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라캥>, 침착한 우등생 엘리자베스 올슨

2014.07.17

상품 설명
욕심은 무지를 먹고 자란다. 가족을 잃고 고달픈 더부살이 처지가 된 <테레즈 라캥>의 테레즈는 형편없이 협소하고 얄팍한 생활에 시달리느라 담장 밖의 세상을 알지 못했다. 모르는 것을 욕망한 그녀는 결국 위험한 선택을 거머쥐었고, 끝내 자신의 욕망에 스스로 목이 졸려버리는 파국을 맞이한다. 그러나 테레즈 라캥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올슨의 욕심은 그녀와 정반대의 태동을 가졌다. 어린이 시절에 이미 스타가 된 애슐리, 메리-케이트 올슨 쌍둥이를 언니로 둔 그녀는 연예계와 매스컴은 물론 패션 산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풍부한 선행 학습을 경험한 인물이다. 요란한 가십과 화려한 관심에 기대지 않을 것. 보고, 들어온 것들이 많은 만큼 젊은 여배우는 침착하고 어른스럽게 자신의 방향을 가다듬었다.

정확한 지도를 손에 쥔 사람에게 욕심은 이내 비전이 된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첫 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은 그녀가 언니들의 도움 없이 얻어낸 자리이자, 단숨에 그녀를 인디 영화계의 신성으로 주목받게 만든 작품이었다. 작지 않은 야심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첫인상을 만들어낸 그녀는 호러 영화 <사일런트 하우스>, 가볍지 않은 캠퍼스물 <리버럴 아츠>, 남자 배우들의 앙상블 사이에서 제 몫을 해낸 <킬 유어 달링스>, 극단적인 감정들을 절제하며 표현해야 했던 <테레즈 라캥>,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은 <고질라> 등을 거치며 다방면에서 자신의 쓸모를 점검했다. 그리고 성큼성큼 월반하는 우등생처럼 언제나 모자람 없이 연기하는 그녀의 다음 선택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스칼렛 위치다. 배우로서의 서사를 짧은 시간 동안 야무지게 다져온 그녀는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는 만큼 바라는 우등생의 답안이라면, 이미 믿음직하기도 하다.

성분 표시
학구열 80%
언니들을 통해 ‘아역 배우’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게 된 엘리자베스 올슨은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뉴욕대에 진학해 배우 트레이닝을 받았다. 모스크바에 가서 잠깐이나마 연극 공부를 하고, 데뷔 후에도 소극장 공연을 마다하지 않는 등 연기에 대해 그녀는 장르 불문의 열정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헤밍웨이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을 섭렵한 그녀는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리스트’를 작성해 틈틈이 독서를 즐긴다고 하니, 어쩌면 엘리자베스 올슨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잘 만들어진 이야기,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미셸 파이퍼 15%
신성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의 후계자인지 가늠하고 싶어 한다. 강단 있으면서 지적인 엘리자베스 올슨의 이미지는 종종 케이트 윈슬렛에 비교되기도 하며, 미간이 넓은 생김새와 과감한 필모그래피에서 메기 질렌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한편 섬세하게 감정을 연기하면서도 유약한 느낌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건강한 미셸 파이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감정을 참고 있거나, 이야기를 시작할 때 힘이 들어가는 윗입술은 특히 그렇다. 실제로 어린 시절 엘리자베스 올슨의 롤모델은 미셸 파이퍼였으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아이엠 샘>의 촬영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다코다 패닝과는 오랫동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으며, 함께 <베리 굿 걸스>를 촬영하기도 했다.

박찬욱 5%
스파이크 리 감독이 리메이크 한 <올드보이>에서 엘리자베스 올슨은 여주인공 마리를 연기했다. 원작의 미도가 보여주는 작고 위태로운 느낌과 달리 성숙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보여준 그녀의 캐릭터는 작품에서 눈여겨볼 몇 안 되는 지점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박쥐>의 원전을 영화화한 <테레즈 라캥>에서 그녀는 역시 주인공을 맡아 <박쥐>와는 다른 인물 해석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의 흔적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 배우의 이해력을 드러내고는 한다.


취급 주의
가족을 염두에 둘 것
10cm도 훌쩍 넘게 더 자랐지만, 여전히 엘리자베스 올슨은 언니들의 사랑을 받는 막내다. 올슨 쌍둥이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 ‘엘리자베스 앤 제임스’가 동생과 오빠(제임스 트렌트 올슨)의 이름을 딴 것이라는 점은 이 가족의 우애를 상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서로의 이름 첫 글자를 따면 ‘TEAM’이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애를 다졌고, 그래서인지 엘리자베스 올슨도 언제나 가족을 최우선의 가치라고 말한다. <베리 굿 걸스>의 상대역이었던 보이드 홀브룩과 일찌감치 약혼을 발표한 것도 그런 그녀의 성향을 알 수 있게 하는 지점.

굶기지 말 것
학창 시절 배구에 특출한 재능을 보여 체육 장학생을 고려할 정도였다는 엘리자베스 올슨은 깡마른 몸으로 예쁘게 보이기를 원하는 여배우들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 온갖 셰프 리얼리티를 섭렵할 정도로 요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그녀는 <고질라>에 대해 “우리 영화의 고질라가 뚱뚱하다고들 말하는데, 요즘은 고질라도 몸매 관리를 해야 하나요!”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잘 먹고, 튼튼하고, 예뻐 보이기 위해 필요 이상 애쓰지 않는다. 단호하게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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