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만 할 수 있는 이야기

2014.07.16

god는 다섯 멤버와 박진영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였다. 박진영은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로 시작하는 데뷔곡 ‘어머님께’부터 god의 노래에 이야기를 부여했다. 전지현이 노래 도중 연기를 하기도 했던 ‘거짓말’은 남녀의 이별담을 그 장소에서 관찰하듯 담아냈었고, ‘보통날’과 ‘2 love’ 등이 담긴 6, 7집은 아예 노래 가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나 만화를 앨범에 함께 넣었다. 그러나 god가 열광적인 팬들을 만든 계기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였다. 박진영이 노래에 담은 이야기는 대중의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냈고, god의 이야기는 팬들이 그들에게 강렬히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god의 새 앨범 < Chapter 8 >에는 박진영이 없다. 대신 god 스스로 쓴 이야기가 노래를 채운다. 첫 곡 ‘5+4+1+5=15’는 소속사의 마찰로 박준형이 탈퇴 위기에 처했을 때 팬들이 주장한 ‘5-1=0’을 바꾼 것이고, ‘1’은 스스로 그룹을 떠난 윤계상이다. “저 강가에 오리 한 마리, 왜 내 모습 같은지”라는 윤계상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미운오리새끼’와 윤계상이 네 사람이 모인 곳에 뒤늦게 합류하는 ‘Saturday Night’의 뮤직비디오는 god의 해체부터 귀환에 이르는 서사를 완성한다. 그 사이 김태우는 ‘하늘색 약속’의 가사처럼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는 것이 어울리는 ‘빅 대디’가 됐고, 손호영은 ‘노래 불러줘요’에서 어린 시절 god의 팬이었던 아이유에게 “그때가 막 21살 때쯤인가 너랑 비슷했을걸”이라고 말을 건다. 과거 god가 박진영의 각본과 연출을 따라 노래했다면, 15년에 이르는 그룹의 역사는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의 이야기가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

god의 컴백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과거의 추억을 시작점으로 한다. ‘5+4+1+5=15’는 옛 히트곡의 멜로디를 모았고, 윤계상의 탈퇴 후 발표한 ‘보통날’은 윤계상의 녹음이 더해졌고, ‘하늘색 약속’은 ‘촛불 하나’의 멜로디를 부분적으로 가져왔다. ‘미운오리새끼’는 god 스스로 그들의 전성기 히트곡을 오마주했다 해도 좋을 만큼 과거의 스타일을 재현한다. 그러나 god가 재현한 본질은 멜로디가 아니라 이야기다. 발라드일 때는 랩이라기보다 내레이션에 가까운 데니와 박준형의 랩이나, 김태우의 열창으로 마무리되는 곡의 형식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선공개된 ‘미운오리새끼’로 윤계상의 탈퇴로부터 중단된 이야기를 재개했고, ‘하늘색 약속’과 ‘Saturday Night’으로 귀환을 알린 뒤, 또 하나의 타이틀곡 ‘우리가 사는 이야기’는 god와 함께 나이 들어간 사람들에게 갈등에 빠진 가족들의 화해와 행복에 대해 노래한다. 그 점에서 < Chapter 8 >은 추억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그 시절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의 연장이고, 그 당시 팬이 god를 좋아했던 이유를 되찾아준다. 그때도 그랬던 것처럼, 멤버들의 이야기가 듣는 사람에게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보편적인 이야기의 노래로 비슷한 세월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음악적으로 볼 때 < Chapter 8 >은 기존 god의 음악을 리바이벌한 것에 가깝다. 멜로디의 호소력은 ‘거짓말’을 넘어서기 쉽지 않고, 멤버들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길’에서 절절하게 표현했었다. 그러나, < Chapter 8 >은 앨범 전체를 통해 god가 갈등하고, 각자의 길을 가고, 고통받고, 다시 화해하는 10여 년의 세월을 담았고, 그 세월 동안 겪은 것들에 대한 감정을 팬들과 공유한다. 당대 최고의 인기 그룹이었던 그들이 ‘Saturday Night’ 뮤직비디오에서 그냥 그렇게 사는 남자들이 돼 클럽에서 어색하게 놀고, ‘하늘색 약속’ 뮤직비디오에서는 예전만큼 빨리 안무를 맞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이야기’에서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힘내자고 말하고, 노래 곳곳에는 아저씨가 된 그들만의 재미를 담는다. 자신들의 삶을 노래 속에 담으면서 god는 박진영이 만들었던 그들의 정체성을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완성시켰다. 지금 god의 공연을 매진시키고,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리는 사람들이 사는 것은 과거와 비슷한 god의 음악이나 그 시절의 추억이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더해져 만든 이야기, 그 이야기가 나의 현재에 닿으며 울컥하게 되는 그 감정이다.

팬은 뮤지션에게 몰입하고 열광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대중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노래를 원한다. god는 그 두 가지를 통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god 외에 정기고와 소유의 ‘썸’, 악동뮤지션, 태양의 ‘눈, 코, 입’ 등 상반기 화제를 모은 곡들 중 상당수는 팬과 대중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멜로디를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청자를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가졌다. ‘썸’은 소유의 참여로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는 동시에 남녀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노래 속에서도 스토리텔링을 했고, 악동뮤지션에게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부터 데뷔에 이르는 서사가 있었다. ‘눈, 코, 입’은 절절한 실연의 이야기에 4년 만에 솔로 앨범을 내는 태양이 퍼포먼스 없이 목소리로만 승부한다는 스토리가 대중에게 더욱 노래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지난해 최고의 성공을 거둔 EXO의 ‘으르렁’ 역시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비트와 멜로디에 EXO 특유의 설정을 가미한 판타지로 노래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했다. god는 세월이 만들어낸 진짜 이야기를 한 장의 앨범에 녹여내면서 지금 가장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그래서, 대중음악 산업에 대한 질문은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음악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좋은 이야기는 무엇인가로. 그리고, 좋은 이야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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