시 “우리 앨범은 빅뱅 발매 날짜에 맞춰서 낼 거다”, “빅뱅 한판 붙자. 우린 안 두려워해. 무서울 거 없는 사람들이야”라며 꾸준히 빅뱅을 도발해온 두 남자의 선전포고인 것일까.


제4덕. 서열은 확실하게 잡자.
용감한이단호랑이는 어떤 아이돌에게도 결코 굽신거리지 않는다. 지드래곤에게조차 거만하게 “너 내 슬리퍼 따라 신었지?”, “아, 용이 반가워. 오랜만에 보니까 많이 컸네. 연예인 같다, 이제”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니 빅병 결성 초기, 갓세븐 멤버들의 인사를 함부로 받지 않고 육덕에게 주전부리 심부름을 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빅병 역시 서열을 중시하는 이들의 철학대로 리더에게 커다란 권한을 준다. 프로듀서들을 제외한 모든 팀원에게 반말을 할 수 있고, 멤버들이 반항할 때 따끔하게 혼낼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이 같은 서열을 구성하는 시스템만큼은 민주적으로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사다리타기로 리더를 선출하는 것도 모자라, 그 어떤 팀도 아직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1일 리더’라는 획기적 제도의 도입으로 현존하는 아이돌그룹 중 가장 민주적인 팀이 되었다. 팀 내 권력이 한 사람에게만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한 명 한 명 방송에서 골고루 조명받을 수 있게끔 배려한 시스템인 것이다. 파트 분배까지 동전치기로 공정하게 결정하는 그룹이라니, 비투비와 갓세븐, 빅스의 팬들은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


제5덕. 콘셉트는 생활이다.
무대 위의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선, 일상생활에서의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애초에 “상대적으로 남성미가 약간은 부족할 것 같은 친구들을 강하게 한번 만들어보자”라는 일념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답게, 용감한이단호랑이는 갱스터 랩이라는 타이틀곡의 장르에 맞게 멤버들의 캐릭터를 다듬어왔다. 육덕과 왕콩, 돌백이, 혁띠에게 뜬금없이 차 앞에서 아이돌다운 포즈를 취해보라고 하거나, 어금니를 꽉 깨문 창법을 기본으로 삼으라는 둥, 또는 음식 하나도 그냥 먹지 말고 치열함을 느끼라는 둥 스파르타식 콘셉트 트레이닝을 감행했다. 단합대회에서는 닭다리를 터프하게 먹거나 청양고추를 깨문 뒤 매운 티를 내지 않는 것으로 상남자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게다가 호랑이는 육덕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부룩 뀌며 “이게 바로 강한 남자야. 세상 눈치 보지 말라구”라고 말하는 등 솔선수범하기도 했다. 프로듀서가 과감해지자, 멤버들 역시 정신을 놓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 같지만 엉뚱한 육덕, 곱디고운 혁, 은근히 뻔뻔한 엔과 해맑은 상남자 잭슨까지, 팬덤 이외의 대중들에게 확실한 캐릭터를 어필하지 못했던 네 명의 아이돌이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게 된 것은 그 덕분이다.


제6덕. 돌직구가 필요하다.
영문도 모른 채 용감한이단호랑이 앞에 끌려와야 했던 육덕은 급조된 오디션을 위해 유승준의 ‘열정’ 랩 파트를 선보였다. 이를 듣고 있던 용감한이단은 크게 실망하며 말했다. “너 가라.” 그 후엔 “음악을 전혀 안 배웠나 봐?”, “어떻게 가수가 된 거야?”라는 혹평이 따라왔다. 돌백이와 혁띠 또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너무 평범하다”는 용감한이단호랑이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두 사람의 건방진 태도와 당황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네 멤버의 승부근성을 은근히 자극함으로써 더욱 공격적으로 방송에 임하게끔 만들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이런 칼 같은 평가는 음악뿐 아니라 예능적인 감각에도 적용된다. 다른 멤버의 자기소개 중 “머리카락은 몇 개 있어요?”라는 괴이한 질문을 던진 왕콩 혹은 재미없는 질문을 한 육덕의 멱살을 잡는 식이다. 빤한 개인기를 연마하는 것보다 이처럼 돌직구를 견뎌내며 순발력을 키워가는 편이 예능프로그램 적응에는 훨씬 더 유용하지 않을까. 구박받고 때론 무시당하면서도 아이돌들이 형돈이와 대준이를 찾는 덴 다 이유가 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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