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인더레인>, 어색한 할아버지의 옷을 입은 아이돌

2014.07.10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다음 꿈은 마치 뮤지컬처럼 보인다. 6년 전인 2008년에는 SM아트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슈퍼주니어의 희철·강인과 함께 <제너두>를 만들었고, 소속 가수들을 수많은 뮤지컬에 출연시켜 경험치를 쌓았다. 이후 직접 기획에 참여해 제작 노하우를 익히고 전문 프로듀서를 영입했다. 그리고 기어코 SM C&C라는 이름으로 다시 뮤지컬을 올렸다. 트랙스의 제이, 슈퍼주니어의 규현, EXO의 백현, 소녀시대의 써니가 출연하는 <싱잉인더레인>이다. 과연 SM은 뮤지컬로도 왕국을 건설할 수 있을까.


<싱잉인더레인>
라이선스 초연│2014.06.05.~08.03│충무아트홀 대극장
연출/가사: 김재성│작곡: 나시오 허브 브라운 & 아서 프리드│주요 배우: 제이·규현·백현(돈 락우드), 방진의·최수진·써니(캐시 샐든)
줄거리: 유성영화 제작기와 그 속에서 싹트는 영화배우와 평범한 캔디의 사랑.


[한눈에 본 뮤지컬]
지혜원: 불시착으로 끝난 뮤지컬 시험비행 ★★☆

<싱잉인더레인>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50년대에 제작된 영화이고, 뮤지컬은 그 후 30년이 지난 80년대에 만들어졌다. 영화를 기억하는 세대와 현재 국내에서 뮤지컬을 소비하는 관객층이 맞지 않은 데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대라는 중심 서사에는 우리 관객들이 이입할 지점이 약하다. 리나를 제외하고 주·조연 캐릭터 모두의 감정변화가 잘 보이지 않고, 돈과 캐시 사이에는 케미스트리도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무대는 영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그친다. 아이돌을 통해 젊은 느낌을 주려 했다는 연출의 변이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작품이 가진 요소나 표현양식이 여전히 올드하다. <그리스>와 <토요일 밤의 열기>도 <싱잉인더레인>처럼 오래전 시대를 그리지만 롱런했다. <그리스>는 50년대 미국 남녀 고등학생의 감정변화와 소소한 재미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냈고, <토요일 밤의 열기> 역시 쫀쫀한 사랑과 춤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의 성공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동떨어진 배경과 내러티브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그 안을 채우는 요소들이다. 각색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수였다고 본다.

장경진: 마음 둘 곳 없는 140분 ★★
나름 업계 베테랑으로 알려진 스태프들이 참여했고 <싱잉인더레인>이라는 이름에서 자동 소환되는 빗속 퍼포먼스 신도 매번 15,000리터의 물을 쏟아내면서 재현한다. 탭부터 탱고,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춤도 가득하다. 오케스트라의 라이브도 있고, 작품 중간에 실제로 제작한 무성영화도 있다. 제작과정은 뮤지컬의 공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토리 외 무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따로 논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별한 목표가 없으니 동력도 없는 셈이다. 탭댄스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안무의 스케일도 연습량도 한참 부족하고, 다양한 장르의 춤을 보여주기엔 주·조연은 물론 앙상블에게서도 에너지가 없다. 아이돌 덕분에 일본, 중국, 태국 등 다양한 국적의 해외 관객이 많은데 영어자막조차 없다. 대체 누구를 위한 뮤지컬인가.


[더 넓은 눈으로 본 뮤지컬] SM이 저지른 실수
지혜원: SM은 오래전부터 뮤지컬에 대한 의지도 있고, 그걸 뒷받침해줄 재력과 인프라도 갖추었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을 경우 여러 가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의 장점과 부합하지 않는 작품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싱잉인더레인>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작품이다. 잠재력 있는 뮤지컬 후발주자의 선택이라기엔 신선하지도, 실험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팝적인 음악에, 캐릭터도 아이돌과 더 잘 맞아떨어지는 <제너두>나 <락 오브 에이지> 같은 류의 작품이 아이돌의 장점을 좀 더 보여줄 수 있었을 거다. 아이돌을 활용하고 싶었다면 거기에 맞는 작품을 택했어야 했고, 클래식한 작품을 원했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좀 더 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야 했다. 이번 선택은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없는 초심자의 실수처럼 느껴진다.

장경진: <싱잉인더레인>은 아이돌의 장점을 드러내기는커녕 바닥을 보이면서 뮤지컬 무대야말로 얼마나 정직한 곳인가를 역으로 증명해낸다. 쇼가 강한 작품에서 발라드가 강점인 규현을 단지 몇 차례의 뮤지컬 경험으로 돈 역에 캐스팅한 것은 이 작품의 큰 패인이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돈의 퍼포먼스 중 80%는 탭댄스이고, 탭은 그 어떤 장르의 춤보다도 마스터하기까지의 연습과정이 굉장히 힘들다. 무겁게 느껴지는 그의 몸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의 숨이 먼저 찬다. 세찬 비가 쏟아지는 5분간의 ‘Singin’ In The Rain’은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지만, 넓은 무대 위에 홀로 선 규현은 안무, 연기 등 그가 가진 모든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버리고야 만다. 숨을 곳이 없는 무대에서 가혹해 보일 정도로 외롭다.

사진제공. 랑│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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