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① 다름을 다룹니다

2014.07.22
무더운 여름날, 괴로운 월요일, 그들이 왔다. 가나에서 호주까지, 프로게이머부터 카 딜러까지, 성격도 문화권도 너무나 다른 11개국 출신의 남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JTBC <비정상회담>이 시작과 동시에 쾌조를 보이고 있다. KBS <미녀들의 수다> 종영 이후 5년, 미녀가 미남으로 바뀐 것 외에 <비정상회담>이 바꾼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이 쇼가 ‘먹히는’ 비결과 아슬아슬한 지점은 무엇일까. 모처럼 평일 예능의 대어가 될지도 모르는 <비정상회담>의 첫걸음을 <아이즈>가 들여다봤다. 열한 명 ‘비정상’들의 매력을 타입별로 분석하고, 호주에서 온 다니엘과 벨기에에서 온 줄리안을 만나 회담의 막전막후를 들었다.


JTBC <비정상회담> 첫 회에서 MC 성시경은 회식 때 한우를 쏘겠다고 선언했다. 친했던 한국인에게 사기당한 돈을 찾게 된다면 한우로 세 끼를 다 먹고 싶다는 기욤 패트리(캐나다)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라마단 기간이라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에네스 카야(터키)를 위해 메뉴를 감자탕으로 변경했기 때문이었다. <비정상회담> 페이스북에는 이날 회식의 사진과 함께 “단체 채팅방에서 한우 논쟁 끝에 결국 카야를 존중해 다른 음식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단지 회식메뉴가 바뀐 것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다름’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의견을 주고받고, 결국엔 그 삶의 방식을 존중하도록 노력했다는 면에서 이 에피소드는 상징적이다. <비정상회담>은 바로 그 ‘차이’를 다루는 예능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이 예능에 출연하는 것 자체는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 다수의 외국인들이 스튜디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은 이미 <미녀들의 수다>에서 장점과 한계를 모두 드러냈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은 그보다 지난해 JTBC로부터 시작된 예능의 새로운 흐름, 토론(<썰전>)과 연애에 대한 남자들의 수다(<마녀사냥>) 형식을 영리하게 믹스한 토크쇼에 가깝다. 게스트로 장동민이 출연해 ‘소시지 파티’라는 농담마저 나온 첫 회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남자들만 모여 있는 스튜디오 안에서 일종의 심리적 무장해제가 이루어진 덕분이었다. 또한 <미녀들의 수다>가 외부의 시선을 통해 한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일종의 강박증마저 드러내며 오리엔탈리즘을 내면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던 반면, <비정상회담>은 ‘한국’이라는 깔때기를 내려놓고 각기 다른 입장들을 서로 부딪치게 만든다. “<비정상회담>의 공식 언어는 한국어지만 여러 개의 시선이 들어가 있다. 한국의 문제를 넘어서서 20~30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세계의 시선으로 보고 싶었다”는 임정아 PD의 말대로, 출연자들에게 제시되는 안건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나 혼전 동거 등 젊은 세대 공통의 화두다. 그리고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호주 등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출연자들이 얌전히 ‘답변’하는 대신 첨예하게 논쟁을 벌이면서 속마음을 드러내고 차이를 확인하는 순간 이 쇼의 재미가 발생한다.

그래서 기존의 예능에서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 다른 누구였다면 <비정상회담>의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인이건 가나인이건 미국인이건 모두가 동등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줄리안 퀸타르트(벨기에)가 퀘벡 출신 기욤 패트리의 프랑스어에 대해 ‘사투리’라고 놀리자, 어차피 로빈 데이아나(프랑스) 입장에서 보면 둘 다 사투리를 쓰는 셈이라는 지적에 이어 “왜 고유 언어 없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이 던져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그 너머의 세계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는 네덜란드 사람이고 어머니는 파푸아 뉴기니 사람”이라는 호주인 다니엘 스눅스나, 한 국가 안에서도 종족에 따라 문화가 다른 아프리카의 아샨티족 소속 가나인 샘 오취리를 통해 좀 더 복잡한 차이의 결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차이들은 결국 <비정상회담>의 출연자들이 국가를 대표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개인들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다.


미성년자의 독립 문제를 둘러싼 이들의 토론은 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대로부터 내려온 이슬람 문화에 삶의 바탕을 둔 에네스 카야가 <비정상회담> 안에서 강경보수에 가까운 입장이라면, 그 반대 극에는 “나이가 뭐가 중요하냐”(다니엘 스눅스)나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다”(줄리안 퀸타르트) 같은 의견이 있지만 이 두 사람의 시각이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보수적이면서도 보다 합리적인 시각을 지닌 타일러 라쉬(미국)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의 실패 또한 자신이 통제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단지 ‘찬성’과 ‘반대’로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결론에 이르더라도 각자 사고하는 경로가 어떻게 다른가가 토론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차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억지로 서로를 동화시키려 들지 않음으로써 호응을 얻은 <비정상회담>이 재미와 함께 일정 수준의 정치적바름을 요구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니, 이 쇼의 재미는 바로 정치적 올바름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 잡기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첫 방송 이후, 2회 게스트였던 미스코리아 정소라와 코미디언 이국주의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비교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그동안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사용되어 온 진행 방식은 싸늘한 반응에 부딪혔다. 출연자의 피부색이나 외모의 약점을 농담의 소재로 삼은 MC 전현무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지금까지는, 혹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통용되었던 무신경함이 <비정상회담>에서는 눈에 띄는 균열을 일으킨다. 계급장 떼고 부딪히되 동등하게 발언하고 차이를 존중한다는 암묵적 룰 위에서 <비정상회담> 고유의 재미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무 외국에게나 “두 유 노우 강남 스타일?”이라고 묻는 행위가 조롱받는 시대에 등장한 예능, <비정상회담>은 과연 ‘미남들의 수다’를 뛰어넘는 새로운 길을 향해 갈 수 있을까. 스튜디오의 열기가 뜨거워질 때마다 ‘손에 손잡고’를 부르는 ‘비정상’들의 어깨에 꽤 무거운 짐이 얹혔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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