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4>│② <트랜스포머 4>, 내 이럴 줄 알았지

2014.07.08

보세, 마세, 글쎄. 매주 개봉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시네마 예매지옥’ 코너를 통해 <아이즈>는 <트랜스포머 4>에 대해 ‘글쎄’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만을 본다면 대중의 선택은 ‘보세’로 몰리는 듯하다. 한편 관람 후 영화에 대한 평가는 ‘마세’로 수렴되고 있다. 누가 뭐라 악평을 하든 나는 이 영화를 보겠다는 의지와, 비록 내가 선택한 영화지만 이 영화에 대한 악평을 남겨야겠다는 의지가 공존하는 이 흥미로운 관객의 심리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출발하는 것일까. 또한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들의 마음은 어떤 결론에 도달할까. 마치 임성한 드라마를 보듯, 욕하면서도 <트랜스포머 4>를 보는 관객의 심리를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관람은 망해도, 정신은 승리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 팬들의 심리학.


Q. 이번 주말에 같이 영화 볼까? 뭐 보고 싶은 거 있어?
A. <트랜스포머 4>. 무조건 <트랜스포머 4>.

Q. 그래? 볼 거야? 저번에 마이클 베이 감독인가가 연출 맡았다고 되게 짜증 냈잖아.
A. 당연히 짜증 나지. 마이클 베이가 <트랜스포머> 2, 3편을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그 두 편은 로봇 영화가 아니라 완전 미군 PPL이라니까. 진짜 3편에서 미군들이 윙슈트 입고 날아서 시카고 침투할 땐 “그만해 미친놈아!”라고 소리 지를 뻔했다고. 그냥 깔끔하게 옵티머스 프라임이 활약할 기회를 주면 될 걸, 괜히 이것저것 구겨 넣다 보니까 영화만 길고 지루해지고. 정말 마이클 베이도 병이야 병.

Q. 그런데도 본다고?
A. 그러니까 더 짜증 나지. 곡 봐야 하는데 내가 싫어하는 감독이 연출을 맡으니까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 <트랜스포머 3>도 정말 잡스럽게 연출해서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봤는데. 휴, 화나는 걸 꾹 참고 봐야 할 걸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스트레스 때문에 배가 아파 오려고 그런다.

Q. 그 정도면 그냥 안 보면 되잖아.
A. 아유 참, 처음부터 설명해야 되는 거야? 내가 안 볼 거면 스트레스를 안 받겠지. 응? 이해가 안 돼? 내가 <트랜스포머 3>도 꾹 참고 봤다니까? 안 볼 영화면 스트레스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거예요.

Q. 연출도 엉망인 영화라면서 왜 그렇게까지 봐야 되는 건데.
A. 내가 마이클 베이 때문에 보나? 옵티머스 프라임 때문에 보는 거지. 그러니까 환장하는 거야. 네가 마이클 패스벤더를 좋아한다고 쳐봐. 그러면 굳이 <헤이와이어>를 보지 않고 <프로메테우스>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처럼 잘 만든 영화만 골라서 봐도 될 거란 말이지. 그런데 나는 그럴 수가 없어. 그럴 수가 없다고! 옵티머스 프라임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에만 출연하니까. 2011년에 3편이 나왔으니까 3년 만에 보는 건데 이걸 안 볼 수는 없잖아.

Q. 아니 무슨 옵티머스 프라임이 수지도 아니고 왜…
A. 변신 로봇이라고, 변신 로봇. 달리던 차가 갑자기 퓨뷰뷰붕칙폭칙폭차자자잔 옵티머스 프라임이랑 범블비로 변신. 이게 기가 막힌 거거든. 그렇게 변신한 로봇들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한복판에서 쿵작쿵작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그중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은 디자인이랑 색깔도 멋있고 키도 다른 로봇보다 큰데 몸도 날렵하잖아. 칼 부웅부웅, 다이노봇 입에서 불이 쿠아아앙. 응? 이해가 안 돼?


Q. 어차피 그렇게 로봇이 때려 부수는 걸 볼 거면 딱히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는 거 아니야? 어차피 그건 충분히 보여준다고 하던데.
A. 똑같이 몸뚱이 하나로 싸우는 액션 영화더라도 <옹박>이랑 조재현 나왔던 <더 킥>이랑 비교할 수는 없잖아. 그냥 발차기 하고 우당탕 싸운다고 다 같은 액션이 아니야. 액션은 액션을 통해 주인공이 멋있게 보여야 돼. 그런데 <트랜스포머 3>를 보면 시카고 전체를 다 때려 부수지만, 액션의 호흡이나 연출이 영 꽝이란 말이지. 가령 인간들에게 구박받고 쫓겨나다가 로켓이 폭발해서 죽은 줄 알았던 오토봇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정예 특공대처럼 몰래 시카고에 들어왔으면, 여기서부터는 얘들이 억눌렸던 설움을 액션으로 짧고 굵게 확 풀어줘야 하거든? 그래야 액션의 카타르시스가 살아나지. 그런데 베이는 미군이 활약할 시간도 줘야 하고, 주인공이 활약할 시간도 줘야 하고, 로봇들이 도시도 더 때려 부숴야 하기 때문에 굳이 또 오토봇들이 포로로 붙잡히고, 옵티머스 프라임이 날다가 철선에 엉켜서 곤란에 빠지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무의미하게 이어간다고. 그러다 곧 다시 쾅쾅쾅 부수고. 하다못해 <럭키짱>의 인천 짱 전사독도 강약약강강강약강중약의 흐름으로 싸우는데, 마이클 베이는 그냥 부수고 폭파하는 것만 연속해서 보여주니 멋있거나 재밌을 수가 없지.

Q. 그렇게 욕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A. 마이클 베이가? 마이클 베이에게 그런 건 없어. 그 사람은 자기 문제가 뭔지도 모를걸? <트랜스포머>가 2편, 3편 거듭될수록 재미없어지는 건, 마이클 베이가 갈수록 연출을 못해서가 아니라 갈수록 자기의 꿈과 희망을 펼쳐서야. 그런데도 계속 수익을 내니 제작비를 더 들여서 더 부수는 거지. 이 사람은 스케일을 키우는 게 작품이 더 나아지는 거라고 믿고 있을 거야. <트랜스포머 4>가 관객 수 100만을 겨우 채우는 정도로 흥행 참패를 해야 그나마 이 사람이 조금 정신을 차리거나 제작사가 감독을 교체할걸?

Q. 그러면 당장 너부터 안 보면 되잖아.
A. 아유 진짜, 또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거야? <트랜스포머 4>라니까? 옵티머스 프라임이랑 범블비가 부웅부웅?

Q. 그럼 기왕 볼 거 스트레스받지 말고 보던가.
A. 아 진짜, 아까 말했잖아. 마이클 베이가 연출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마음 편히 볼 수…

Q. 그만해, 알았어. <트랜스포머 4> 보자. 보면 되는 거지?
A.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관람 후)
Q. 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진짜 너무 정신도 없고 기운도 빠진다. 어떻게 이렇게 쉬지 않고 때려 부술 수 있지?
A.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Q. 이거 홍콩에서 뭐 지원받은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때려 부수는 걸로 도시 PPL을 하진 않을 거 아니야. 미국에서 싸우는 걸로도 모자라서 홍콩에까지 건너가는데 이건 뭐 흐름도 엉성하고, 당위도 엉성하고, 영화 사이사이에 블랙홀이 있는 거 같다니까?
A.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Q. 아오, 진짜 생각할수록 분하다. 3D 아이맥스로 보느라 관람료도 비싸고 2시간 40분 동안 시간도 허비하고. 아니 왜 이 이야기를 위해서 이 정도까지 시간을 써야 되지? 한 40분을 줄여도 이야기 전개에는 무리가 없잖아. 아오, 기력 빠져.
A.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Q. 그런데도 극장에 사람 완전 꽉 찬 거 봤지? 이거 또 1, 2, 3편처럼 흥행 대박 칠 거 같아. 벌써 400만 명도 넘었다더라. 이러면 또 이런 식으로 <트랜스포머 5>는 더 때려 부술 거 아니야. 영화에서 남긴 떡밥 보니까 다음에는 더 큰 적이랑 더 스케일 크게 싸울 거 같던데.
A. 내가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Q. 지금 이 영화를 내가 본 거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못 느끼니, 너는?
A. 아 진짜, 그 모든 걸 다 처음부터 얘기해줬잖아.

Q. 그럼 너는 잘못이 없다?
A. 잘못된 건 <트랜스포머 4>고, 나는 옳았어.

Q. 그럼 <트랜스포머 5>가 나와도 볼 거야?
A. 아유 진짜 진짜,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야 되는 거야?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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