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4>│③ 마이클 베이가 <에반게리온>을 만든다면

2014.07.08

신이 마이클 베이를 만들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혹시 연출력을 두 스푼, 미군에 대한 자부심을 두 스푼, 금발 미녀에 대한 애정을 세 스푼 넣은 뒤 손이 떨려 금속기계와 폭발에 대한 집착을 한 통 가득 부어버린 것은 아닐까. 164분 동안 쉬지 않고 무너지고 박살 나고 터지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보고 나면 이 의혹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진다. 돌이켜 보면 그는 <나쁜 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 그리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취향을 드러내 온 감독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을 넣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이클 베이의 세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부터 <변신자동차 또봇>까지 몇몇 작품을 대입해봤다.


마이클 베이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 때
일단 지구멸망을 50분, 성장담을 8분, 그리고… 로봇 전투를 넣어볼까? 으아아아!!!

“한때 인류의 낙원이었던 푸르고 비옥한 지구! 그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행성이 돌진해오며 그 운명이 바뀌었다. 최고의 굴착 전문가 팀에게 폭파 임무를 맡겼지만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인류의 절반이 지상에서 사라진 이 대참사를 인류는 ‘세컨드 임팩트’라 기억한다.” 15년 후, 텍사스에 사는 너드 고등학생 이카리 신지에게 어린 시절 떠났던 아버지가 찾아온다. 정체불명의 적 사도가 펜타곤을 비롯해 지구 곳곳의 작전 기지를 습격하자 국제연합군이 미 국방부 산하 비밀 조직 ‘섹터 7(aka 네르프)’에 작전 수행권을 넘긴 것이다. 네르프의 총사령관이자 신지의 아버지 겐도는 아들을 포함한 10대 파일럿들에게 비밀병기 에반게리온의 조종을 맡기는데, 정비사의 딸로 기계에 정통한 마이애미 출신의 금발 미녀 아스카와 핫팬츠에 탱크탑을 즐겨 입는 금발 미녀 레이가 그들이다. 심약한 성격의 신지는 무거운 임무를 벗어나기 위해 텍사스로 도망치지만 옥수수밭 8에이커를 초토화시키는 추격전 끝에 붙잡히고, 성격은 얼간이 같지만 얼굴만은 잘생긴 파일럿 나기사 카오루와 친구가 되어 다시 훈련에 매진한다. 마침내 사도의 최후 공격을 앞둔 급박한 순간, 겐도는 에바 앞에 도열한 파일럿들을 향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 순간, 제군들은 지구를 구할 전사들이다”라는 감동적이고 긴 연설을 늘어놓은 뒤 신지에게 말한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레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해.” 약 25분 동안 지구가 부서져라 사도와 싸우는 에바, 신지를 구하려다 직격탄을 맞고 쓰러진 카오루만 억울하게 전투는 승리로 끝나고 지구를 구한 영웅이 된 신지가 아스카 그리고 레이와 포옹하는 모습 위로 석양이 비춘다.


마이클 베이가 <다크 나이트>를 만들 때
일단 히어로를 10분, 추격전을 40분, 그리고… 폭발음을 넣어 볼까? 으아아아!!!

폭력과 환락으로 얼룩진 고담시, 번화가에서 폭주족들의 총질과 추격전이 벌어진다.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광경이 반복되자 이를 좌시할 수 없어진 배트맨은 지방 검사 하비 덴트, 형사 짐 고든과 함께 고담시의 범죄자들을 소탕하기로 한다. 그러나 스피드광이자 각종 무기에 집착하는 악당 조커가 나타나 배트맨을 죽이자고 제안하며 위험천만한 카 체이싱과 총기 난사가 시작된다. 특히 50만 달러 상당의 캐딜락이 생수 배달 트럭과 충돌하는 신이 압권, 이러한 배트맨과 악당들의 전투로 고담시의 도로교통 인프라가 거의 파괴되고 보도블록의 70%를 교체하게 되자 시민들은 해상교통을 주로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이는 바로 조커가 노렸던 결과로, 조커는 배 두 척에 폭탄을 싣고 시민들에게 살고 싶다면 상대 배의 기폭장치를 누르라고 지시한다. 시민들을 모두 살리려면 배트맨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건, 결국 배트맨은 알프레드가 대량 구매해두었던 가공할 위력의 폭탄으로 무장하고 조커의 은신처로 향한다. 초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긴장한 얼굴로 이를 지켜보는 뉴욕, 베이징, 도쿄의 시민들 그리고 작은 TV 앞에 모인 네팔의 시골 마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유로 전신화상을 입고 병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하비 덴트까지 지구를 한 바퀴 돈 카메라는 다시 고담시로 돌아오고 짐 고든은 반장에게 “일이 잘못되면 해고해도 좋다”고 선언한 뒤 경찰차를 몰고 배트맨을 따른다. 온갖 살인기계로 가득 찬 조커의 ‘신성한 전당’을 중화기로 15분 이상 박살 낸 끝에 조커의 얼굴에 박격포를 한 방 먹이고 작별을 고하는 배트맨, 또다시 고담시의 정의를 수호한 그가 배트모빌에 오르려던 찰나 모여든 시민들이 감동의 박수를 보내는 뒤로 석양이 비춘다. 


마이클 베이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만들 때
일단 로맨스를 1분 30초, 전우애를 30분, 그리고… 애국심을 넣어볼까? 으아아아!!!

“자유의 나무는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를 먹고 자란다. - 토마스 제퍼슨” 오프닝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했던 전투, 최소 130발의 포탄이 막사와 참호에 떨어지고 15분 이상 총알이 빗발치며 무수한 사상자가 발생한다. 다시 현재, 부상자를 위해 긴급히 콜라병에 수혈을 해야 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남자 스티브 로저스(aka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한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입대를 거부당했으나 ‘수퍼 솔져 프로젝트’에 스카우트되어 전사로 거듭났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냉동인간이 되기도 했던 그는 새롭게 마주한 현대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다. 비록 마지막 키스는 1945년이었지만 미모의 옆집 여성을 향해 그린 라이트를 켤까 말까 하던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친구이자 전우 버키가 인류를 위협하는 조직 ‘하이드라’에 세뇌당한 용병으로 돌아와 그와 맞선다. 비상시를 틈타 쉴드에 발언권을 행사하게 된 미 국방부 장관은 캡틴 아메리카의 실패 가능성을 주장하며 뉴욕 시내에 미사일을 투하하려 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홀로 나선 캡틴은 맨해튼 6번가부터 13번가까지를 초토화시키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마천루들을 무너뜨리며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는 전투 끝에 휘날리는 성조기 사이에서 버키와 재회한다. 차라리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게 나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정을 확인하고 공동의 적 하이드라를 괴멸시킨 두 남자의 등 뒤로 마지막 내레이션이 흐르며 석양이 비춘다. “어느 전쟁에서건 평화는 지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 캡틴 아메리카는 내가 누구고 왜 여기에 있는지 결코 잊지 않겠다. 그러니 경고한다. 자유와 평화를 건들지 마라.”


마이클 베이가 <아저씨>를 만들 때
일단 카 액션을 30분, 그리고… 총기 액션을 45분, 부성애를 넣어볼까? 으아아아!!!

“태초부터 평범한 인간들은 내일만 보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찾아왔고 내일만 사는 인간은 오늘만 사는 인간에게 패배했다. 오늘만 사는 인간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 이들을 우리는 ‘선택받은 자’라 부른다.” 엄숙한 내레이션과 함께 미 해병대 특수부대 폭파전문가였던 태식이 카타르 작전기지가 초토화되었던 악몽을 꾸며 등장한다. 아내를 잃은 그 날 이후 세상을 등지고 고물상을 꾸려가며 외롭게 살아가는 그의 유일한 친구는 아빠를 친근하게 ‘아저씨’라 부르는 딸 소미뿐이다. 그러나 ‘딸 바보’ 태식이 소미의 교복 치마 길이가 너무 짧다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다툰 어느 날, 소미가 갑자기 사라진다. 국제범죄조직이 고철에 핵연료봉을 숨겨 팔려는 현장을 목격하는 바람에 납치된 것이다. 1억 5천만 원을 호가하는 아우디 RS7 스포트백을 몰고 범인들을 추격하며 강변북로를 지나던 차량 70여 대를 반파시킨 태식, 그러나 소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경찰 역시 태식을 추격한다. 옛 해병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주한미군의 비밀 무기고를 턴 태식은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무장하고 테헤란로 한복판 범죄조직의 근거지를 찾아가 차근차근 날려버린다. 마침 적에게 고용되었던 킬러 역시 태식의 진심에 매료되어 칼을 내려놓고 그와 손을 잡는다. 태식을 뒤쫓아 온 경찰 특공대마저 경의의 눈빛을 보내는 와중 “아빤 내 영웅이에요”라며 달려와 안기는 소미, 부녀의 모습 위로 석양이 비춘다.


마이클 베이가 <변신자동차 또봇>을 만들 때
일단 동심을 3분, 탈주극을 20분, 그리고… 자동차 로봇을 넣어볼까? 으아아아!!!

정부는 대도시의 차량폭주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또봇의 활동을 금지하고 파일럿들을 해산시킨다. 공공근로에 투입된 또봇과 여름방학을 앞두고도 기운이 나지 않는 아이들 모두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대도시 외곽 교도소에서 범죄조직 두목의 탈옥 사건이 발생한다. 과거 브룽 모터스에서 리모가 만들었던 설계도를 훔쳐 세계에서 제일 빠른 차를 완성한 조직은 과감하게 대도시를 가로질러 대도항에서 두목을 밀항시킨 뒤 대량의 마약사탕을 밀수하려 하는데, 우연히 정보를 입수한 오혜라 순경은 상부에 보고하지만 무시당한다. 이 소식을 들은 하나, 두리, 세모, 오공은 ‘어김떡순’ 떡볶이로 인한 배탈을 핑계로 학교에서 빠져나와 또봇들을 찾아간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굳이 다시 모인 또봇과 파일럿들, 그러나 두목의 탈출을 돕기 위해 모인 폭주족들이 대도시 곳곳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 특히 통유리로 된 건물이나 1층 카페, 레스토랑 등을 차로 부수고 들어가 시민들을 위협한다. 위기의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훤빈이 “대도시의 어린이들이 마약사탕 따위에 중독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폭주족들에게 캡사이신 폭탄을 투하하고 도운은 조직의 통신망을 해킹해 그들의 탈주로를 알아낸다. 마침내 악당의 자동차가 또봇을 향해 달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들은 리모가 챙겨주었던 우유를 꺼내 마시며 PPL, 아니 긴장을 푼다. 그리고 합체하고 합심하여 세계에서 제일 빠른 차를 붙잡은 또봇, 멀리서 뒤늦게 달려오는 경찰차 십수 대의 사이렌 소리가 대도시를 울리고 아이들의 뿌듯한 미소 위로 석양이 비춘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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