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부터 씨잼까지, <쇼 미 더 머니 3> 래퍼 7인을 평가하다

2014.07.21
유난히 잡음이 많은 시즌이다. 이제 막 3회 방송을 끝냈을 뿐이지만, 참가자 육지담의 일진설부터 스내키 챈, 타래를 둘러싼 ‘악마의 편집’ 논란까지 Mnet <쇼 미 더 머니 3>는 좀처럼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러나 결국 논란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참가자들의 실력이다. <쇼 미 더 머니>가 앞으로도 계속 힘을 가지려면 이번 시즌을 통해 얼마나 더 뛰어난 래퍼가 발굴되는가가 관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3차 예선이 종료된 현재, 힙합 전문 평론가 김봉현이 생존자 스물세 명 중 눈에 띄는 일곱 명을 골라 그들의 랩을 평가했다. 더불어 각각의 래퍼들과 잘 어울릴 것 같은 프로듀서들도 추천했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는 아리송했다면, 이 글이 앞으로의 경연을 지켜보는 데 가이드가 돼 줄지도 모르겠다.
 


바비, YG의 후광뿐 만은 아니다
대형 기획사의 후광이 어쩔 수 없이 작용은 하겠지만 반대로 대형 기획사의 이름값 밖에 없다고 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방송된 화면을 기준으로) 바비는 예선에서 웅변이 아닌 랩 같은 랩을 구사한 많지 않은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여담이지만 타래가 밑천 운운하며 비웃을 때 뭔가 상황이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화려한 플로우를 즐겨 구사하는 듯 보이고, 아직 덜 다듬어진 것 같기는 해도 리듬과 라임을 간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참고로 비유를 위해 여러 레퍼런스를 랩에 등장시키는데, 라킴이나 번비 등의 이름을 입에 담는 광경은 흥미롭다. 라킴과 번비의 랩으로 랩의 구조와 표현을 익혔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선생님은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

추천 프로듀서: 더 콰이엇과 도끼. 같은 회사인 타블로와 마스터우보다도 은근히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블링블링’하고 ‘요즘 느낌’이 강하다는 면에서.


키썸, 실력이 외모를 못 따라 간다
예선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상했다. 스윙스에게 영향을 받은 듯한 어울리지 않는 포효는 랩의 리듬을 모두 흐트러뜨려서 이게 랩인지 웅변인지 헷갈렸다. 그런가하면 2회에서 보여준 무대는 너무 평범했다. 단조롭고 구식으로 들리는 랩이었다. 3회가니, 이제는 아예 평가할 대상이 되는 랩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스윙스의 충고가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성급하게 결론내리기보다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분명히 기억할만한 결과물이 꽤 있다. <쇼 미 더 머니 3>에서 드러난 수준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니키 미나즈를 커버한 곡은 그럴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든 라이브든 키썸의 랩은 랩이라기보다는 악센트 강한 내레이션처럼 들린다. 외모를 향한 세간의 관심보다 실력이 부족한 것이 맞고, 이 굴레를 벗어나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추천 프로듀서: 없다. 여동생 삼고 싶은 게 아니라면야. 


졸리브이, 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윤미래를 언급하는, 또는 언급할 수밖에 없는 한국 여성 래퍼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졸리브이는 그래도 부정보다는 긍정을 말하 하는 래퍼다. 실제로 얼마 전 벌어진 여성 래퍼 3인의 디스전에서 졸리브이는 확실히 나머지 2명보다 더 나은 기량과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 디스전은 <쇼 미 더 머니 3>에서 다시 부활해 갈등 구도로 활용되었는데, 설령 타이미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졸리브이가 더 우위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회에서는 편집되어 출연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할 방법이 없지만 2회에서 보여준 졸리브이의 무대는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인상적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래퍼들의 랩 구절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논외로 한다면, 갱 스타의 ‘Full Clip’ 위로 흘렀던 졸리브이의 랩은 그가 랩의 형식미와 바이브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추천 프로듀서: 타블로와 마스타우. 이유는 다른 팀들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아서.


성장군, 랩과 캐릭터가 조화롭다
예선에서 처음에는 잘하는 듯하다가 갈수록 박자와 리듬이 무너지는 듯 보였다. 괜히 욕도 했다. 솔직히 탈락시켜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2회에서는 랩도 안정됐고 캐릭터도 드러냈다. 랩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고, 합격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성장군이 성장한 것이다. 이 글에 언급된 7명 중에서 랩 실력과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조화롭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원래(?)대로라면 모든 참가자가 성장군 정도의 기본기는 갖추고 있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랩을 이해하고 있다’는 당연한 전제 위에서 각자의 랩 스타일이나 라임 패턴, 표현 수준 등을 논해야 하는데 라임, 리듬, 플로우 같은 랩의 기본 요소를 지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슬픈 일이다.

추천 프로듀서: 스윙스와 산이. 정확히 말하면 스윙스. 이유는 얄밉고 거침없고 사람 잘 놀리는 캐릭터 때문이다. 마침 이런 부분에 대해 스윙스가 멘트를 좀 하던데, 자신의 과거를 보는 느낌은 아니었을지.


육지담, 외워서 하기에 급급하다
일단 3회 무대에서는 “하나 둘 셋” 밖에 한 게 없기 때문에 “넷”이라고 밖에 해줄 말이 없다. 또한 1회에서는 도끼의 가사를 카피했기 때문에 역시 마찬가지로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2회 무대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텐데, 심사위원 래퍼들이 그랬듯 카피한 랩으로 인해 낮아진 기대보다는 좋은 랩을 보여주었던 건 사실이다. 일단 발성이 좋다. 랩 톤도 귀에 앙칼지게 꽂히는 편이다. 라임도 구사하고 리듬도 타고 플로우도 있다. 한마디로 일상의 발화나 웅변, 타령 등과 구별되는 랩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들을수록 뭔가 버겁다. 잘한다는 느낌보다는 잘 외웠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자기 것을 체화해서 여유 있게 한다기보다는 외워놓은 것을 풀어놓기에 급급한데, 이런 맥락에서는 남의 랩을 외워서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이를 감안한다면 분명 싹수는 있어 보인다.

추천 프로듀서: 스윙스와 산이. 산이가 예뻐해 줄 것 같다. 다만 이 팀에 들어가서 스윙스의 랩을 카피한다면 그 날로 육지담을 <쇼 미 더 머니 3>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아이언, 랩과 퍼포먼스가 완성돼 있다
이 글에 언급된 7명 중에서 랩 실력과 캐릭터의 매력이 가장 조화로운 인물이 성장군이라면, 랩과 퍼포먼스가 가장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은 바로 아이언이다. 1회보다 2회가 좋았고, 2회보다 3회가 좋았다. 특히 3회 무대의 무삭제 영상을 보면 그가 3회를 통틀어 가장 잘한 인물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멜로디컬한 랩을 비롯해 랩의 강약조절이나 라임에 대한 이해가 모두 좋은 편이다. 씨잼이 어느 정도 예상된 강자였다면 아이언은 예상치 못한 발견이다. 여담이지만 예선에서 본인이 뽑아놓고 2회에서 혼자만 불합격 버튼을 누른 양동근의 모습은 늘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추천 프로듀서: 양동근. 더 콰이엇이 이미 언급했듯 외적인 분위기나 패션도 유사하고, 양동근의 자유분방한 랩 플로우와 아이언의 랩이 잘 어울릴 듯한 생각도 든다.


씨잼, 랩다운 랩을 보여 준다
씨잼은 힙합 신에서 비교적 알려져 있는 래퍼다. 재능 있는 신인으로 두각을 나타내다가 스윙스의 레이블 ‘저스트 뮤직’에 들어가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배경에 기대지 않아도 <쇼 미 더 머니 3>를 통해 드러난 씨잼의 랩은 충분히 인상적이고, 모든 참가자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그의 랩이 완성형이라는 말은 아니다. 참가자의 전체 수준이 기대보다 실망스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돋보이는 감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씨잼은 분명하게 잡힌 톤, 또렷한 발음, 랩을 일상의 발화와 구별되게 만드는 리듬과 플로우, 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그의 2007년 / 업그레이드 타임 이젠 내가 찢어”처럼 스윙스의 시끌벅적했던 데뷔와 현재 자신의 포지션을 일치시키는 가사 센스를 소유하고 있다. 취권 랩은 살리면서 올티의 퍼포먼스는 연속으로 편집하는 엠넷의 만행(?)도 씨잼에게 운이라면 운이다.

추천 프로듀서: 더 콰이엇과 도끼. 씨잼 스스로 원래는 일리네어에 들어가고 싶었다고 밝힌 만큼 이들과 좋은 시너지를 기대해볼만 하다. 씨잼, 예스잼!




목록

SPECIAL

image 장성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