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30대다

2014.08.07

“노화입니다.” 30대가 된 이후로 들은, 가장 강렬한 한마디였다. 요즘 매일 새벽 허리 통증으로 고통 속에 깨어났지만 정형외과에서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물리치료는 소용이 없었다. 통증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졌다.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MRI를 통해 엑스레이로는 찾지 못한 원인을 찾거나, 일단 근력운동을 시작해보는 것. 이미 병원비로만 1년여 동안 있었던 호주에서 벌어온 돈의 1/3을 쏟아부은 내게 앞의 선택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병원 옆에 있던 여성전용 크로스핏 체육관이었다. “답이 없는” 내 인바디 출력지를 들고 현재의 몸 상태에 대해 한참 듣고 있던 관장님의 대답이 바로 그 한마디였다. 기립근이니 코어근육이니 하는 말들이 이어졌지만 모두 귓등에 닿았다 떠나가고 내 머릿속에는 한 단어만 남았다. 노화.

문제는 허리만이 아니었다. 정형외과 진료 외에도 치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했고, 작은 수술도 했다. 귀국 후 두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몸 상태가 그렇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히 건강 이야기를 하게 됐다. 놀랍게도, 아픈 건 나만이 아니었다. 지인이 갑상선암 수술을 했고, 스트레스성 구토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었다. 나로선 상상도 안 되는 액수를 내고 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내가 다리를 꼬고 있으면 친히 풀어주곤 했다. 산부인과 질환이나 위장 쪽 염증, 어깨나 허리, 무릎의 통증은 너무도 흔해서 다들 준전문가 수준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그 와중에도 호르몬은 여자들을 잠시도 내버려두지 않았다. 박태환은 모르는 고통인 생리통은 물론이고 PMS(생리전증후군)와 배란통은 어떤가. 한 달 중 호르몬에서 자유로운 날이 닷새는 될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누가 더 아픈지 오디션을 치러도 될 지경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 아팠다. 여기서의 우리 모두란 나를 포함해 내 주변의 일하는 30대 여성을 의미한다. 내 모든 병의 원인이 호주에서 일하던 닭공장에서 비롯했을 거라는 가설을 아무래도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원인은, ‘일하는’, ‘30대’, ‘여성’이라는 데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일이 바쁘면 밥을 챙겨 먹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일도 쉽지 않다. 농담처럼 ‘20대 때의 체력이 아니라서 밤을 지새울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밤을 새우는 것과 별다르지 않은 스트레스가 도처에 있다. 세상은 집에 케틀벨이라도 가져다 두길 권하지만, 삐끗해 허리라도 나갈까 무섭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돈보다는 차라리 시간이다. 시간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 힐도 신어야 하는데 허리를 세우고 몸을 지탱하는 기립근은 힘을 잃고, 20대 때는 숨만 쉬어도 자연적으로 소모되던 에너지는 하필이면 배에 축적된다.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도 어렵지만,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큰 병을 알게 될까 무섭다. 용기를 내어 병원을 찾으면 아픈 이유는 알 수 없거나 스트레스성이니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처방을 내놓는다. 우리가 식이조절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 걸 몰라서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밥을 제때 먹고 잠을 충분히 자면 되는 걸 몰라서 아프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모두, 언제나 어딘가 한군데는 아픈 상태로 일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프니까 30대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닌 운동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극단적인 운동으로 생을 지탱하게 되었는가를 고뇌하며 크로스핏 체육관을 나가기를 며칠. 허리 통증 대신 알람 소리에 깨어난 아침에 문득 깨달았다. 아, 진짜 노화였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준 생애전환기(만 40세)가 오기도 한참 전에, 몸은 정직하게 늙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건 운동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함께 크로스핏을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들 크로스핏까지 가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다른 운동을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꼭, 병원 진료를 받을 결심을 하기 전에 실비 보험에 들기 바란다. 보험에 들었다면 병원은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게 좋고, 산부인과를 가장 먼저 가야 한다. 사실 미리 아팠던 사람으로서 동년배 여성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가 전부다. 그리고 정말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아침저녁으로 나이만큼만 전신 운동인 PT 체조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것. 30개가 넘어가며 숨이 찬다면, 노화입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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