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꿈꾸는 페기 소여

2014.07.23
<브로드웨이 42번가>(이하 <42번가>)는 스물두 살의 뮤지컬배우 지망생 페기 소여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바닥을 친 자신감 때문에 오디션을 놓치고, 우연한 기회에 실력을 드러내 기회를 얻고, 친구를 만나고, 사고를 치고, 그동안 쌓은 실력으로 결국 주인공을 따낸다. 꿈을 향한 열정과 성공이라는 키워드는 다소 진부해 보이지만, 페기 소여 역을 맡은 최우리는 안다. 이 진부해 보이는 단어가 왜 그렇게도 클래식의 가치를 지니는지를. 그가 곧 페기 소여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나이에 앙상블로 데뷔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를 다져온 사람. 그래서 “앙상블로 시작해서 주인공이 되는 과정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일 수 있는 내용인데 이제는 그 보편성이 많이 줄어든 것 같고, 그래서 그 보편성이 되게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최우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1. 뮤지컬배우입니까?
Yes.
2004년 <그리스>로 데뷔해, <톡식히어로>, <넌센세이션>, <리걸리 블론드> 등을 했고 지금은 이츠학과 페기 소여로 <헤드윅>, <42번가>에 출연 중이다.

2. 춤을 춥니까?
Yes.
<42번가>에는 탭댄스가 많다. 대학교 때부터 간간이 배운 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배운 건 처음이다. 과거에 배웠던 경험이 있어서 난 몸이 기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 배워보니 내가 하던 탭은 탭이 아니었더라고. (웃음) 게다가 탭은 아주 기본적인 스텝으로 많은 조합이 만들어지는 거라 아직까지도 기본기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기본을 열심히 하면 어려운 것도 수월하겠지 하는 희망으로.

3. 리듬감이 좋습니까?
No.
평소 음악 듣고 춤추는 거랑은 또 다르게, 탭은 정말 정확해야 한다. 처음에 안무 선생님이 왜 그렇게 리듬에 대해 강조했는지를 알겠더라. 옛날에 피아노 배울 때 박자 공부한다고 스케치북에 그리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것처럼 박자를 하나하나 익혔다. 메트로놈 틀어놓고 입으로 리듬 맞추고.

4. 습득력이 좋은 편입니까?
Yes.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공연해야 돼서 배우는 건 빠르고 취미로 하는 건 안 는다. (웃음) 이번 <헤드윅>에서도 이츠학들 피아노 다 치라고 해서 <42번가> 연습하면서 새벽에는 피아노 배우러 다니고 그랬다.

5. 책임감이 강합니까?
Yes.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결과와 상관없이 내가 기본적으로 뒤에서 준비해야 되는 모든 것들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좋아하는 연출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혼자 추억 만들자고 이 일을 하면 안 된다.” 물론 뮤지컬은 호기심으로 접하게 됐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이걸로 돈을 받고 관객들을 만나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

6. 추진력이 좋습니까?
Yes.
<42번가> 같은 경우도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작품이라 원서를 내고 오디션을 봐서 하게 된 케이스다. 대학교 1학년 때 (조)승우 오빠, (윤)공주 언니, (이)정미, (박)해수 오빠가 있던 동아리에서 뮤지컬을 처음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던 노래, 춤, 연기가 다 한꺼번에 있어서 빠져들었고, 대학교 2학년 때 <그리스> 오디션을 보고 사회생활을 처음 하게 됐다. 뭣 모르고 그냥 용기 있게. (웃음) 고민은 많이 하지만 결정할 때는 후회 없이 확 한다.

7. 유연한 편입니까?
Yes.
2008년에는 한창 역할도 하던 때였는데 스윙(앙상블 배우가 다치거나 그들이 커버로 주·조연급 배역을 연기할 때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이라도 괜찮다면 공부할 마음으로 해보라는 제안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던 적이 있다. 그게 <맨 오브 라만차>(이하 <라만차>)였는데 하길 너무 잘했던 것 같다. 다른 작품에서 스윙은 무대에 거의 서지 못하고 늘 대기하는 편인데, <라만차>는 무대에 스윙까지 모두 올라갔었다. 50~60회가량을 매일매일 무대에서 무대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워낙 좋은 분들이 하기도 했고 작품이 좋기도 해서 단 한 번도 지루했던 적이 없었다. 이번에 보니까 그때 당시 나는 정말 하나도 안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 왜 그렇게 설정을 해서 앉아 있었지? 라는 생각은 들더라. (웃음)

사진제공. CJ E&M

8. 스스로를 잘 믿는 편입니까?
No.
이 일에 정답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뭔가 스스로의 기준을 정할 만한 레벨이면 참 좋겠지만, 눈에 보이는 선이나 모양이 있는 게 아니니까. 메기 역을 맡은 (임)진아 언니랑 같은 방을 쓰는데, 언니도 소심하고 나도 좀 소심해서 서로 칭찬해주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의심병을 없애야 한다고. (웃음)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공감이 더 중요한 거니까 가까운 사람들한테 나랑 공감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9. 도움을 받은 이가 있습니까?
Yes.
<42번가>를 준비하면서 정체기 같은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부 스태프들이 경험이 많아서 페기들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리듬을 너무 잘 알고 계셨다. 발이 아프면 어디가 아프고 왜 아픈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셔서 연습일지 맨 앞에 “안무선생님 말을 성경처럼 믿자”고 써 놨다. (웃음) <42번가>에서도 선배님들과 함께 공연을 하는데, 2010년에도 나이 차 많이 나는 선배님들과 <넌센세이션>을 했던 적이 있다. 여전히 열심히 하시고 무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배님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기대고 고민을 털어놓고 또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굉장히 좋다.

10. 긍정적입니까?
No.
그동안 밝은 역을 많이 했지만, 그 배역들은 모두 아픈 구석이 있었다. 상처가 있지만 밖으로는 밝게 보이는 역. 그게 내 장점인 것 같다. 긍정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무기라면 무기겠지.

11. 공감 능력이 좋습니까?
Yes.
페기 소여의 경우에는 전부 다 공감이 간다. 오디션 보러 가서 주눅 드는 거나, 눈앞에서 뮤지컬스타를 보는 것, 사람들이랑 친해져 가는 과정, 앙상블 하면서 본의 아니게 줄을 못 맞추게 되는 상황, 첫 주연이 됐을 때의 그 설렘, 이 길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정말 아주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도 다 내가 경험한 것과 같다. 같이 페기를 하는 (전)예지를 보고도 많이 배운다. 예지가 딱 그 나이, 그 경력이라 완전 라이브이기 때문에. (웃음)

12. 긴장감을 즐깁니까?
Yes.
너무 좋아하던 작품을 하게 됐지만 아직도 만날 처음 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넌 왜 아직도 그렇게 소심하게 떠느냐고 하는데 나는 그 설렘이 좋다. 설렘과 안정감 중 뭘 선택할 거냐고 물어도 역시 설렘이다. 긴장감을 갖고 사는 게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좋은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에 안정적인 누군가도 무언가 설렘을 찾으니까 그걸 애써 찾기보다는 설렘이 생길 때 즐기는 게 낫다. 남경주 선배님도 그러셨다. 부담스럽고 불안할 때 사람에게서 제일 좋은 게 나온다고. 그걸 믿고 가려고 한다.

13. 꿈꾸는 미래가 있습니까?
Yes.
라이선스 작품과 밝은 캐릭터를 주로 하다 보니 한동안 연기 폭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내가 금발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면 난 배우를 할 수 없는 건가? 이 고민이 한참 됐을 때 아는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내가 보기엔 넌 되게 다양한 걸 하는데 왜 하나만 한다고 생각하냐. 네가 계속 똑같은 것만 했다면 어떻게 이렇게 계속 공연을 할 수 있겠어?” 그때 알았다. 내 시야가 좁았구나. 내가 할 수 있고 사람들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려 한다. 그래도 <라만차>의 알돈자는 꼭 해보고 싶다. 연륜이 더 쌓이고 준비가 됐을 때 어둡고 슬픈 상처를 가진 사람의 아픔을 표현해보고 싶다.

14.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편입니까?
No.
언제나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하는 편은 아닌데, 배우를 안 하게 되는 날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다. 그만둬야지! 이게 아니고 배우라는 직업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가 오니까. 유독 연예인들이랑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들이 해준 얘기이기도 하다.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려오는 것, 그리고 내려놓는 것에 대한 준비를 잘해야 된다고.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의지와 다르게 못 하게 될 때 내 마음가짐을 다잡으려고 각오하고 있다. 연기뿐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든 간에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15. 마지막으로, 당신은 누구십니까?
최우리.
1982년생. 후회 없이 살고 싶은 사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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