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은 만병통치약일까

2014.08.18

가장 ‘힙’한 운동. 크로스핏 이야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름도 개념도 생소했던 이 운동은 이제 웬만한 동네 피트니스 센터 전단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1990년대에 미국에서 경찰 특공대와 소방관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크로스핏은 여러 종류의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섞은 WOD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운동이었지만 최근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브라이언, 배우 이재윤 등 소위 ‘몸짱’ 연예인들이 크로스핏의 매력을 강변하고, 제시카 알바 등 할리우드 여자 연예인들도 크로스핏으로 몸매를 가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녀, 운동 초보와 웨이트 트레이닝 경험자 구분할 것 없이 이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노출이 많은 7, 8월 여름을 맞아 짧은 시간 안에 몸매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소개되며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름 그대로 서로 다른 종목의 운동들을 섞은(Cross) 크로스핏의 장점은 명확하다. 기존 피트니스가 보여주기 위한 몸을 만드는 것에 치중하느라 정작 신체 능력의 고른 발달과 건강을 놓친 면이 있다면, 크로스핏은 근력뿐 아니라 심폐지구력과 유연성, 균형 감각까지 길러준다는 면에서 한층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다. 3년 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 경력이 있고 최근 크로스핏에 빠진 가진 만화가 마인드 C는 “원했던 체력, 근지구력 모두 좋아진 게 느껴진다. 15분간 미친 듯이 크로스핏을 하고 나면 서 있기도 힘들 만큼 괴롭지만 성취감은 크다”고 말한다. 기존의 운동 방법들과 다이어트 방식에 반기를 든 <다이어트 진화론>, <불량헬스>,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같은 서적들은 공통적으로 몸매와 건강의 균형을 강조하고,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면 몸매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담론 안에서 크로스핏은 가장 완벽한 대안처럼 유통되고 있다. 게다가 언론을 통해 종종 홍보되는 것처럼 여타 유산소 운동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체지방을 태우는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크로스핏은 운동의 ‘끝판왕’ 혹은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에 그 자체로 완벽한 운동은 없다. 크로스핏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것이 과거의 운동법보다 진일보하고 우월하다는 것이다. <불량헬스>의 저자이자 그 스스로 크로스핏 전문가인 최영민 실장(팀 불량헬스)은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크로스핏의 원래 취지는 보디빌딩식 몸만들기에 편향된 것에 균형을 가져오기 위해 신체 능력을 강화하자는 건데, 그런 면에서 크로스핏 역시 선택 가능한 운동 아이템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웨이트 트레이닝이 벤치 프레스에 치중한, 눈에 보이는 근육 불리기에 경도된 게 문제지, 웨이트 트레이닝 자체가 크로스핏보다 덜 발달한 운동이라고 보긴 어렵다. 몸을 해치면서 근육을 키우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면 크로스핏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웨이트 트레이닝 코스 안에 데드리프트나 스쿼트처럼 몸의 근력을 향상시켜주는 운동을 넣는 방법도 있다. 아주 좋은 운동인 건 사실이지만, 크로스핏 역시 여러 운동 중 ‘원 오브 뎀(One Of Them)’일 뿐이다.

가령 크로스핏의 최고 장점으로 이야기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최대 운동 효과’라는 건, 최근 ‘간헐적 운동’이라는 말로 더 유명해진 타바타 트레이닝 류의 고강도 인터벌 운동(길고 오래 하기보다는 짧고 고강도로 하는 운동)과 크로스핏이 종종 같은 개념처럼 받아들여지며 생긴 오해다. 크로스핏의 WOD(Workout Of Day) 중에는 고강도 인터벌로 이뤄진 것도 있지만, 크로스핏의 핵심은 짧은 시간에 체지방을 태우는 게 아니라 신체 능력의 고른 향상이다. 하지만 어떤 운동 이론이든 다이어트와 연계했을 때만 돈이 되는 한국 피트니스 시장에서 크로스핏 역시 그 본질과 디테일은 무시된 채 다이어트와 근육 만들기, 신체 능력 향상 등 몸과 관련한 모든 좋은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다 해결해주는 마법의 램프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이 유행하자 그 효과의 허와 실은 무시된 채 피트니스 센터 반 이상이 트레이드밀로 채워졌던 것처럼, 크로스핏 협회에서 인가받지 않은 피트니스 클럽에서도 당장 매출을 위해 크로스핏을 필수 프로그램으로 들여와 홍보하게 된 것이다. 불균형한 운동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 제시된 방법이 또 다른 불균형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은 과거의 잘못된 운동 담론이 그러했듯 몸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허리 통증 때문에 크로스핏을 시작한 윤이나 칼럼니스트는 “근육이 붙고 신체 능력이 나아진 걸 느끼지만, 회복 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몸이 피곤해져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있었을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크로스핏의 고강도 훈련으로서의 측면에만 몰두하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으며, 역기 운동이 포함된 WOD에서 잘못된 자세로 부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지금 크로스핏 열풍의 문제는 이 운동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아니라 완벽한 운동인 것처럼 홍보되고 전파된다는 사실이다. 최영민 실장은 “크로스핏이라는 운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크로스핏 훈련에서 ‘Impossible is nothing’의 분위기로 밀어붙이는 면이 있고 그 과정에서 부상당할 수도 있다. 협회에서 제대로 인가받은 지부에서는 수준별로 나눠서 훈련한다”며 고효율 고강도의 프레임으로만 크로스핏이 전파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다시 말하지만 크로스핏은 매우 좋은 운동이다. 다만 5대 프리 웨이트(팔굽혀펴기, 턱걸이, 평행봉, 스쿼트, 윗몸일으키기)가 좋은 만큼, 달리기가 좋은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이 좋은 만큼, 좋은 운동이다. 거의 모든 경우, 새로운 운동 이론은 자신의 차별점과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과거의 방법론을 아예 부정하는 단정적인 말투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와인을 적당히 마시면 심장에 좋다는 것을 좀 더 명료하게 전하기 위해 술은 몸에 안 좋다는 말은 틀렸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 술을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건 결과적으로 자신의 몸에 가장 좋은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크로스핏이 될 수도 있고, 헬스가 될 수도 있고, 필라테스일 수도 있으며, 이들을 적절히 섞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운동에 정답은 없다. 다만 어떤 운동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는 건, 명백한 오답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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