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NEWS│① JTBC 뉴스의 외롭고 의로운 싸움

2014.07.15

사건 발생 91일째.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흐른 시간이다. 많은 일이 벌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국민 모두 분노하고 슬퍼했으며, 각 지역엔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었고, 생존 학생과 부모의 치유 합숙이 진행되고, 선장 이 씨와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에 대한 사법 처리 절차가 조금씩 진행됐으며,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었다. 하지만 또한 많은 것이 잊히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관심은 6.4 지방선거에 집중됐고, 사람들의 비난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월드컵 대표팀을 향했으며, 지방자치단체 상당수는 분향소를 없앴다. 대통령의 요구대로 모두들 일상으로 무리 없이 복귀하고 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더는 세월호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건 발생 91일째, JTBC 보도국은 여전히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JTBC 뉴스 홈페이지의 상단 제목은 ‘균형 있는 보도 JTBC 뉴스’다. 만약 이 균형이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고른 관심의 배분을 뜻한다면, 현재 JTBC 뉴스는 균형 있는 보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이 벌어졌을 때부터 현재까지, JTBC 뉴스는 철저히 세월호 참사 소식에 집중하고 있다. 프라임타임의 <뉴스 9>을 포함해 <아침&>, <뉴스현장>은 매일 세월호 구조 작업이 펼쳐지는 진도 팽목항의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특히 손석희 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뉴스 9>은 거의 항상 첫 꼭지를 팽목항에 할애한다. 인사청문회와 GOP 총기 사고 등 새로운 중요 사건 사고 역시 가볍게 넘어가진 않지만 새 소식을 두루 짚은 뒤 다시 세월호 국정조사나 감사 결과, 새롭게 제기된 의혹에 집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분명 세월호 사태는 종편으로서의 한계를 지닌 JTBC 뉴스가 재빠르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였다. 사건 초기, 팽목항에 바로 투입된 김관 기자를 통해 정부 부처가 배포한 보도자료가 아닌 진짜 현장을 비췄으며, 비록 이후 다이빙벨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긴 했지만, 민간 전문가인 이종인 씨 등을 섭외해 구조작업의 여러 가능성에 대해 자체적으로 접근했다. 공중파 뉴스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수많은 이들이 손석희와 JTBC 뉴스를 지지하고 찬양했으며, <뉴스 9> 시청률은 종편으로서는 경이적인 5%를 돌파했다. 하지만 TV 저널리즘으로서 JTBC 뉴스의 책임감과 능력이 정말 돋보이는 건, 국민의 눈과 귀가 세월호를 떠났음에도 여전히 세월호 이슈를 붙잡고 있는 지금이다. 뜨거운 이야기를 가장 뜨겁게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계속 뜨겁게 다뤄져야 하는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과 무관심에 식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을 지피는 것이다.

대중은 언론이 끊임없이 새로운 나쁜 짓을 고발해주길 바란다. 당연한 요구다. 문제는 새로운 나쁜 짓에 대한 관심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나쁜 짓에 대한 관심을 지우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슬픔은 둔감해졌을지언정 우리는 여전히 배가 운행 중에 왜 갑자기 침몰했는지, 어떤 제도적 결함과 안일함이 무기력한 초동 대처로 이어졌는지, 청와대는 정확히 여기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진실은 여전히 세월호처럼 손이 닿지 않는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다. 말하자면 세월호 참사는 원인과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결 사건이다. 여전히 세월호를 붙잡고 있는 손석희 사장과 현장 기자들로부터 셜록 홈즈 류의 우아함보다는 <살인의 추억>의 형사들 같은 투박한 집념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매일같이 팽목항을 지킨다고 새로운 단서가 밝혀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 TV 저널리즘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해 망각과 싸워주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 이것은 진실에 대한 요구가 질식사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에어포켓 같은 것이다. 앞서 어쩌면 JTBC 뉴스가 균형 있는 보도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적어도 세월호 문제에서만큼 그들은 유난을 떠는 게 맞다. 그리고 때론 유난을 떨어야만 비로소 지켜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길 원하는 JTBC 뉴스의 싸움은 그래서 의롭되 외로워 보인다. 여전히 종편으로서는 높은 수치지만 <뉴스 9>의 시청률은 손석희가 직접 팽목항에 내려가서 진행했을 때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보다 의전에 헬기를 이용하려 했다는 식의 최근 뉴스는 분명 중요한 이야기지만, 사고 초기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여러 특종처럼 대중의 이목을 끌진 못하고 있다. 다수 TV 저널리즘이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것(Want To Know)을 쫓는 상황에서, 그들은 고집스럽게 대중이 알 필요가 있는 것(Need To Know)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종종 잊히는 사실이지만, 언론의 등대는 대중의 관심이 쏠린 곳이 아닌 대한민국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춰야 한다. 세월호가 여전히 가라앉아 있는 심연의 바다처럼. 어쩌면 이것은 외로움을 감수하기에 의로운 싸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의 JTBC 뉴스는 TV 저널리즘의 역사에 새롭고도 일회적인 무엇으로 기록될 만하다. 손석희 사장이 종편인 JTBC에 갈 때만 해도 그에게 전권이 위임되었다는 소식에 커다란 의미나 기대를 부여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손석희라는 한 명의 뛰어난 언론인이자 리더의 고집과 의지, 그런 사장에게 전권이 위임된 시스템, 그리고 그런 리더의 의지를 함께 공유하고 뛰는 기자들이 맞물리며 JTBC는 대통령에 의해 사장이 임명되는 공영방송 시스템과 민간 기업의 시청자 본위 정책의 약점 모두를 극복한 보도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 권력도 자본도 인기도 아닌 오직 진실을 향한 전진. 언론의 본령이되, 누구도 쉽게 실현하지 못했던 JTBC 세월호 보도의 의미와 가치가, 그들을 향한 대중의 박수 소리가 잦아든 지금에서야 온전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지금 그들을 향해 박수를 아낄 이유는 아니겠지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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