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② 다니엘·줄리안 “<비정상회담>에서 내 역할을 내가 만들 수 있어서 좋다”

2014.07.22

첫 방송 만에 이렇게 화제가 된 프로그램은 오랜만이다. 첫 화에 종편으로서는 쉽지 않은 1.8% 시청률을 기록한 JTBC <비정상회담>은 포털 검색어 순위 상단에 이름을 계속 올려놓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입소문을 탄 2회에는 2%의 시청률을 넘겼다. 같은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 <마녀사냥>이 2% 후반대라는 걸 생각하면 굉장한 선전이다. 방송 전에는 남성판 KBS <미녀들의 수다> 정도로 예상됐던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을 모아 그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과 동거와 같은 주제에 대한 각국 청년들의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방송에 대한 관심은 그대로 각각의 출연자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갔고, 특히 첫 화에서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문제에 대해 한국의 일반적인 시각보다 급진적인 태도로 격렬히 토론에 참여했던 다니엘 스눅스(이하 다니엘)와 줄리안 퀸타르트(이하 줄리안)는 화사한 외모를 차치하고도 시청자의 눈에 또렷이 각인됐다. 과연 그들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시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두 사람에게 지금 이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청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인터뷰가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줄리안 퀸타르트(왼쪽), 다니엘 스눅스.

서로 집이 가까워서 원래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줄리안
: 다니엘이 친구의 친구여서 집에도 놀러 온 적이 있었다. 따로 본 적은 없었지만 자주 보는 사이였다. 그리고 에네스 카야(이하 에네스)와 샘 오취리는 방송 때문에 알게 되어서 가끔 만난다.
다니엘: 가족들을 보러 잠깐 호주에 머물 때 <비정상회담> 오디션을 영상 채팅으로 봤다. 그래서 같이 한다는 걸 몰랐었는데, 게스트들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 줄리안이 있는 거다. 그동안 모델만 해봐서 방송 일을 걱정했었는데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는 사이인데도 <비정상회담> 첫 회 때는 상당한 설전이 오갔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다니엘
: 방송보다 더 재미있다. 첫 방송에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 사람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긴 했지만 이 프로그램에선 그런 의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첫 회 때는 좀 불편한 게 있었지만, 그 뒤에 회식을 하면서 친해져서 많이 편해졌다.
줄리안: MC분들이 리드를 잘 해준다. 다른 방송들은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여기에선 한국말이 서툴러도 의견을 다 말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가끔 의견이 충돌할 때는 “그게 아니지!” 하면서 끼어들어 중재하기도 하고. 그리고 비슷한 포맷의 <미녀들의 수다>는 일렬로 층층이 앉아서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우리는 바로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얼굴, 표정도 다 보이고 서로 대화가 더 원활하게 된다.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의견을 듣고,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 


줄리안은 <비정상회담> 말고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나. 그런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줄리안
: 처음에 방송을 10년 전, 어린 나이에 시작했고, 재미도 있었다. 그때는 방송으로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말을 잘해도 MC나 개그맨만큼 할 수 없고 연기도 역할이 한정적이다. 방송에서도 ‘연예인’과 ‘외국인’이라고 구분해서 말한다. 외국인에게 부여된 역할은, 말하자면 ‘웃기는 외국인’이라 약간 광대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김치가 너무 매웠는데 이제는 잘 먹는다” 이런 식의 말을 바란다. 나는 솔직히 설렁탕에 같이 나오는 생김치는 엄청 좋아하지만, 그냥 김치는 100%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반면 <비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인들이 원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아닌 내 생각을 말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 안에서 내 역할을 내가 만들 수 있어서 좋다.
다니엘: 처음 <비정상회담> 오디션을 볼 때 “한국에서 가장 신기한 물건은?” 이런 걸 질문했었다. 실망할 뻔했다. (웃음) 하지만 본 방송에 들어가니 가족, 교육 등 깊은 이야기를 한다.

토론을 해야 하는데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하느라 본인의 생각을 조리 있게 밝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
다니엘
: 굉장히 답답하다. 호주에 있을 때 한국인 여자친구에게 한국어를 배운 정도고, 따로 공부한 건 아니다. 어려운 말은 가끔씩 물어봐야 하고, 대본도 공부하듯 봐야 한다. 그에 반해 에네스나 타일러 라쉬(이하 타일러)는 장난 아니다. (웃음)
줄리안: 타일러 같은 사람은 처음 봤다. 자기는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못해서 일반 회화에 약하고 어려운 말만 안다고 하는데, 내가 되게 우회해서 설명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정확한 단어를 알고 있어서 존경하고 있다.

자극이 되겠다.
줄리안
: 자극이 되지. 전에는 한국어 공부를 많이 했지만 먹고사는 데 무리 없을 정도의 회화가 가능해지자 더는 배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비정상회담>을 하며 내 말을 좀 더 정리할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네스는 자기 생각을 말로 잘 정리해서 더 잘 듣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나도 반대 의견에 대해 더 잘 정리해서 답변하고 싶다. 이제 이 프로그램 때문에 외국인의 한국어 실력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준도 높아질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내가 “안녕하세요” 이러면 “와! 한국말 잘한다!” 이랬는데, 이제 이 프로그램 때문에 “안녕하세요. 저는 줄리안입니다” 이 정도 이상은 들어봐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바뀔 거 같다. 외국에서 “Hi” 이런다고 “You are very good at English!” 이렇게 말하진 않으니까. (웃음)
다니엘: 이제 제대로 한국어 공부를 하려고 한다. 한국에 온 지는 이제 1년 반이다. 주변 친구들이 내가 한국말 하는 거 보면 “정말 잘한다. 신기하다”라고 말했었는데, <비정상회담>에 와보니 나는 잘하는 게 아니었다.

꼭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토론해본 경험은 많이 있나.
줄리안
: 벨기에에서는 평상시나 술자리에서나 정치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방송에서도 한 프로그램에 개그맨, 시인, 가수, 정치인이 다 나오고, 이들이 토론을 하기도 한다. 한국 방송을 보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은 재미없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깊이가 없는 경우가 있다. 개그맨이 TV에서 정치이야기도 할 수 있고 사회 비판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게 많지 않아서 아쉽다.

방송이나 토론 문화의 차이처럼, 한국에서 느낀 이질감이나 예상과 다른 점들은 없었나.

줄리안
: 사실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온 건 아니었다. 내가 한국에 오고 2~3년 뒤에나 벨기에에서 한국의 영화, 음악이 소개되기 시작했으니까. 처음에 어머니에게 한국을 간다고 했을 때 한국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한국? 왜?” 이러셨다. (웃음) 특별히 예상하거나 기대한 건 없었다. 다만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아시아계의 라틴족이라고 할 만큼 잘 논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왔는데 실제로 그렇더라. 한국 관광 온다고 하면 나는 소개하고 싶은 게 한국 사람이다. 아버지도 한국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잘 대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
다니엘: 작년 4월에 한국에 왔는데 그때는 부산에 있었다. 한국 어른들은 특히 문신을 안 좋아하셔서 나를 안 좋게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인 여자친구 부모님을 만날 땐 문신이 보일 수 있으니 악수는 안 하고, 안아주고 볼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다시 앉을 때는 손을 감췄다. 착하게 보이려고. 내가 느끼기에 나이 드신 분들이 나랑 5분만 이야기하면 좋아하는데, 내 이미지는 안 좋아한다. (웃음)

문신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에선 남의 시선에 민감하고, 또 민감하길 요구할 때가 있다.
줄리안
: 누가 문신이 있는 걸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싶다. 불편하면 다른 걸 보면 되는데. 그리고 그건 한국인만의 특성은 아닌 것 같다. 미국도 작은 도시에서는 남의 이야기를 엄청 신경 쓴다. “누가 ~했다” 이런 식으로 뒷말하고, 스위스에서도 잔디를 안 깎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것도 남의 눈 때문이지 않나.

남의 눈치를 볼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새로 시작하는 건 두려운 일 아닌가.
줄리안
: 어딜 가나 어렵다. 내가 생각해서 어렵다면 어려운 거고, 내가 생각하기에 쉽다면 쉬운 거고. 그냥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다니엘: 나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 바텐더였다. 일은 힘들지 않았는데 돈은 안 되더라. (웃음) 그때도 너무 힘들면 “다시 집에 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이 왔으니까. 여기서 실패해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비정상회담>에서 본인들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도 한국 시청자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나.
줄리안
: 2회 방송 때문에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솔직히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 없다. 어떻게 100% 다 마음에 드나.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마음에 안 드는 점도 볼 수 있지만 그걸 서로 이해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다니엘: 우리가 한국에 대해서 비판하는 부분이 있어도 그게 한국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우리가 한국을 이렇게 생각한다, 정도인 거다.
줄리안: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 비판할 수 있고, 벨기에에 있으면서 벨기에를 비판할 수 있다. 모든 나라가 다 좋을 순 없다. 천국은 아니니까.
다니엘: 한국이 좋아서 있는 거다. 안 좋았으면 도망갔지.

그런 면에서 <비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문화의 어떤 부분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듣고 싶기도 하다.
줄리안
: 나는 형-동생 문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형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거리감 때문에 그 사람하고 친해질 수 없다. 형-동생 문화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거리감은 안 좋다. 또 어린 사람들에게도 배울 게 있는데, 형-동생이 되면 그런 걸 못 배운다. 벨기에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무시하는 경향도 있어서 어른을 공경하는 점은 좋아 보이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건 별로다.
다니엘: 호주도 나이는 신경 안 쓴다. 내 베스트프렌드는 에네스보다 나이가 많다. 한국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 존댓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21살이다 보니 모두에게 존댓말을 해야 해서 어렵다.
줄리안: 다니엘이 편한 게, 어리니까 그냥 다 형, 누나라고 부르고 이름을 기억 못 해도 되는데, 나이가 들면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웃음)
다니엘: 아직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적응은 안 되지만, 그래도 한국 문화니까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게 잘 발달한 것 같다.
줄리안
: 중학교 때 1학년을 2주일 만에 졸업해서 1년 빨리 2학년으로 갔다. 그러다 보니 키도 작고 그래서 왕따 같은 걸 당한 적이 있었다. 혼자 있는 기분이 뭔지 아니까 남에게 먼저 말도 걸고, 누군가 혼자 있으면 같이 어울리려고도 한다. 그리고 형, 누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2년 동안 외국에서 살았는데 나에게 항상 “네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해줬었다.
다니엘: 나는 굉장히 조용한 성격이었다. 14살 때부터 몸에 문신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어려워해서 인기가 없었다. 아버지도 누나도 다 문신이 있고, 내 몸에 잉크가 들어오는 게 너무 신기해서 문신을 한 것뿐인데. 한국에 와서도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먼저 말을 걸지 않았지만 이제 모델 일도 하고 방송도 하니까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줄리안을 비롯해 많은 사람도 만나서 실제로 성격이 바뀌고 있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

<비정상회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데, 그게 본인들을 좋은 사람을 만들어주는 기회가 될까.
줄리안
: 나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이 그래서 그랬구나. 나에게 인사를 차갑게 했던 게 문화가 그래서 그런 거구나. 이런 걸 이해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다니엘: 모두의 생각이 다르다. 나는 에네스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에네스가 저렇게 생각하는 건 인정한다. 그의 의견은 싫지만 존중(respect)은 해줘야 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도 어떻게 사람을 이해하고, 어떻게 사람을 보느냐를 배우는 것 같다.

혹 이걸 다루면 더 많이 배우겠다 싶은 주제가 있나.
다니엘
: 문신? (웃음) 솔직히 모르겠다. 어떤 주제를 선택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슨 주제를 다루든지 서로 다른 생각으로 토론할 수 있을 테니까.
줄리안: 주제는 시작점일 뿐이다. 서로서로 의견을 물어보고, 그다음에 각 나라의 문화와 출연자들의 생각을 듣는 게 중요하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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