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호·홍우진 “극단 간다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여가생활”

2014.07.08
<나와 할아버지>는 희곡작가인 준희와 할아버지가 함께 할아버지의 은인을 찾는 이야기이고, <유도소년>은 유도하는 소년 경찬이 첫사랑과 라이벌을 만나 성장한다는 이야기의 연극이다. 극단 간다의 작품들은 다 이런 식이다. 제목은 곧 이야기의 요약본이고, 주제는 또렷해 어렵지 않다. 간략할 간(簡)에 다양할 다(多). 혹은 정말 ‘go’의 의미를 담고 공연 배달을 하는 곳. 간다에서 작품을 쓰고 연출을 하고 극단을 책임지는 민준호와 연기하는 홍우진은 1999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 동기로 만나 15년의 시간을 보냈다. 둘은 2년 전에야 비로소 서로의 길을 공유했지만, 홍우진은 10주년을 맞이해 공연되는 간다 퍼레이드의 중심에 서서 극단의 색을 짙게 칠한다. 간다 퍼레이드의 네 번째 작품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이하 <노래방>)를 준비 중인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의 15년을 물었다.
극단 간다의 민준호 대표(왼쪽)와 홍우진.

간다 퍼레이드 세 번째 작품인 <유도소년>이 연장 공연을 하게 됐다. 실제로 유도를 하는 작품이라 체력소모가 엄청날 텐데, 괜찮은가. 
민준호
: 너무 솔직할 필요는 없어. (웃음)
홍우진: 솔직히 싫다. (웃음) 지금 대한민국에 올라온 연극 중 <유도소년>이 제일 힘들걸? 공연하는 동안 몸이 너무 힘드니까 엄청 예민했었다. 근데 흥행을 떠나서 이 작품은 모두가 같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서로의 만족감이 굉장히 컸고 성취감은 첫 공연 때부터 엄청났다.

민준호 연출의 경우 <유도소년>만큼은 대표의 입장으로만 공연을 본 셈인데, 객관적으로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민준호
: 제3자의 입장이 안 된다. (웃음) 이재준 연출이 맨날 집에 오길래 난 내가 연출을 같이 하는 줄 알았거든. 창작 초연이라는 게 연출에게는 엄청난 불안감을 준다. 그냥 매일 같이 오락 하고 술 마시면서 심리상담을 해줬다. 그리고 대본을 보니 이건 누구나 무대에서 보고 싶어 하는 ‘대본 좋은 넌버벌’이길래 걱정 말라고 했다. 오히려 나야말로 <유도소년>을 보고 뜨거워져서 신작을 구상할 정도였다. 솔직히 질투밖에 안 난다. (웃음)

창작에 있어서 질투가 동력인 건가. 
민준호
: 누가 나를 논문으로 파헤친 사람이 있는데, 그 형님은 그렇게 말하더라. 짜증이라고. (웃음)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짜증, 이런 공연은 있으면 안 돼? 라는 짜증. 사실 재준이가 가족 같은 애라서 질투인 거지, 그런 관계가 아니었으면 짜증이었을 거다. <유도소년>으로 재준이의 강단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난 재주가 없어서 고집만 부리는데 쟤는 재능도 있고 고집도 부리는구나. 완전 졌어!

<유도소년> 다음 작품으로 <노래방>이 공연된다. <올모스트 메인>,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에 이어 <노래방>까지 홍우진이 모두 출연하는데, 어떤 매력 때문에 믿고 맡기는 건가. (웃음)
민준호
: 일단 다행히 오디션을 잘 봤다. (웃음) 우진이가 <노래방>에서 손님들을 관찰하고 배우의 사견을 얘기하는 노래방 주인 역을 하게 됐는데, 자기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재밌고 우아하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진짜 주관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우진이가 그걸 할 수 있는 배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진이가 구시렁거리는 걸 원래도 잘하니까 잘 어울릴 것 같다고만 하는데, 난 우진이가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구시렁거리는 걸 무대에서 보고 싶었다. 얘는 보통 방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애인데 그걸 넘어서 햄릿이 됐든 뭐가 됐든 명확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롤캐릭터를 했으면 했다.
홍우진: 30대 중반이 되니까 사랑이나 아버지와의 관계 같은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겠더라.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 그대로 하길 바라는 연출들도 있는데 준호 형은 배우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어린 친구들한테는 힘들 수 있다. 딱 적절한 나이대에 만났지. 옛날의 나는 굉장히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술자리 있다 하면 가서 놀고, 피곤하면 자고, 아침에 만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었다.

그럼 언제 좀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나. 
홍우진
: 작년? (웃음) 
민준호: 얘를 보고 있으면 지금 쓰고 있는 <뜨거운 여름> 생각이 참 많이 난다. 열정은 늘 있는데 그걸 쏟아 부을 곳이 없는 게 청춘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진이도 그랬다. <나와 할아버지>를 5년 전부터 읽어보라고 줬는데 작년에 그 작품을 하면서 우진이가 쏟을 곳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이 제일 뜨거운 시기인 것 같다. 그러니까 <유도소년>도 주사 맞으면서까지 하지. 얘가 절대 그런 애가 아니거든. 공연을 하는 동안 되게 좋나 보다. 그 순간을 느끼게 돼버렸다는 게 반갑다. 난 그런 친구들이 늘어나는 재미에 살고. (웃음) 
홍우진: 옛날엔 연기 얘기 같은 것도 안 했고, 선배들이 얘기해줘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제는 이해하고 공감하고 같이 토론할 수 있는 속으로 들어간 거다. 삶의 방향이 그쪽으로 바뀐 거지. 예전에 (이)성민이 형이 극단 차이무 배우들 얘기를 하다가 “오용은 상대배우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순간순간 만들어주는데 내가 거기에 탁탁 치고 들어갈 때 희열이 장난 아니다”라고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게 뭔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뭔 소리야?’ 이랬었는데 8~9년이 지나고 <나와 할아버지>를 용이 형, (진)선규 형이랑 같이 하면서 선배들의 그 말이 다 이해가 됐다. 이제 그런 재미를 알게 된 거지. 처음 데이트할 때 서로가 주고받는 것처럼.

최근 연장공연에 돌입한 연극 <유도소년>.

지금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지만 15년 전 한예종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어땠나.
홍우진
: 첫인상이 되게 이상했다. 형이 패딩 아닌 패딩 같은 옷을 입고 왔거든. OT 때 술도 취하고 그래서 “형, 잘 자요” 그랬더니 “예, 안녕히 주무세요” 이러는 거다. 동기들하고 “저 새낀 뭐냐” 이랬다. (웃음)
민준호: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다니다 온 거라서 지나치게 사회적이었던 게 있었다. 난 제일 힘든 게 나이 어린 선배들한테 말 놓는 거였다. 그래서 선규가 “아니야 준호야, 말 놔~” 이러면서 자꾸 다가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어. 그렇게 한 2년을 버틴 것 같다.

그런데 학생회장도 하고 작품도 올리고 하지 않았나. 무엇이 그렇게 열심히 살게 했나. 
민준호
: 외로워서 그랬나 본데. (웃음) 열심히 살았다고 얘기하지만 참 부끄러운 게, 하도 재밌는 게 없으니까 그랬던 거다. 그냥, 졸업할 때 한 작품(<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 꽂힌 거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이 그냥 잘된 거다. 그다음에는 책임감으로 일했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찾아가 교감하는 기쁨을 알아가기도 했고.

사람들은 종종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지 않나. 
민준호
: 2004년에 극단을 만들고 그다음 7년간 나에게 있어 간다는 책임감의 집단이었다. 배우들을 살아남게 하기 위해 쓴 대본이 <노래방>이었고 실제로 그 공연이 끝나고 다들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나에게 책임감이라는 건 배우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거 그것뿐이다. 나만 좋자고 시작한 게 아니니까. 대신 요즘은 얘나 선규나 (정)선아나 (이)희준이나 정연이같이 잘 살아가고 있는 애들이 이 시간의 소중함을 후배들한테 잘 전달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둘이 알고 지낸 기간에 비해 홍우진의 입단은 좀 많이 늦었다.
민준호
: 돈에 의한 관계였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관계도 돈으로 만들려고 하는 집단이 아니라서 그렇다. 간다 작품만 하면 모두가 통장 잔고가 바닥난다. 모두가 그걸 알면서도 짊어지는 거다. 돈 대신 다른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건데 그건 결국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는 거다. 같이 부딪혀서 나가는 광선을 보고 싶은 거지, 내 타임, 네 타임 보는 게 아닌 거다. 그걸 좋아하는 놈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못한 거는… 텃세 때문이었다. (웃음)
홍우진: 외부 작업을 어느 정도 하고 들어간 경우인데, 그동안은 돈을 벌어도 만족감이 안 올 때가 있고 내가 말하는 걸 못 봐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여기 작업은 내가 무대에서 하는 얘기들이 객석에 다 전달되는 것 같았다. 가족들이 2009년 <모범생들> 이후 오래간만에 공연을 보러 왔는데 다 울고 갔다. 엄마는 “우리 아들이 맨날 일어나자마자 밥만 먹고 씻고 나가고 엄마 아빠 잠잘 때 들어와서 무슨 삶을 사는지 몰랐는데, 작품을 보고 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했다”고 하셨다. 아버지도 <유도소년> 보시면서 너무 우셨다고 하고, 형도 되게 냉정한데 자기 직장에 홍보영상 틀어놓고 그런다. 아들의 삶으로 인정해줬다는 그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나마 밖에서 인지도 쌓고 들어왔으니 다행이지, 처음부터 했으면 쥐뿔도 없었을 거다.
민준호: 사회성도 더 없고. (웃음)


그런 점이 이희준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배우들도 간다로 돌아오게 하는 것인가. 
민준호: 사람은 부족한 동물이라서, 자기 걸 내려놓고 마구 던질 때 모든 걸 발전시킨다. 그런 때로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성인에게 있다는 건 절대로 독이 되지 않는다. 고집이 아니고 모든 좋은 배우들은 그런 순간이 쌓여서 서 있는 거다. 그래서 “진짜로 자유로워 본 적 있어? 작품을 위해 에너지를 다 써봤어? 상대배우랑 해봤어?” 그런 얘기를 하는 거다. 희준이도 너무 답답해서 <나와 할아버지>를 하고 싶어 했고, 이제는 (김)민재가 돌아오는 시기인 것 같다.

그런 고향 같은 느낌을 주려면 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민준호
: 굳이 따지면 나랑 선규인데 터줏대감들이 약간 물이다. (웃음) 여자한테 제일 약한 게 둘이고, 동생들이 큰소리를 치면 말을 못한다. 나이 어릴수록 더 대우해주는 스타일인데 나이 든 사람들은 힘들어도 할 말은 하니까. 모두가 평등할 수는 없지만 작품이나 연기에 대해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지방간이 와서 술을 못 마시는데 자기들이 좋아서 후배들 챙기는 애들이 한둘씩 생기고 있다. 
홍우진: 나는 밥을 하도 많이 사서 이젠 돈이 없다. (웃음) 나 처음 연극 시작할 때만 해도 내 나이대 선배들은 다 돈이 없었다. 근데 지금의 나는 애들 아침에 연습한다고 하면 맥모닝이라도 여러 개 시켜줄 수 있고 둘이 얘기하다 “고기나 먹으러 갈래?” 하면서 사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 그런 거 보면 되게 행복한 것 같다.
민준호: <나와 할아버지>가 작품은 성공했는데 그동안 까먹은 게 많아서 쫑파티 장소가 안 좋았었다. 그러니까 선배님들이 “괜찮아 내가 살게” 이래서 극단에서는 돈을 한 푼도 안 썼다. 1차는 (김)승욱 선배가, 2차는 용이 형님이, 나야 그냥 맨 마지막에 “노래방 갈래?” 이러면서 한 여섯 명 데리고 갔고. (웃음)

믿음과 의리로 유지되어온 집단인 셈인데 내부적인 반발은 없었나.
민준호
: 평화주의자들이 남는다. 우리는 외부작업에 열려 있는데 대신 그만큼 여기 와서는 즐겁게 하고 책임을 지라는 거다. 일 없는 사람들이 손해지. 더 많이 와 있어야 하고 연습도 더 해야 되고. 그런데 그게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인내심 그리고 불만을 좋게 해결하려는 것. 작품마다 오디션을 보는 것도 그래서다. 서로를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질투나 파벌 가르기 같은 건 간다랑 안 맞다.

마지막으로 간다라는 이름으로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민준호
: 별로 없다. 중간에 간다가 멈췄을 때는 더 이상 멤버를 뽑지 않으려 했는데 10주년 퍼레이드를 하면서 더 많은 배우들이 들어왔다. 자식 낳으면 키우는 맛에 한다고, 결국은 또 벌여놓은 것 때문에 정리하는 몇 년이 있을 것 같다. 그러다 20주년 돼서 또 이런 걸 하게 된다면 다들 100만 원씩 내고 한다고 하면 할 거다. (웃음)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여가생활이면 그만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데 그건 가만히 있어도 다들 뜨거워서 결국은 다 하게 된다. 번개 같은 걸 좋아하기도 하고. 파바박 맞아떨어지는 시기는 늘 있더라. 
홍우진: 난 빨리 MT를 가고 싶다. 맨날 똑같은 얘기를 해도 웃고 맨날 똑같은 성대모사를 해도 웃는데 그렇게 같이 놀아야 뭐가 된다.

MT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민준호
: 그 즐거움을 모르는 후배들이 불쌍해서 그렇다. 난 부담 없이 양평 같은 데 가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는 삶이 이상향이다.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자라서 거기에 트러블이 없으면 좋겠고. 오디션도 평화 때문에 보니까. (웃음)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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