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라는 광대의 눈물

2014.08.14

로빈 윌리엄스는 일찍이 말했다. “코미디란 낙천주의를 실연하는 것이다. Comedy is acting out optimism.” 로빈 윌리엄스는 철저한 코미디언이었다. 스탠드업 코미디 시절, 적나라함과 은근함을 민첩하게 오가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음담패설이라던가, 무모한 슬랩스틱 등으로 승부하던 그는 <뽀빠이>와 <가프>의 성공으로 영화계에 안전하게 착륙한 이후에도 스탠드업 무대를 계속 지켜 나갔다. 그는 “내가 코미디를 시작한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찾을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으로 성공한 배우들은 조지 번스나 스티브 마틴과 같이 그의 이전에도 있었고 에디 머피나 짐 캐리와 같이 그의 이후에도 있었지만 그만큼 스탠드업 코미디의 장점들을 스크린으로 옮긴 경우는 드물었다. <굿모닝 베트남>의 그 유명한 “굿 모닝~~~”이나 <알라딘>의 수많은 애드리브들이 바로 그 증거물들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웃겨 주던 로빈 윌리엄스는 1989년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획기적인 변신을 했다. 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는 캡틴, 키팅 선생. 대한민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카페의 이름이 되어 버린 ‘카르페 디엠’이라는 인용구, 책을 찢으며 기존의 방식으로부터 탈피하라는 전복,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책상 위에 올라섰던 바로 그 선생. 교사 자격증도 없는 로빈 윌리엄스는 사춘기를 전후해 이 영화를 관람한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이상적인 선생’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로빈 윌리엄스를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안에 가두는 계기이기도 했다. <굿 윌 헌팅>의 숀 맥과이어 선생은 키팅 선생처럼 전복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감동의 대사로 치유계 캐릭터로 남았고 아예 의료인으로 등장했던 <사랑의 기적>이나 <패치 아담스>는 말할 것도 없다. 적지 않은 수의 관객들이 그의 영화로부터 ‘치유와 평안’을 원했다. 


하지만 우리가 윤복희의 가사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로 기억하고 있는 클리셰, 혹은 ‘분장을 지운 광대의 눈물’을 생각할 때에야 비로소 로빈 윌리엄스의 진면목을 만나게 된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그런 로빈 윌리엄스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반사하고 있다. 인간에게 복종하며 인간을 돌보는 로봇, 인간들은 로봇으로부터 휴식과 안정을 얻어내지만 로봇은 슬픔을 얻을 뿐. 그래서 결국 로봇으로서의 영원한 삶을 포기하고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로빈 윌리엄스를 추억하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피셔 킹>이었다. “때로는 쓰레기 속에서도 멋진 것이 발견되곤 하지요” 같은 명대사가 떠오르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랑을 빼앗기고 미쳐버린 남자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행인들로 가득한 역 안에서 부랑자 페리는 어딘가 소심해 보이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 순간 제 갈 길을 가고 있던 무심한 시민들이 갑자기 짝을 지어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사랑에 빠진 순간, 내가 아닌 세상이 춤을 춘다. 이 아름다운 장면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그저 미소 짓고, 그 여인을 뒤따라 걸을 뿐이다. 잠시의 환상이 끝나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치이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촬영이 끝나고 몰입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온 순간의 그의 우울을 발견할 수도 있다. 본능적인 코미디언인 동시에 힐러가 카메라 밖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를 그의 죽음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슬픈 일이다.

로빈 윌리엄스는 언젠가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죽고 나면 그들을 정말로 신화화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우리는 로빈 윌리엄스를 신화화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우리를 배꼽 빠지게 만든 코미디언, 관객들을 치유하는 영화배우, 천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 사이클 선수, <젤다의 전설>을 사랑했던 게이머를 잃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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