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가 ‘Body’로 부르는 노래

2014.07.30

씨스타의 ‘Touch my body’는 목소리만큼 허벅지가 중요하다. 씨스타는 핫팬츠를 입고 시종일관 다리를 강조하고, 후렴구에는 뒤로 돌아 두 다리를 번갈아 터는 동작을 한다. 다리의 라인은 쭉 뻗었고, 말라 보이는 대신 탄탄하다. 멤버들 중 가장 연약한 이미지였던 다솜의 다리도 전보다 훨씬 라인이 잡혔다. 걸 그룹의 안무는 늘 다리를 강조하곤 했지만, 씨스타의 다리는 갈수록 가늘고 예쁜 소녀시대가 아닌 탄탄하고 멋진 비욘세의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효린이 계약한 태양의 마테차 CF에서 요가 중이던 여성들은 그의 탄탄한 몸에 감탄한다. 남성에게는 섹시하고, 여성에게는 닮고 싶은 몸. 그래서 씨스타가 지난해 광고 계약을 했던 워터파크 오션월드나 쇼핑몰 11번가처럼 남녀 모두가 이용하는 상품에서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몸. 씨스타가 ‘Touch my body’에서 만든 몸은 지금 씨스타의 시장을 담았다. 수영복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짧은 핫팬츠는 섹시하지만, 비슷한 길이의 미니스커트보다는 덜 부담스럽다. 운동으로 만든 다리는 섹시함의 연관검색어를 ‘선정성’ 대신 ‘건강함’으로 바꾼다. 여성들이 몸매를 위해 걷기 대신 케틀벨을 드는 일이 많아지고, 비욘세는 전 세계 여성의 워너비다. 이 시대에 탄탄한 몸을 가진 씨스타가 여성에게 어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소유가 작년부터 부쩍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운동법을 알린 것이 단순한 정보 공유의 차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씨스타가 곧바로 비욘세와 비슷한 포지션을 가질 수는 없다. 그들은 효린과 보라의 유닛 씨스타19의 ‘Ma boy’에서 섹시함을 강조하며 관심을 모았고, ‘So Cool’에서는 속바지가 보일 만큼 짧은 원피스 의상 때문에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나 혼자’에서는 옆이 트인 원피스를 입고 각선미를 강조했다. ‘Loving U’로 선정성 대신 활기찬 이미지를 더하고, ‘Give It To Me’에서 섹시함 위에 영화 <물랑루즈>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쇼를 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들은 남성들의 폭 넓은 호감을 바탕으로 가장 대중적인 걸 그룹 중 하나로 올라설 수 있었다. 


‘Touch my body’는 지금까지 씨스타가 잘해온 것과 앞으로 해야 할 것을 위한 절충의 과정처럼 보인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노홍철과 전현무는 씨스타를 보며 천국에 온 것처럼 기뻐한다. 지금까지 씨스타를 좋아하는 남성들도 이런 입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남자는 씨스타에게 환호하되 그들에게 다가서지는 못한다.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씨스타고, 그들은 “내 입술이 좋아 아님 내 body가 좋아 솔직히 말해”라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짚는다. 여전히 섹시하다. 하지만 관계의 주도권은 여성 쪽으로 왔고, 주도권의 바탕에는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로 이어지는 탄탄한 몸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씨스타가 주도권을 과시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신 남성의 기분을 적당히 맞춰준다. 효린은 ‘Touch my body’에서 평소보다 가볍고 상큼하게 노래한다. 후렴구와 1절의 시작을 담당하고, 1절과 2절 사이 다른 멤버들이 뒤돌아 있을 때 혼자 앞을 향해 있는 효린은 ‘Touch my body’가 그리는 여성의 이미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여성은 탄탄한 몸과 진하고 강한 목소리를 가졌고, 남성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눈치도 있다. 동시에 남자 앞에서는 그들이 바라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남녀 모두 이런 모습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크게 껄끄러울 가능성도 낮다. 효린이 태양의 마테차 CF에서 섹시한 춤을 추면서도 여성을 타깃으로 할 수 있는 이유다.

현명한 마케팅이 뛰어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 밖에 없다고 지금 내게 말해줘 (중략) 날 사랑한다 말해줘”라며 남성의 고백을 원하는 후반부의 가사는 내숭이든 진심이든 남성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위기는 주도하되 마지막 고백은 남성이 하도록 만들고, 멜로디는 그 감정선을 따라 귀엽고 상큼한 느낌만을 반복하는 데서 멈춘다. 몸의 라인을 반복 강조하는 퍼포먼스 역시 곡의 맥락보다는 건강한 섹시함이라는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Touch my body’는 씨스타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소수의 열광보다 다수의 박수를 원한다. 그러나, 씨스타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그룹은 가장 상업적인 영역에서 가장 범대중적인 결과들을 내놓는 방식으로 성공해왔다. 그 사이 섹시함으로 승부하던 걸 그룹은 그들이 소비되던 시장 바깥까지 노려야할 시점까지 왔다. 섹시한 몸을 무기로 남성들에게 어필하던 걸 그룹이, 남녀 모두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최대 공약수는 무엇인가. 그것이 정말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그리하여 걸 그룹은 더 오랫동안 활동하게 될까. ‘Touch my body’는 이 질문에 대해 음악적으로 밋밋한 답을 내놓았다. 다만, 걸 그룹의 역사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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