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박중언 과장 “잠잘 때도 NC 티셔츠를 입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

2014.07.31
사소한 일이라도 발상의 전환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을 운이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기란 더더욱 어렵다. 창립된 지 3년째, 1군 리그는 올해로 두 번째 경험하고 있는 프로야구 막내 구단 NC 다이노스(이하 NC)의 마케팅이 그렇다. 보통 4시간 이상 걸리는 경기가 일주일에 6일, 1년 중 6개월 동안 열리는 프로야구. 그 거대한 콘텐츠에서 꺼낸 NC의 마케팅은 작지만 재치 있고 허를 찌르기도 한다. 작년에는 연고지인 마산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팬들이 캠핑을 하며 원정 경기를 응원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더니 올해에는 6.4 지방선거에 맞춘 ‘투표하고 TWO표 받자!’ 이벤트를 기획하고 팀 마스코트인 공룡에 맞춰 <뽀로로>에서 뽀로로의 친구 중 공룡 캐릭터 크롱을 FA로 영입했다. 색다른 마케팅으로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기발하다 웃을 수 있는 기획을 하며 NC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서 야구를, NC라는 팀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NC 홍보팀의 박중언 과장을 만났다.

지난 시즌은 7위로 마무리했는데 올해는 3위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구단의 분위기는 어떤가.
박중언
: 프런트가 들뜬다고 해서 뭐가 되는 건 아니니까 차분하게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다. 3위라는 성적이 좋긴 하지만 선수들도 전반기 성적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더라. 전반기는 5할 승부를 목표로 하거나 승차를 잘 관리해 시즌 후반에 승부를 내려고 한다. 신생팀이라 경험이 별로 없으니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성적에 따라 마케팅이나 홍보 계획이 수정되기도 하나.
박중언
: 보통 한 해 마케팅의 큰 계획은 그 전 해의 비시즌에 잡힌다. 그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록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야구는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이면서 기록의 스포츠다. 예를 들어 투수인 찰리 쉬렉 선수가 프로야구 14년 만에 노히트 노런이란 기록을 세웠는데 그런 게 언제 나올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기록이 나온 이후에 찰리 선수 티셔츠를 따로 내는 식이다.

얼마 전 주장 이호준 선수의 별명을 활용해 만든 ‘인생은 이호준처럼’(이호준 선수가 FA 때마다 높은 연봉을 받고 미모의 아내까지 두면서 야구팬들로부터 얻은 별명) 티셔츠와 패션타투도 유동적으로 나온 아이템이었나. 팬들이 경기 외에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 아는 듯했다.
박중언
: 선수들이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팬들이 좋아할 만한 걸로 상품을 만드는 게 기본이다. 그래서 커뮤니티 글이나 댓글, 기사를 늘 본다. 근데 무조건 팬들이 재미있어하는 거니까 한다기보다 이미 잡힌 선수들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한 거다. 재미있으면서 선수도 붐업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리 일인데, 어떤 선수의 상품을 이렇게 만들어야겠다 하고 치밀하게 계획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팬들의 마음도 읽지 못하게 된다.

사전에 시장조사를 하고 수요를 파악하며 기획하는 다른 산업의 마케팅과는 출발부터 다른 셈이다.
박중언
: 그게 제일 위험하다. 일반적인 마케팅의 경우 대략의 프로세스가 있지 않나. 야구 관련 상품은 얼마나 팔릴지도, 누가 얼마나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획이나 출시 모두 경기가 거듭되고 시즌을 보내다가 찰나의 순간을 캐치해 할 때가 많다. 타이밍이 중요한 거지. ‘인생은 이호준처럼’도 꽤 예전에 기획을 했었다. 문메이슨 형제가 시구할 때 그 티셔츠를 입히면서 나름의 예고편도 날렸고. 근데 그 당시 (이)호준이 형 성적이 너무 안 좋았다. 이후 다행히 성적이 좋아졌고 모 CF에서 아이들이 그 별명을 공개적으로 쓰기도 하는 걸 보면서 상품을 냈다.

판매량은 예측할 수 없지만 그런 틈새 기획이 팬들로 하여금 팀을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고 보나.
박중언
: 그게 중요하다. 나이키, 아디다스나 UCLA 티셔츠는 사람들이 데이트할 때도 입지 않나. 우리도 다이노스가 창원 시민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 안에 녹아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실 그래서 우리의 타깃은 구단 팬, 야구팬도 아니고 그냥 대한민국의 시민이다. 그들이 데이트할 때도, 잠잘 때도 우리 티셔츠를 입도록 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럼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겠다. ‘투표하면 TWO 표’ 줬던 6.4 지방선거 이벤트, 크롱 입단처럼 야구 바깥의 것을 가져와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도 재미있어할 만한 기획을 많이 했는데.
박중언
: 야구적인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의 범위가 넓은 것 같다. 대학교 때 야구는 야구끼리 경쟁하면 결국 다 비슷해지는 거고, 영화산업 같은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게 진짜 맞다. 중요한 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이나 추억을 줄 수 있느냐다. 지방선거 이벤트 때 사람들이 투표하고 자연스럽게 ‘야구장 한번 가볼까’ 할 수 있게 됐던 것처럼. 1982년 프로야구 출범할 때 캐치프라이즈가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게 낭만을,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 선용을’이었다. 한국 프로야구가 가장 잘한 건 그 때 어린이들을 끌어온 건데, 1984년생인 나도 어릴 때부터 야구를 계속 보고 커서 지금의 구매자가 됐다. 지금의 애들도 나중에 30년 뒤에 아빠나 삼촌이 돼 야구장에 와서 내 영웅들을 보고 추억을 아기들과 공유하는? 그런 걸 생각한다. 그런 스토리텔링은 만들려고 해서 나온 게 아니지만 그게 의사결정의 기본이 된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중 야구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뭐라고 생각하나.
박중
: 야구는 인생이다 뭐 이렇게 얼마든지 어렵게 말할 수 있지만 (웃음) 야구를 몰라도 즐기면서 배워갈 수 있는 거, 그게 아닐까? 그냥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남녀끼리 온다면 상대에게 규칙을 가르쳐주면서 소위 ‘썸’을 탈 수도 있다. 2, 3시간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나 축구와 농구가 주는 박진감은 없지만 야구는 피크닉처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사실 이런 문화는 선배 구단들이 30년 동안 만들어놓은 건데, 우린 거기에 소소한 기획으로 숟가락을 얹는 거다. 단발적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늘 생각한다. 예를 들어 6.25 전쟁기념일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전광판에 태극기를 띄우고 6번 선수와 25번 선수를 붙여놓고 사진을 찍는 거다. 이런 단발적인 걸 홍보, 마케팅, CS 팀에서 많이 생각한다.

소소한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박중언
: 야구는 일주일에 여섯 번 열리니까 콘텐츠가 풍부하다. 그중 기록이나 선수들 인터뷰가 제일 중요할 수도 있지만 팬들은 그렇게 큰 덩어리가 나오면 나머지를 궁금해할 것 같다. 나도 그러니까. 근데 내가 매일 선수들을 인터뷰해서 장문의 글을 쓴다 치자. SNS와 짧은 영상이 대세인 상황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짧고 인상적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생각한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 훈련할 때 매일 선수들이 ‘잘 자요’ 인사 영상을 올린 것도 그렇게 나왔다. 계획을 딱히 안 세우고 시작한 건데 팬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다만 한국 밤 시간에 맞춰 올리려면 현지에서 새벽 5, 6시에 일어나야 했지. 우와, 이거 너무 피곤한데 해야 되나? 고민을 엄청 했다. (웃음) 근데 45명의 선수들 다 영상을 찍었다. 그들 모두 팬들이 있을 거고 우린 그 선수들의 안녕과 안부를 팬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간 사람이니까.

일은 고되지만 팬들의 호응이 힘이 되나.
박중언
: 좋기는 하지만 사실 팬들을 너무 신경 쓰면 유명한 선수들만 다뤄야 하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가끔 어떤 선수들이 “형, 나는 왜 안 찍어줘?” 이러면 아차 싶거든. 그래서 인기순이 아니라 백업 선수들이나 그 날 경기의 포인트가 되는 선수들을 다루려고 한다. 내 입장에서는 다 좋아하는 형, 동생들이지만 그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편하게 야구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내 일이니까. 이건 사실 특별한 건 아니다. 선수들에게 쉴 공간을 보장해주는 게 프런트의 역할이니까 순리대로 가는 거다. 사람은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고 배려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선수들도 협조를 잘 해준다. 선수들에게 크롱 입단 축하영상 받을 때도 재미있었던 게, 선수들이 결혼을 안 했거나 애들이 다 큰 경우라 크롱도, 뽀로로도 잘 모른다. (웃음) 그나마 좀 알고 있었던 모창민 선수 빼고 나머지 선수들한테는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만 했는데 잘 대답해줬다. 냉정하게 선수들을 상품으로만 보지 않는 게, 마케팅을 할 때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선수들의 마음을 더 잘 열 수 있는 길이다.

신생팀이라 빨리 팀 색깔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기지 않나.

박중언
: 창단됐을 때부터 3년째 홍보팀에서 계속 일하고 있지만 지금도 하고 싶은 건 엄청 많다. 근데 범위가 있는 거다. 선수와 마케팅이 서로 ‘윈윈’하지 못하면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는 게 낫다. ‘마산야구 100년’ 행사처럼 야구 성지라 불렸던 우리만의 역사와 전통을 살릴 수 있는 기획이나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시리즈로 만드는 단편 다큐멘터리도 그렇게 나왔다. 구단의 자산을 우리만의 콘텐츠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거지. 물론 기존 미디어의 콘텐츠에서 많이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맨유 TV가 있지 않나. 우리도 그 단계를 밟고 있는 거다.

3년 동안 일을 해오면서 이게 NC만의 색깔이라고 생각된 게 있나.
박중언
: 옛날에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근데 일을 해가면서 선배 구단들이 왜 못 했고 안 했는지를 점점 알게 됐다. 그분들이 해놓은 걸 다 보고 해야 한단 생각이 들더라. 다만 NC는 담당자들이 뭘 하겠다 하면 웬만하면 다 알아서 하게 둔다. 급하면 공문이 아니라 문자로도 바로 의사결정이 되고 직원들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니까 오히려 책임감이 생긴다. 현장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바로 올릴 때도 짧은 순간에 혹시 내가 이 사진을 올리면 ‘이 선수의 전 소속 팀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부터 그 선수의 가족에게 미칠 영향까지 생각한다.

신경 쓸 일이 그만큼 많아지는 건데 힘들지는 않나.
박중언
: 자율성을 보장해주니까 일이 아니라 내 걸 한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웃음) 후회를 하면 슬프지 않나. 난 체대를 졸업하고 체육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벌써 이룬 사람이기도 하다. 체대 졸업한 사람들의 꿈은 대부분 체육 선생님 아니면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들어가 공무원 되는 거 혹은 프로 구단에 오는 거다. 근데 난 농구 구단에 있다가 씨름 협회, F1 홍보대행사를 거쳐 이곳에 왔으니 꿈을 이룬 거지. 더구나 야구는 보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스포츠였다. 그리고 사실 야구단의 마케팅이나 홍보는 미디어를 위한 개념이 되게 세다. 다이노스도 그걸 피하지 못하지만 홍보 일을 하며 선수나 팬들을 위한 자그마한 소통을 하니까 재미있다.

신생팀에 가까운 곳에서 홍보 일을 하며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
박중언
: 내가 내린 의사결정이 팀의 프로세스가 될 때. 홍보팀은 팀장님과 나, 이렇게 두 명으로 출발해 지금 5명이 됐다. 다른 대기업이나 프로팀의 홍보 기법은 전혀 모르지만 여기에서는 내가 하고 있는 게 프로세스로 내려오고 있는 거다. 난 평범한 사람인데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 스포츠 중에서, 그리고 작년까지 이슈가 됐던 팀에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그 이슈가 내 머릿속에서 나왔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게 이뤄지고 팀이 아무 탈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거. 그게 좋다.

팀의 성적과 별개로 프런트의 목표가 있다면 뭘까.
박중언
: 그걸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성범 선수 인터뷰 때문에 미국에 갔다가 추신수 선수를 만나서 직접 물어봤다. “좋은 프런트란 뭐예요?”라고. 선수들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구단이라고 하시더라. 사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난 좀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박찬호 선수에게도 똑같이 물어봤는데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더라. 선수들이 시즌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거다. 결국 마케팅팀은 붐업을 해서 선수들이 응원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운영팀은 선수들 체력관리 잘하고, 홍보팀은 선수들이 신경 안 쓸 수 있는 기사나 좋은 이미지를 잘 만들고. 이렇게 자기 파트의 일을 각자가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마케팅도, 홍보도 좋지만 선수들이 우선인 것. 이 목표는 3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유효할 거다.

그 안에서 뭘 이루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박중언
: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제일 좋다. 선수들도 인터뷰가 있으면 훈련에 방해 안 받는 선에서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기자님들이 오면 시끄럽게 하거나 뭔가를 안 해주거나 튀거나 하지 않고 편하게 일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 일이다. 그런 거 조율하려면 신경 쓸 것도 많고 싸워야 할 것도 많지만, 그 사람들이 여기 왜 왔는지를 생각하면 쉬운 것 같다. 정의, 명예, 존중이 구단 캐치프라이즈인데, 그 말대로 가는 거다. 어디에든 갖다 붙일 수 있는 말이라 허무할 수 있지만 그만큼 일할 때 좋은 게 없다. 팬 수천 명 다 챙기고 인사할 수 없더라도 그분들을 존중하면서 일을 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니까.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그렇게 계속 일하고 싶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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