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9>, 제작진만 춤을 모른다

2014.07.17

댄서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댄싱 9> 시즌 2의 4회에서 거미의 ‘기억상실’에 맞춰 춤을 춘 김설진과 김경민의 동영상은 현재 엠넷의 유튜브 공식채널에서만 조회수 33만 이상, 공식 페이스북에서 63,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는 K-POP 스타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댄서들이 춤 영상만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김경민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릴 만큼 안무를 주도한 김설진은 단번에 시즌 2의 MVP 후보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무대 도중 심사를 맡은 마스터들은 무슨 말을 했나. “잘하는 친구네요. 예술성이 있네요.”

<댄싱 9>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면 첫 선발전인 드래프트, 현대무용부터 스트릿 댄스까지 소화하는 올인 미션과 이전에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상대와 안무를 짜야 하는 커플 미션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연출 능력도 필요하다. 지난 시즌 참가자에서 이번 시즌 마스터가 된 하휘동처럼 마스터를 해도 충분한 능력이 있어야 하고, 김설진도 그런 실력자다. 하지만 이런 참가자들에게 마스터들은 “미치겠다” 같은 하나 마나 한 멘트를 하고, 카메라는 안무의 흐름을 끊어가며 마스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뛰어난 실력자들의 무대를 마스터가 오히려 방해하게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블루아이와 레드윙즈 두 팀으로 나뉜 마스터들은 춤 실력은 물론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해설과 관전 포인트를 적절히 짚어줄 안목이 필요하다. 레드윙즈에서는 우현영 마스터가 기술적인 부분을 해설하고 좋은 무용수, 좋은 연기에 대해 부지런히 호응을 하는 동안 다른 마스터들이 자기 의견을 보태면 된다. 그러나 블루아이에서 우현영 마스터의 역할을 해야 할 이용우 마스터는 너무 말을 아끼고, 박재범은 나이도 어리고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익숙한 탓인지 말이 많지 않다. 가장 활발한 마스터는 연장자에 캐릭터가 튀는 김수로고, 그는 춤에 대한 지식이나 안목이 거의 없다.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연기가 좋아요”뿐이다.

김수로가 <댄싱 9>의 문제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댄서 대신 연기자이자 공연 기획자인 김수로가 김설진 같은 댄서를 심사하도록 만든 제작진의 마인드다. <댄싱 9>은 발레, 현대무용, 비보잉, 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포괄하는데, 여기에 K-POP도 한 장르로 넣었다. 이민우와 박재범 등이 마스터로 참여하는 이유다. 하지만 K-POP은 <댄싱 9>에서 가장 애매한 위치에 있다. K-POP 댄스는 사실상 아이돌이 무대에서 추는 춤이고, 여기에는 재즈댄스와 얼반힙합, 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 가수의 노래와 콘셉트에 맞춰져 있는 그들의 춤은 하나의 장르로 분류하기 어렵다. 또한 K-POP 댄스를 잘 춰서 김설진과 경쟁할 수준의 댄서라면 당연히 대형 기획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K-POP 댄스로 지원해서라도 방송에 얼굴을 알리고 싶은 무명 연예인이 참가하고, 그나마도 방송스케줄이 있다며 다음 미션을 포기하는 참가자도 생긴다.


다시 말하면, <댄싱 9>은 ‘춤의 대중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춤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춤을 예능적인 재미에 욱여넣는다. 드래프트에서 국내 최고의 무용단 댄서들이 참여하는 와중에 유치원 아이들이 걸 그룹 안무 흉내를 내는 장면을 굳이 넣고, 걸 그룹 멤버나 특이한 사연의 지원자들을 기계적으로 나열한다. 반면 국립발레단의 정단원 강효형은 드래프트에서 통편집됐다가 커플 미션에서 좋은 춤을 보여주자 뒤늦게 드래프트 장면과 지원 이유를 집어넣었다.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프로페셔널 그 자체인데, 제작진은 Mnet <슈퍼스타 K> 같은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중요한 실력자들의 캐릭터나 중심 스토리를 그려내지 못한다. 쇼의 핵심인 춤을 제대로 못 잡아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텝, 발인데 그 발을 매번 마스터들의 말을 옮긴 자막으로 가릴 정도다.

<댄싱 9>의 지난 시즌이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즌 1 역시 정제되지 않은 진행, 결선에서의 복잡하고 잦은 룰 변경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대해 팬들이 불만을 표현하는 일이 많았다. 시즌 2는 시즌 1의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춤을 잘 모르는 마스터가 있고, 김설진 같은 댄서는 올인 미션에서 실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출연자와 붙여놓고 탈락하게 만든 뒤 재도전 기회를 줘서 겨우 합격하게 만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해 의도한 것이라면 제작진이 쇼에 개입한 것이고, 두 사람을 그냥 붙여놓은 것이라면 춤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이다. 박재범이 <댄싱 9> 첫 회에 “짜고 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진짜 조작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춤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도 춤을 모르는 제작진이 댄서들에게 어이없는 드라마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정말 ‘춤의 대중화’를 원한다면, 춤과 댄서들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예능에 필요한 드라마는 마스터들과 무용수들이 써내는 이야기만 잘 담아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중은 수준이 높다. 적어도 제작진보다는.

오경아
다방면의 ‘곁눈질 덕후’로 인생의 절반을 잉여롭게 사는 만화가. 2011년부터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 연작 만화 <침묵의 음악> 웹사이트에 연재 중. windsisle.tistory.com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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