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브레이크>, 기대가 되나요?

2014.08.01

“CITYBREAK가 뮤직페스티벌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여놨다. 감당할 수 있는 것도 CITYBREAK뿐.”

올여름, 대형 음악페스티벌 광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아니라) 현대카드의 록 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의 이 카피다. 이 문장대로 음악페스티벌에 대한 기대는 정말로 높아졌던 걸까. 그리고 <시티브레이크>만 감당할 수 있다는 이 기대는 무엇일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로 시작한 여름 뮤직페스티벌은 계속된 분열을 거쳐 지난해 7~8월 두 달간 수도권에서만 다섯 개의 대형 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시티브레이크>는 가장 늦었지만 가장 시선을 집중시켰다. 메탈리카와 뮤즈가 헤드라이너로 라인업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2013년에 가장 흥행한 뮤직페스티벌을 묻는다면 역시 <시티브레이크>였다고 대답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2014년 가장 기대되는 뮤직페스티벌도 <시티브레이크>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다른 뮤직페스티벌과는 확연히 다른 <시티브레이크>의 정체성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른 뮤직페스티벌은 공연 자체로 수익을 내기 위해 연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시티브레이크>나 <슈퍼콘서트>는 공연 수익과 더불어 자사 브랜드의 홍보 효과를 기대한다. 일반 공연 기획사와 대기업의 경쟁은 애초에 무기의 중량이 다르고, 대기업 측이 수익에 큰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면 양측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메탈리카와 뮤즈를 비롯, 림프 비즈킷과 라이즈 어게인스트 등 많은 유명 밴드들이 <시티브레이크>에 섰던 이유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일본 썸머소닉 페스티벌에 출연했고, <시티브레이크> 이전에는 국내의 많은 뮤직페스티벌이 나눠서 계약했다.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 뮤직페스티벌은 썸머소닉처럼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일본의 뮤직페스티벌에 출연하는 팀들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계약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은 모두 <시티브레이크>에 출연했다. 공연업계에서는 현대카드에서 개런티를 올려 데려온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경쟁에 따라 뮤지션의 개런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메탈리카와 뮤즈를 함께 볼 수 있던 지난해의 <시티브레이크>가 관객에게 큰 메리트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라인업이 언제나 계속될 수는 없고, 그때 뮤직페스티벌을 지탱하는 것은 페스티벌의 정체성이다. 이를테면 올해 썸머소닉 페스티벌 라인업은 지난해보다 못하다. 더군다나 썸머소닉 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팀이었던 퀸(과 아담 램버트)은 경쟁 페스티벌인 슈퍼소닉 2014에서 일찌감치 출연진으로 발표했다. 슈퍼소닉 2014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본의 썸머소닉을 주최하는 기획사 크리에이티브맨과 제휴를 맺은 페스티벌이다. 현대카드가 지난해와 같은 출연진을 짜기는 애초에 힘들어졌다.

일관성 없는 라인업의 <시티브레이크 2014>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페스티벌 라인업의 일관성과 정체성이다. 마룬 파이브는 올해 우리가 가장 사랑한 팝밴드고, 싸이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팝스타다. 오지 오스본과 리치 샘보라는 블랙 사바스와 본조비가 아니어도 그 자체로 전설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넬에서 싸이, 오지 오스본, 이적, 리치 샘보라, 마룬 파이브로 이어지는 이질적인 슈퍼 스테이지들을 다른 뮤직페스티벌처럼 즐길 수 있을까. 대다수의 뮤직페스티벌은 관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성향의 음악들을 마음껏 즐기고, 때로는 그 음악들을 BGM 삼아 여유 있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탈리카와 뮤즈를 모두 데려오지 못한 올해 <시티브레이크>의 라인업은 모두 대중적이되, 모두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대중적이다. 장르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성기와 현재 위치, 소구하는 대중의 성향도 각자 너무 다르다. 현대카드는 정말로 관객이 이 뮤지션들을 한 무대에서 보기를 원한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광고 영상이 공개된 현대카드 페이스북에는 예매한 블라인드 티켓을 취소했다는 댓글들이 눈에 띄고, 화려하지만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 라인업과 관객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 타임테이블에 대한 불만이 이어진다.

<슈퍼콘서트> 시리즈가 한국의 작은 음악 시장을 서러워했던 음악팬들에게 기쁨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공연들을 통해 스티비 원더, 레이디 가가, 존 메이어의 대규모 공연이 성사되었고, 비록 어쩔 수 없이 취소되었지만 드디어 폴 매카트니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도 가져볼 수 있었다. <시티브레이크>도 메탈리카와 뮤즈의 공연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많은 록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뮤직페스티벌은 특정 뮤지션의 단독 공연과 다르고, 뮤직페스티벌이 언제나 최고의 라인업만을 구성할 수는 없다. 그때 뮤직페스티벌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티브레이크>는 그것을 더 다양해진 장르와 대중적인 라인업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 뮤지션들의 단순 나열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것이 주는 가장 큰 효과는 관객들이 <시티브레이크>를 즐긴다는 것보다 이 유명 뮤지션들이 현대카드라는 브랜드 안에 자리한다는 사실 그 자체처럼 보인다.

한여름의 대형 뮤직페스티벌은 어떤 사람에게는 꿈이고, 재충전의 기회이고, 1년 중 가장 큰 즐거움일 수 있다. <시티브레이크>는 그런 뮤직페스티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1년을 기다려온 만큼의 실망감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이 기대와 실망도 <시티브레이크>가 여름을 대표하는 뮤직페스티벌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의 일부이기를 바란다. 그저 과시하기 좋아하는 대기업의 한철 장사였다면 그 실망은 더욱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이정희
청춘을 보낸 공연장이 여전히 제일 좋은, 인터파크가 있기 전부터 공연 일을 했던 전직 공연노동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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