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네스뵈, 존 르 카레, 딘 쿤츠와 여름 나기

2014.07.15
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는 계절이다. 높은 습도와 기온 탓에 몸은 끈적이고,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밤에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렇듯 긴 밤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다면, 지금이야말로 구석에 밀쳐뒀던 장르소설을 펼쳐 들 때가 아닐까. 심지어 요 네스뵈와 존 르 카레, 딘 쿤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헤드헌터>, <모스트 원티드 맨>, <오드 토머스>가 7, 8월 중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래서 여름 나기와 영화 예습을 핑계 삼아 <아이즈>가 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정리했다. 각각 범죄·추리 스릴러, 첩보물,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물 등 구체적인 장르는 다르지만, 전부 읽는 내내 공기를 서늘하게 만들어줄 것은 보증한다.


요 네스뵈, <헤드헌터>
단서
: 헤드헌팅, 루벤스가 그린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불륜.
한 줄 요약: 돈, 명예, 사랑. 그중 제일은 사랑이라.

<헤드헌터>는 예상을 여러 번 배반한다.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인가 싶으면 치정극으로 흘러가고, 다시 단순한 범죄물 같다가도 스파이물의 기운을 풍긴다. 유능한 헤드헌터이자 미술품 절도범 로게르 브론은 아내 디아나의 갤러리에서 클라스 그레베라는 사람을 만나고, 그가 루벤스의 명작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 그림을 훔치려던 브론은 예상하지 했던 덫에 빠져든다. 그의 목숨을 노리는 범인은 의외로 일찍 밝혀지는 편이지만, 브론이 그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과 주변인들의 수상한 태도는 끊임없이 반전의 묘미를 만들어낸다. 특히 얽히고설킨 남녀관계에 주목해볼 것. 죽음을 피하기 위한 브론의 고군분투 과정 또한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변기 아래 숨는 장면이다. “양팔을 위로 쭉 뻗은 채 똥물 속에 몸을 담그는 것, 사람 똥이 몸을 가볍게 스치는 기분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다”라니,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지 않나.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박쥐>,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 <스노우맨>, <레오파드> 등 해리 홀레 반장 시리즈.
해리 홀레는 요 네스뵈의 작품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온갖 사건을 해결하지만,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많은 결점을 가진 인간으로 그려진다. 그는 버번위스키 짐 빔을 과하게 애정하는 알콜 중독자이며, 여성들과의 연애를 지속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영혼이다. 다만 끝까지 범인을 찾고자 하는 근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때때로 맹목적인 로맨티스트의 면모까지 보여주니 결점은 매력으로 승화된다. 그가 등장하는 작품 중 꼭 챙겨봐야 할 것은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박쥐>와 눈사람을 살인 사건의 아이콘으로 내세운 <스노우맨>. <스노우맨>은 <렛 미 인>의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영화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 요 네스뵈에 관한 세 가지 사실
- 그는 노르웨이 록 밴드 디 데레의 보컬이자 작곡가이며, 저널리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우주비행 방귀 가루> 시리즈까지 집필했다. 차갑고 무거운 책 분위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작가.
- 노르웨이 프로축구팀 몰데FK의 선수로 활동한 바 있지만,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요 네스뵈의 축구 인생은 막을 내렸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응원하는 팀은 몰데FK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팀 토트넘 홋스퍼 FC, 그리고… 브라질이다. 이번 월드컵 결과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 요 네스뵈에 따르면, 해리 홀레와 자신의 싱크로율은 70% 정도다. 그러나 ‘가끔은 해리 홀레가 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다음과 같다. “Never. Thank God.”


존 르 카레, <원티드 맨>
단서
: 무슬림, 테러와의 전쟁, 스파이.
한 줄 요약: 사람답게 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한 개인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삶을 꾸려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원티드 맨>은 9.11 이후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고문당하고 관타나모 수용소에 5년이나 감금돼야 했던 터키 출신의 독일 거주민, 무라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체첸 출신이자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학대를 받아온 ‘이사’는 독일 함부르크에 정착하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를 가족처럼 보살피는 터키 출신의 모자(母子) 레일라와 멜릭, 인권변호사 이사벨, 브뤼 프레르 은행장 토미 등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들마저 위기에 말려들어 간다. 게다가 이사가 구소련 출신 카르포프 대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독일, 영국, 미국 정보국은 사방에서 그들을 옥죈다. 존 르 카레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원티드 맨>은 첩보물의 성격을 띠지만, 이사를 둘러싼 인물들의 내적·외적 갈등을 심도 있게 그려내는 데 보다 집중한다. 덕분에 이사와 레일라 모자, 이사벨, 토미뿐 아니라 독일 정보부 수장인 바흐만의 입장까지 이해하게 된다. 결말 역시 가볍지 않다. 힌트를 주자면, 종종 미국의 대테러 전략을 비판해왔던 존 르 카레다운 마무리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등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요 네스뵈에게 해리 홀레가 있다면, 존 르 카레에게는 조지 스마일리가 있다. 땅딸막한 체구, 조용한 성격에 아내로부터는 이혼을 당한 조지 스마일리는 영국 정보부에서 은퇴한 후에도 계속해서 첩보전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그는 늘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 선과 악, 조직과 개인의 삶 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는 1965년 리처드 버튼 주연의 <추운 곳에서 온 스파이>로 처음 영화화되었으며, 2011년에는 게리 올드만을 주연으로 내세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개봉했다. 존 르 카레는 이 영화에 기획뿐 아니라 조연으로도 참여했다.

* 존 르 카레에 관한 세 가지 사실
- 본명은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이며, 존 르 카레는 필명이다. 그는 어떻게 이 필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기억을 못 하거나,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세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시각적인 장점 덕분에 좋아한다고 밝혔뿐이다.
- 존 르 카레는 1959년부터 1964년까지 영국 외무부에 있었다. 당시 영국 대사관 제2 서기관, 함부르크 정치영사, 그리고 영국 해외정보국인 M16에서 일하며 실제로 첩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첫 소설 <죽은 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그가 요원 신분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 소설 속 조지 스마일리의 첫 번째 부인, ‘앤’은 존 르 카레의 실제 부인에게서 빌려온 이름이다. 존 르 카레는 앤에 대해 “나의 첫사랑이자 너무나 사랑하는 첫 아내”였다며 “그녀는 초기작 네 편의 집필에 있어서 내 파트너였고, 매우 훌륭하게 나를 지원해주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딘 쿤츠, <살인예언자>
단서
: 유령, 심령자석, 어둠의 마왕(Prince Of Darkness).
한 줄 요약: 귀신 보는 눈은 축복일까, 저주받은 재능일까.

스무 살 오드 토머스는 캘리포니아 피코문도 마을의 레스토랑에서 팬케이크, 오믈렛 등을 만드는 즉석요리사다. 그의 비밀은 죽은 사람, 그리고 죽음의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바다흐라는 존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면 찾고자 하는 이를 찾을 수 있는 ‘심령자석’ 또한 오드 토머스의 숨겨진 능력이다. 여자친구 스토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그의 눈에 기분 나쁜 분위기를 뿜어내는 한 남자가 포착되고, 오드 토머스는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초자연적 능력에 기대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탓에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은 다소 맥 빠지지만, <살인예언자>의 큰 장점은 지루할 틈 없이 배치된 조연들이다. 늘 “청춘의 나날이야말로 달려가는 표범과도 같도다”(마크 트웨인)와 같은 명언으로 오드 토머스를 가르치려 하는 리틀 오지, 그가 키우는 심술궂은 망나니 고양이 체스터, 유령이 되어 주변을 배회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랭크 시나트라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살인예언자> 시리즈는 7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며, 국내에는 현재 4권까지 발매된 상태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낯선 눈동자>, <검은 비밀의 밤>, <벨로시티>.
<살인예언자>를 제외하면, 딘 쿤츠는 한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여러 편을 집필하는 법이 거의 없다. 대신 개, 특히 골든 리트리버를 종종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낯선 눈동자>에는 특정한 목적에 의해 고등한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 개 아인슈타인이, <검은 비밀의 밤>에는 인간을 구하는 개 니키가 등장한다. 그들과 인간의 정서적 유대를 집중적으로 그려낸 것은 물론이다. 한편 <벨로시티>는 딘 쿤츠가 초자연적 요소를 제외하고 써내려간 첫 작품으로, 주인공은 끔찍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평범한 남자 빌리다. 그가 부딪치는 딜레마와 심리 변화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덕분에 유령 없이도 충분히 흥미롭다.

* 딘 쿤츠에 관한 세 가지 사실
- 딘 쿤츠는 알콜중독자이자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심적으로 병약한 어머니 밑에서 학대당하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과 자식에게 애정 대신 분노를 퍼붓는 부모들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살인예언자>도 마찬가지.
- 매일 10시간에서 11시간 동안 글을 쓴다. 그리고 운이 좋은 날엔 5~6페이지를, 그렇지 않을 때는 3페이지밖에 완성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딘 쿤츠는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운 나쁜 날보다는 좋은 날이 더 많다”며 “매일 글을 쓰면 산만해지는 걸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소설을 통해 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딘 쿤츠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키우고 싶지만,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고양이가 있는 집에 들어갈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바로 일어나 약을 주사하거나 맞아야 하며, 심한 경우엔 과민성 쇼크에 빠지지 않도록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참고사이트: 요 네스뵈 공식 사이트, 존 르 카레 공식 사이트, 딘 쿤츠 공식 사이트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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