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차트, 널 정말 믿어도 되겠니

2014.07.09

‘오늘 그 노래 음원 차트 1위 했대!’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음악 사이트는 십중팔구 멜론일 것이다.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400만 가입자에 2004년 11월 런칭 이후 단 한 번도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은 골리앗. 이런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멜론 자신이다. 다른 어떤 경쟁업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공개되는 앨범과 뮤직비디오, 오직 멜론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각종 독점 이벤트들은 멜론을 단지 음악 콘텐츠가 거래되는 장소가 아닌, 그 자체로 높은 가치와 공신력을 가지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었다.

이제 멜론은 단순한 음원 사이트가 아닌 대중음악을 다루는 멀티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 한가운데 멜론 차트가 있다. 이 차트는 멜론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이자 일종의 권력이다. 차트 외부로 보자면 2005년 시작해 2009년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개최되고 있는 ‘멜론 뮤직 어워드’의 무게감이 가장 크지만, 사실 주목해야 할 것은 외부가 아닌 차트 내부다. 우리가 쉽게 입에 올리는 1에서 100이라는 숫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폭풍이 매일같이 불고 있다. 개시 순간부터 모회사(로엔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나 유통하는 음반에 유리한 게 아니냐는 지속적인 의혹을 받고 있는 ‘멜론 추천곡’ 서비스는,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멜론 탑(Top) 100’ 1위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한 채 늠름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또한 일간/주간/월간을 넘어 실시간/급상승/5분 단위로까지 세분화된 차트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지니는 가치를 넘어 순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을 멜론의 지박령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렇다.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창을 켜고 오늘은 뭐 없나 마우스 휠을 굴리는 기자들을 제외하고, 각종 음원 차트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팬덤’이다. 얼마 전부터 멜론이 야심 차게 제공하기 시작한 ‘5분 전 순위예측’ 서비스는 차트에 대한 팬들의 지대한 관심이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이라는 명확한 증거다. ‘5분 후에 너희 가수를 1위로 만들고 싶지 않니?’라는 은근한 유혹의 손길을 외면할 팬덤은, 단언컨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실시간 순위 그래프에서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이 순간 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를 표시해주는 ‘지붕킥’ 제도를 보라. 궁극적인 차트 순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실제로 2012년 가장 많은 지붕킥을 기록했던 빅뱅의 ‘Blue’는 연간 음원 차트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특정 가수를 지지하는 팬덤에게는 가슴 한 켠 따스한 위안을 선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개념이다. 이 모든 것이 실은 차트를 재미있고 풍부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질문은 어떤가. 그 모든 노력 가운데 팬덤을 자극해 전체 이용량을 늘리거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차트를 움직이고자 하는 욕망은 조금도 없나. 정말 그런가.


음원 차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마치 고난 끝에 만난 구원의 손길 같았다. 판매량 급감과 팬덤 간 세력 다툼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음반 판매 차트를 대체할 수 있는, 그야말로 ‘민심’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만능열쇠인 것만 같았다. 관련 매체들의 호응도 컸다. 근근이 명맥이나마 이어나가고 있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들에서는 자신들의 순위 집계 방식에 음원 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부쩍 늘렸고, 언론사 헤드라인에서는 ‘음반 판매 1위’보다 ‘멜론 실시간 차트 1위’나 ‘음원 차트 올킬’ 같은 단어를 찾는 게 쉬운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멜론의 차트 개편은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음원 자체의 대중성이나 공정성 대신 팬덤을 자극해 더 많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의 선전으로 세계적인 음원 서비스 업체 아이튠스의 성장세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먼 예를 굳이 들 필요도 없다. 가온차트의 2013년 4분기 차트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디지털 음원 매출은 소폭의 성장을 기록한 음반 시장과 대조적으로 지난해 4월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음원 시장은 제자리인 상태에서 여전히 ‘화력’이 있는 팬덤에 더욱 의존하는 성향을 띠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1억 5천이면 10위권 안팎 순위를 한 달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을 서슴지 않는 중국발 브로커의 존재는 음원 차트에 대한 공정성은 물론 음원 시장의 규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유통사와 창작자 간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멜론은 문제의 근본적인 제거와 차트를 향한 대중들의 신뢰 회복 대신 단기적으로 눈에 보일 수 있는 이용량/가입자 늘리기를 선택했다. 과연 이것이 멜론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쯤 더 이상 뒤틀리지 않은 채, 보이는 그대로를 믿을 수 있을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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