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라이프>, 그들도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14.07.18

우리는 모두 매일 조금씩 죽어간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향해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죽음 이후에 어떤 삶이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아도 주장만 난무할 뿐 확실한 증거를 갖기 어렵다. 인간이 갖고 있는 지성의 한계와 믿음의 부족은 하나의 주장에 천착하는 것을 방해한다.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을 짓누른다. 췌장암에 걸렸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그곳에 가기 위해서 죽으려고 하진 않습니다.” 죽음 이후의 삶이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삶의 정수와 자기 내면의 목소리만을 취하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말라”고 했던 그는 2011년 56세의 나이로 죽었다. 출생의 비천함을 극복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놓았고 죽음을 의식하며 삶을 회복했다.

84세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60년대 최고의 잘나가는 섹시 스타였다. 두 번 결혼했고 네 명의 여성으로부터 총 7명의 자식을 낳았지만 6명의 자식을 혼외정사로 낳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를 설명하는 전부가 되도록 놔두지 않았다. 42살에 처음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자신의 영화를 찍었다. 범작과 수작을 왕복하던 그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1993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미스틱 리버> 같은 걸작을 만들었다. 이런 그를 가리켜 마이클 파킨스는 <위즈덤 라이프>에서 이렇게 말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잘나가는 배우, 뭇 여성을 열광시키는 섹시남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존경받는 감독이 돼 있을 뿐 아니라,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요. 내가 존경하는 건 그런 것입니다. 재능을 갈고닦는 것, 재능을 타고난 일에 올인하는 것.”

사진작가인 앤드루 저커먼은 65세 이상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 종교인, 작가, 예술가, 배우 51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은 <위즈덤 라이프>를 2008년 출간했다. 이들 중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제인 구달, 로버트 레드포드 등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 에드워드 케네디, 넬슨 만델라는 책이 나온 후 죽었다. 저커먼은 노장들에게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가 무엇인지 묻고 찍었다. 그들은 짧은 문장으로 삶의 정수를 말했는데, 그들의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자세는 위엄이 있고 눈빛은 강렬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맴돌고 있지만,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는 남이 가르쳐줄 수 없다’(데스몬드 투투)고, ‘예술에서든 인생에서든, 자기 느낌에 충분히 확신이 선다면 증명할 건 하나도 없으며 나는 그냥 ‘나’이면 그만’(클린트 이스트우드)이며, ‘귀는 항상 세워져 있어야 하고 눈은 항상 크게 떠져 있으면 작가가 되는 것’(나딘 고디머)이라 말했다.

인간이 죽기 전에 거론하는 후회의 목록은 비슷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산 것,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자기감정을 표현할 용기를 갖지 못한 것 따위다. 하지만 <위즈덤 라이프>에 등장하는 이들에게 이런 후회의 목록은 없다.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삶이 마라톤 경주가 아니라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빨리 달리려고 하지 않고 오래 버티려고 했다. 자신의 원칙과 결단과 꿈을 모두 동원해 참고 버텼다. 도전한다면 실패는 피할 수 없고 실패는 내가 몰랐던 것을 가르쳐주는 소중한 과정이라고 믿었다. <위즈덤 라이프>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혜의 표상’으로 넬슨 만델라를 거론했다. 2013년 96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강철 같은 의지와 필요한 기술만 있다면, 세상의 어떤 불행도 자기의 승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보다 더 여러 번 두려움을 느꼈지만, 담대함의 가면을 쓰고 두려움을 감췄습니다.” 조금 위안이 되는가. 그들도 결코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김동조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의 저자이자 평생 은퇴할 생각이 없는 투자자. 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이자 은행의 트레이더. 신간을 준비 중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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