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자녀가 SNS로 효도할 수 있을까

2014.07.29

‘유명인’이란 말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 ‘네임드’란 말은 분야별로 쓸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그들 중 상당수는 그 분야를 아는 이들 사이에서만 유명할 뿐이다. ‘셀러브리티’(이하 ‘셀럽’)라고 쓰면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들이란 의미를 포함하게 되는데 이들의 숫자는 극소수다. 심지어는 미디어 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경우에도 그렇다. 최근 필자는 tvN <더 지니어스>를 통해 ‘셀럽’이 된 홍진호를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는 수많은 사람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홍진호는 게임방송을 본 이들 뿐 아니라 디시인사이드만 자주 방문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디시인사이드를 매체로 사용하지 않은 이들도 세상엔 숱한 것이다.

한편, ‘셀럽’이 되는 건 그 분야에서 성과를 내거나 장수를 하는 것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한국 사회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불륜녀 모니카 르윈스키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유명해지기만 하면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참여정부 시절 한국 사회에 평지풍파를 가져온 신 모 씨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지만, 그 인세가 노후자금에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 유명인에 대한 이 소략한 고찰을 적용해보자. 언론에 거론된 인물 중 안철수, 박원순이나 박지원, 어쩌면 천정배까지는 ‘셀럽’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공천 갈등에 등장한 이일뿐 이번 재보선의 플레이어는 아니다. 천정배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손학규나 김두관, 나경원, 그리고 노회찬과 같은 ‘셀럽 플레이어’는 선거에서 고전하고 있고, 패배할 경우 다음 행보를 장담하기 힘들다. 뒤에 둘은 심지어 자기들끼리 맞대결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파동의 화룡점정을 찍은 권은희의 경우 광주 광산을에 출마했으니 당선될 가능성은 높겠으나 아직은 이름보다는 ‘국정원 댓글 경찰수사에 대한 경찰 내부 폭로자’로 여겨지는 처지이니 ‘셀럽’이라기엔 애매하다.

‘셀럽’이 되는 게 꼭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는 각 분야의 ‘네임드’ 내지는 ‘짱짱맨’들이 과분한 자리에 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순간 셀럽’이 되어 산화해 나가는 꼴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기 마련이다. 많은 매체에서 이미 기사화된 속칭 ‘랜선효녀’, 7.30 재보선 새정치민주연합 수원정 후보인 박광온 씨의 딸의 전략도 어쩌면 그 ‘지푸라기 잡기’일 게다. 그녀는 지난 16일부터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란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계정명은 현재 ‘불효녀의 영통대모험’로 교체된 상태다). 그녀는 ‘트위터 특화 드립’으로 순식간에 ‘트위터 네임드’로 올라섰다. 팔로워는 12000을 돌파, 트위터 세계에서만큼은 팔로워 2000에 못 미치는 아버지 박광온을 확실히 압도한다.

이 계정은 ‘트위터 네임드’답게 홍보하려는 아버지를 ‘디스’하는 걸 넘어 ‘조리돌림’하는 화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몇몇 언론에 보도된 건 그 때문이 클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네임드 스타일’이란 것은 한계로도 작용한다. 트위터 전혀 안 한 이들은 웃기 힘든 코드란 지적도 있다. 지역구 선거에 ‘전국 인터넷 검색 순위’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도 회의적이다. 초기 박광온 후보 캠프에서 당황하며 ‘랜선효녀’를 통제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박광온 후보에 대해 검색해봤다. 1984년 MBC 입사, 2011년 퇴직할 때까지 그 방송국의 각 요직을 거쳐 논설위원, 보도국장, <100분 토론>까지 지냈다. ‘네임드’ 넘어 ‘짱짱맨’이다. 2011년 정계입문 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대변인, 이후엔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했다. ‘셀럽’이 될 수도 있었을 인물인데 사실 여론상 인지도가 거의 없었다. 세상엔 이런 일이 흔하다. ‘랜선효녀’는 ‘셀럽’ 아닌 ‘네임드 짱짱맨’ 아버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선거에선 아닐 것이다. 도움의 손길은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파동으로 ‘강제 순간 셀럽’이 된 기동민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수원정에서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사퇴하면서 다가왔다. 어쩌면 현재 박광온 후보의 당선가능성은 여느 ‘셀럽’보다도 높다. 인생의 아이러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300명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셀럽’이 되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딸의 덕을 보게 될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역량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세상일은 이렇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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