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키 “나만의 룰 안에서 예의가 있는 것 같다”

2014.07.09
키를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내긴 쉽지 않다. 그는 MBC 에브리원 <우리 결혼했어요 세계판 시즌 2>와 MBC <별바라기>, <7인의 식객> 등의 예능 프로그램과 <캐치 미 이프 유 캔>, <보니앤클라이드> 같은 뮤지컬에 출연했으며, 샤이니뿐 아니라 인피니트 우현과 결성한 유닛 투하트로도 활동했다. 그때마다 키는 상황과 역할에 맞게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단편적으로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키가 궁금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하나의 캐릭터로 설명하거나 정의하기 어려운 아이돌, 그래서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키를 만났다. 직접 마주한 키는 누구보다 중심이 뚜렷한 사람이자 방긋방긋 웃는 얼굴이 더없이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물론, 이것도 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난 5일 방송된 JTBC <크라임씬> 출연은 어땠나.
: 재밌었다. 진짜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송을 했다. 범인 찾는 데 너무 몰입했던 거지. 이런 일에 혼자만의 승부욕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끝까지 우겨야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웃음)

추리뿐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 박지윤 누나를 많이 따르려고 했는데, 누나가 범인으로 몰렸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뻔뻔하게 연기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누나는 절대 아니다. 강용석 변호사님이 범인이다’라고 말했는데, 결국엔 지윤 누나가 몰표를 받았다. 알고 보니 누나 말고 다른 사람이 범인이었지. 나는 진짜 범인을 맞히진 못했지만, 지윤 누나가 아니라는 걸 밝혔다는 데 의의를 두려고. (웃음)

최근 MBC 에브리원 <우리 결혼했어요 세계판 시즌 2>(이하 <우결 세계판 2>)나 MBC <별바라기> 등 각각 다른 포맷의 예능에 출연 중이다. 어디서든 본인의 역할을 빨리 파악하는 것 같던데, 감이 좋은 건가.
: 어릴 때부터 이 일을 하려고 방송을 많이 보기도 했고, 선배님들이 하시는 걸 보고 배우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우결 세계판 2>는 가상 결혼을 담는 거니까 내가 어떤 남성상인지만 보여주면 되겠다 싶었다. 나랑 아리사가 주인공인 만큼 방송을 끌어가야 하는 게 처음엔 부담이었는데, 하다 보니 한 시간짜리 방송이 어떻게 채워지긴 하더라. 반면 <별바라기>는 스타와 팬 분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강호동 형님이 잘 부각시켜 주시니까 나는 가수를 대변하는 고정 게스트로서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알려주고, 위트 있게 이야기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도 있을까.
: <별바라기>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 아, MC가 질문을 할 때는 원하는 답이 있는 거구나. 이 시점에서 내가 이 말을 꼭 해야 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은 거다. 예전엔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 줄 알았거든. 그래서 가끔 생뚱맞은 답을 할 때도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어떤가. 특히 MBC <7인의 식객> 같은 경우, 국악인 남상일처럼 낯선 분야의 출연자도 있다.
: 내가 먼저 어려워하거나 기죽으면 방송을 보시는 분들도 불편하실 것 같았다. <7인의 식객>은 출연자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케미’가 특히 중요하다. 친해야 뭘 먹으면서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친해져야지’라는 마음을 먹고 접근했다기보다는, 서경석 선배님을 비롯해 모두들 편하게 대해주셔서 한 명의 팀원으로서 섞여들었던 것 같다.

손헌수나 남상일에게 했던 말이 ‘돌직구’로 화제가 됐었다. 이것 역시 친해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을 텐데,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내 말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되진 않았나.
: 누구나 방송을 하다 보면 겁이 날 수 있다. 나 역시도 아직 그렇고. 하지만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로서 안 하거나 못 했던 말들을 했는데, 이제는 적정선을 알게 된 것 같다. 예전엔 솔직하게 말하는 걸 두려워하기도 했고, 내가 나를 봐도 좀 아슬아슬한 느낌이 있었거든. (웃음) 요즘은 기쁜 건 기쁘다, 아닌 건 아니다 이야기할 줄 알게 됐다. 그런 면을 보고 신성우 선배님이 ‘이때까지 내가 생각했던 여느 친구들의 모습과는 다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그 말이 나한테는 좋은 자극이 됐다.


여러 가지 예능을 하는 게 본인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드나.
: 뭔가를 골라서 한다기보다는, 그냥 좋은 기회가 생기면 열심히 하는 게 전부다.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나는 뭔가를 하게 되면 힘 분배를 잘 못 한다. 일단 주어진 건 무조건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 남이 볼 때 그게 좋은 열심히든, 안 좋은 열심히든 내가 집중해서 주인의식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열심히 하면 그것 자체로 욕먹을 일은 없더라.

여기서 뭘 얻어가겠다는 계산은 딱히 안 하나 보다.
: 그렇다.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계산을 하고 들어가면 내가 잡은 방향대로만 방송을 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된다. 그 모습이 좋아 보이지도 않을 것 같고. 그리고 일단 열심히 하면, 아닌 것 같을 땐 선배님들이 바른 방향으로 유도를 해주신다. 그런 건 눈치로 아니까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배우게 된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예능을 이제 막 시작하는 처지라 조심스럽다. (웃음) 어쨌든 나는 방송 경험도 많이 없고 아직 어리다 보니, 내 이미지나 모습보다는 방송 취지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분량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예전 인터뷰에서 패션프로그램 MC를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던데, 혹시 연락이 오진 않았나. (웃음)
: 얘기는 한 적이 있는데 상황이 잘 안 맞았나 보다. 요즘은 패션 잡지에서 화보를 찍는 것만으로도 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괜찮다. 그럴 때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리면, 잡지 쪽에서 원래 시안과 내 의견을 잘 조합해서 좋은 콘셉트를 만들어주시더라. 그러면 이 일에도 내 아이덴티티가 조금은 담기는 거니까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내가 기획하거나 화보를 찍은 잡지는 한 권씩 꼭 사놓는데,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에서 첫 단독 화보를 찍었을 땐 엄마랑 같이 잡지를 엄청 많이 샀다. (웃음) 결과물이 하나씩 쌓이는 걸 보면 욕심이 더 생기는 것 같다.

매거진 <더 셀러브리티>에서는 코디네이션을 제안하는 코너도 맡고 있더라.
: 그건 정말 내가 직접 준비한다.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집에 들러서 바로 준비한 다음 찍은 적도 있다. 그렇게 첫 단계부터 내가 맡다 보니 더 집중하게 되더라. 완성물이 잡지에 딱 나왔을 때 웰메이드면 기분이 제일 좋다. 다른 사람들이 진짜 이걸 보고 참고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나라는 사람을 잘 봐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든다.

패션 화보뿐 아니라 뮤지컬, 유닛 활동 등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동력이 뭘까.
: 하고 싶은 게 진짜 많다. 방송도 하고 싶고, 옷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고. 플레이어로서 무대에 서는 것도 너무 좋다. 어릴 때부터 TV를 보면서 이 일을 꿈꿔왔기 때문에 모든 걸 다 해보고 싶다. 뭐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거지.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를 주시고, 그걸 잘 캐치하는 게 내 몫인 거지. 뮤지컬도 그런 경우였고. 물론 지금은 뮤지컬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너무너무 좋아하게 돼서 공부도 하는 중이다. 앞으로는 ‘이런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까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일종의 워커홀릭 아닌가.
: 그럴 수도 있다. (웃음) 일하는 게 노는 것 같고, 노는 게 일하는 것 같다. 놀 때도 뭔가 좀 생산적인 걸 하고 싶다. 그래서 안 배웠던 스포츠도 해보려고 하고, UMF 같은 음악 페스티벌도 놓치지 않고 가려고 한다. 거긴 힙한 사람들이 진짜 많이 오고, 음악도 좋은 게 너무 많고, 무대에도 볼 게 너무 많거든. 파티니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소개받기도 한다. 주변에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더라. 너무 많은 분야를 좋아하는데 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그때그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휴대폰 메모장에 ‘To Do List’처럼 꼭 적어놓는다. 실행할 때마다 하나씩 지우긴 하는데, 전부 지운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소한 것까지 너무 다 적어두니까.


마치 일도 잘하고 여가도 잘 즐기는 직장인 같다. (웃음) 그래도 가끔은 방전된 걸 느낄 듯한데.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이럴 때가 제일 무서운 것 같다. 가끔은 그냥 시간만 흘러가길 바라는 사람처럼 일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1, 2년이 훅 지나간다. 그래서 스물한 살, 스물두 살 때는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너무 생각 없이 살았던 거다. 그런 때를 떠올리면 정신 차려야겠다 싶기도 하지. 남 일도 아니고 어차피 내 일인데 피해가려고만 하면 답이 없다. 이 일을 얼마나 의미 있게 해야 하나 생각해보면, 플레이어로서 무대에 설 때 아프다고 대충 할 수도 없다. 아프면 아픈 티를 안 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 이건 피해의식 같은 게 아니라, 보시는 분들의 불편함을 고려하는 거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태도가 있는 것 같다.
: 여러 상황에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모두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가 좋은데, 할 말은 꼭 해야 한다. 물론 같은 말이라도 뉘앙스에 따라 분위기가 싸해질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분위기에 맞춰서 좋게 좋게 해주는 게 제일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의 그런 태도를 불편해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만나도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내가 모두의 입맛에 맞추긴 어렵다. 나 자체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데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타인을 대할 때 본인만의 예의랄지, 선도 있나.
: 상대방에 대해 내가 먼저 알아주려고 한다. 그분들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한 일 등에 대해 내가 먼저 이야기해주는 거다.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남이 알아주면 좋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 아닌가. 나만의 룰 안에서 예의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존댓말로 ‘식사하시겠습니까’라고 하는 형식적인 부분보다는 그런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어른을 만났을 때 아무렇게나 대하는 건 아니고. (웃음) 일로서 마주치는 사이에서 그러고 싶진 않다는 거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게 말을 편하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걸까.
: 일을 하다 보면 인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난 그걸 따라가는 편은 아니다. 내가 그냥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서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공부하고 자라온 환경 자체가 그런 거지. 그리고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한 번 본 사람은 기억을 해뒀다가 만나면 꼭 인사를 한다. 나중에 인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약간 대하기 힘든 사람들은 있다. 가령 비즈니스 관계와 그냥 관계 맺기가 따로인 사람은 못 만난다. 나 역시도 일로서 만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게 결국은 관계인 건데. 그 사람한텐 내가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거든. 본인과 같은 취향만 만나려는 사람도 좀 힘들다. 내가 옷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옷을 좋아할 필요는 없지 않나.

대화를 하다 보니 자기애는 강한 것 같은데 고집스러운 건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사랑받기 위해서 뭘 하진 않지만 불편하지 않은 지점은 지키는 듯해서 신기하다.
: 어떤 성격을 보고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긴 힘든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내가 이 사람한테 갔을 땐 이런 사람이고, 저 사람한테 갔을 땐 저런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그 사람 어때?’라고 물어봐도 단정적으로 평가하진 못한다. 그냥 ‘나한텐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정도로 말하는 편이지. 나 역시도 이 잡지에선 이런 말을 하고, 저 잡지에선 저런 말을 한다. 그게 전부 내 안에 없는 모습은 아니다. 다 있는 건데, 누군가가 나를 설명할 땐 한 가지 캐릭터로 표현하는 게 편하지 않나. 그래서 여러 사람이 말하는 내가 다 다른 사람 같긴 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랑스럽단 이미지가 크다. 할아버지가 돼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달까. (웃음)
: 그때는 젊은 친구들한테 피해 안 주고, 열심히 일하거나 열심히 쉬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 옷은 예쁘게 입는 멋쟁이였으면 좋겠다. 옷에 대한 애정은 타고난 성향이니까, 끝까지 그렇지 않을까. (웃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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