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유세윤, 이제는 울지 않아요?

2014.08.18

최근 유세윤은 방송에서 ‘산다는 것’의 재미와 행복에 대해 말한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함? 우울함? 이런 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궁금한 걸 하나씩 풀어가야지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MBC <별바라기>에서는 “요즘 시간적 여유도 생겼고 제일 큰 건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거다. 어쨌든 사는 게 참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방송하는 게 재미있느냐는 강호동의 질문에 “안 즐거운 것도 있지만 8 대 2에서 (즐거운 게) 8까지는 왔다”며 웃었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방송으로 인해 지친 마음과 우울증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고, 음주운전으로 잠시 방송을 쉬게 된 지 1, 2년 만의 일이다.

2004년 KBS 공채 19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세윤은 KBS <개그콘서트> ‘사랑의 카운슬러’,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 등으로 김준호, 김대희와 같은 선배 개그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빠르게 성공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기대감이나 여유는 그에게 오랫동안 낯선 단어였다. 높아진 인기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쉼 없이, 더 많이 하게 했다. 결혼으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고, 그가 선후배들을 끌어주길 바라는 지인들은 더 이상 유세윤이 기댈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세윤은 “대가가 있는 것도, 내 진심을 파는 일도 싫어” 하며 싫은 방송을 하기 위해 전날 술을 마셔야 했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로 의도치 않게 “가시처럼 오는 사람마다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는 자신을 탓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에 뮤직비디오를 툭 던져놓으며 화제를 모은 UV, 그 UV도 포기하고 감독이 되겠다며 비디오 가게에서 꿈을 펼치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Mnet <유세윤의 Art Video>는 그의 정체성이 활동 방식으로 이어진 예다. 순수한 재미가 아닌, 대가를 위해 억지로 일하는 것 자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세상과 타협하기 어려운 사람. 그 스트레스를 적당히 정당화하며 남에게 풀지도 못하는 사람. 그래서 마음대로 하며 숨 쉴 공간이 필요한 사람. 그가 점점 더 바빠지고,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내가 싫다”고 결론 내린 것은 마음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세윤은 자신을 괴롭히던 악순환을 스스로 끊기 시작했다. 음주운전 후 자수를 한 다음에도 “(나를) 제일 행복하게 하는 <옹꾸라>만은 하고 싶었던” 그는 장동민의 말대로 스스로에게 충분히 벌을 주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자신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옹꾸라>를 통해 자신의 상처와 우울을 일반 팬들과 나누고, 청취자를 초대해 다른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이 즐겁다는 걸 깨달은 후 정기적으로 공개방송을 한다. <옹꾸라>를 통해 알게 된 팬과 <별바라기>에 함께 출연한 유세윤은 이 말을 하며 행복해했다. “돌이켜보면 예전 내 상태가 하고 싶은 일마저 다 하기 싫은 것처럼 생각하게 했다. 어쨌든 이제는 저 친구가 우리한테 사연을 보내고, 우릴 찾아오고, 서로 친해지고 지금 이 무대에서 같이 방송하고 있는 걸 보면 아,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구나 싶다”라고. 과거의 유세윤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광대였다면, 지금 그는 자신과 세상을 조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비정상회담> 등에서 보이는 유세윤의 모습은 이 변화의 결과다. 각자의 의견이 뚜렷한 11명의 패널, 그리고 그들만큼 개성 강한 MC 성시경과 전현무 사이에서 유세윤은 여유 있게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로빈과 타쿠야처럼 아직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패널들의 짧은 말에도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패널들의 의견을 흡수하는 덕분에 <비정상회담>은 종종 아슬아슬한 발언이 나오면서도 묘하게 안정적으로 흘러간다. 민감한 소재를 다룰 때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요즘의 그는 개성 강한 개그맨이나 토크쇼의 튀는 패널도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분위기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좋은 진행자다. 물론 여전히 그의 마음은 아슬아슬할 수도 있다. 유세윤의 노력이 드라마틱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려한 인기 속에서도 늘 괴로움을 안고 있었던 사람이 자기 바깥의 세상과 공존하려 노력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도 큰 도전일 것이다. 앞으로도 유세윤이 음주운전 후 자신에게 말하듯 트위터에 올린 이 대사를 기억할 수 있기를. “귀찮아하면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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