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 포 쉐어링>, 인내로 숙성된 마크 러팔로

2014.07.24


상품 설명

오랫동안 헐크는 폭탄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분출하는 에너지에 집중한 <헐크>도, 얌전한 배너 박사가 만들어내는 대비에 초점을 맞춘 <인크레더블 헐크>도 크게 각광받지는 못했다. 그다음 등장한 <어벤져스>의 헐크가 환영받은 것은 다만 특수효과나 캐릭터들의 앙상블 덕분만은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배너 박사는 분노할까 노심초사하는 대신 “항상 화가 나 있는” 상태이며, 인물의 능력은 헐크의 ‘초인적인 힘’에서 배너의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방점의 위치를 바꾼다. 그런 점에서 마크 러팔로가 새로운 헐크로 안착하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다. 살짝 쳐진 눈썹과 어금니 아래에서 웅얼거리는 느린 말투가 상징적인 이 배우는 아주 오랫동안 할리우드의 ‘참는 자’였다. 처음 주목받은 <유 캔 카운트 온 미>에서부터 그는 울화를 속으로 삭이고 진심을 좀처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그가 연기한 수많은 수사관들은 정의의 사도나 거친 심판관보다는 절박함에 지친 인물에 가까웠다. 제법 많은 로맨틱 무비에서도 그는 대부분 어딘가 우울하고 주저하는 남자를 그려내곤 했으며, 심지어 개봉을 앞둔 <땡스 포 쉐어링>에서 마크 러팔로는 섹스 중독 치유 모임의 모범 회원으로 등장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섹스에 관한 배너 박사와 헐크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인 셈이다.

그런 마크 러팔로의 ‘인내의 역사’는 영화 밖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무명 시절 800번의 오디션에서 낙방했던 그는 작은 극단을 꾸리면서 동시에 생계를 위해 바텐더로 일을 해야 했다. 첫 아이가 태어나던 무렵에는 뇌종양 수술을 받느라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싸인>에 출연할 기회를 포기해야 했고 결국 한쪽 청력을 잃었다. 인생은 혹독했고 성공은 더뎠다. 그러나 굼떠 보일 정도로 진지한 그는 도망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으며,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갈채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감독 데뷔작인 <미라클맨>, 유쾌한 바람둥이를 연기한 <에브리바디 올라잇>, 동성애 인권 운동가로서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연기를 선보인 <더 노멀 하트>를 거치는 동안 마크 러팔로의 세계는 잘 익은 열매처럼 섬세하게 깊이를 확장해갔다. 오래 견딘 배우의 시간에는 믿음직스러운 과즙이 가득하다. 그리고 숙성의 시간을 지켜본 관객들이 할 말은 많지 않다. 땡스 포 쉐어링.

성분 표시
우정 40%
<미라클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쏜턴은 이 영화의 각본가이기도 하다.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그는 자신이 출연할 수 있는 영화를 기다리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에 이르렀고, 오랜 친구로서 그가 연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마크 러팔로는 영화에 배우와 감독으로 참여해 격려를 완성했다. 성실하며 따뜻한 마크 러팔로는 동료들을 쉽게 친구로 만드는데, <조디악>에 함께 출연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마찬가지다. <어벤져스>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을 상담하는 마크 러팔로에게 흔쾌히 합류를 권한 그는 자신의 인터뷰에서조차 틈틈이 헐크가 아닌 마크 러팔로를 칭찬하며 그와의 돈독한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애 30%
오랜 무명 기간 동안 마크 러팔로는 비버리힐스에서 유명한 헤어디자이너였던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스캇 러팔로의 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동생은 의문의 총기사고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마크 러팔로는 끝나지 않는 인생의 악재에 괴로워했다. 이 무렵 심신이 지쳐 있었던 마크 러팔로는 심지어 연기를 그만두고 연출가로의 전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는데,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가능케 한 <에브리바디 올라잇>의 출연을 계기로 다시금 배우로서 열정을 확신했다. 그리고 마크 러팔로는 자신이 연기한 폴에 대해 “동생 스캇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줍음 30%
<인 더 컷>에서 <더 노멀 하트>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마크 러팔로는 제법 많은 영화에서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는 것보다 죽는 연기를 하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남자다. <인 더 컷>을 찍으며 만난 그의 부인 역시 수줍은 이 남자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과감하게 프러포즈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급 주의
파티에 초대하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볼 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 성대모사 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벤져스> 팬들의 음흉한 판타지에 장단 맞춰 농담을 할 정도로 상당한 유머 센스를 가졌다. 그러나 <이터널 선샤인>에서 팬티 바람으로 선보인 배치기 댄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의 마이클 잭슨 댄스를 떠올리면 우리들의 만남은 전화로도 충분할 것 같다.

어차피 파티는 좋아하지도 않을 사람
환경보호 단체를 설립하고, 특히 가스, 석유 시추 방법과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정도로 마크 러팔로는 엄격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환경운동에 관여한다. 뿐만 아니라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 당시에도 현장에 등장해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고, 동성 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어벤져스’와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지키기 바쁜 그에게 파티는 아무래도 뒷전일 수밖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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