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대란│① 이 마리오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2014.06.17

마리오란 마리오
① 이 마리오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② 마리오 해피밀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③ 당신을 위한 마리오 인증샷 레시피 8
 

6월 16일, 2차 ‘마리오 대란’이 시작됐다. 햄버거를 사고 피규어를 받느냐, 피규어를 샀더니 햄버거가 따라오느냐 따위를 가리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맥도날드 해피밀 토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피규어는 지금 3,500원으로 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80년대 패미콤 세대라면 이 낯익은 미소의 친구를 당장 내 방으로, 내 사무실로 데려올 수 있다는 데 가슴이 뛸 수밖에. 그래서 <아이즈>는 어른들의 지갑과 마음마저 빼앗은 이 신기한 열풍을 탐구하고, 지난 5월 30일 1차 ‘마리오 대란’ 한가운데서 벌어진 고군분투를 복기하고, 어렵게 마리오를 획득한 이들을 위해 ‘자랑용’ 촬영 시안까지 준비했단 마리오~



“마-리오! 마-리오! 마-리오!” 흥분한 10대들이 허공을 향해 외친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치켜든 팔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진다. 카메라가 줌아웃하면서 엄청난 인파가 드러나고, 마침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간 카메라는 북미 대륙 위에 떠오른 거대한 마리오의 얼굴을 비춘다. 1990년, 닌텐도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 출시에 맞춰 미국에서 방영한 TV 광고다.

그로부터 25년 뒤, 한국에서 또다시 마리오에 열광하는 인파가 나타났다. 10대보다 30대가 더 눈에 띄었던 이들이 모여든 곳은 맥도날드였다. 5월 30일 자정을 기해 맥도날드의 어린이용 메뉴인 해피밀 토이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피규어 4종이 제공되기 시작하자마자 주문이 쏟아졌다. 평일인 금요일이었음에도 인스타그램에는 발 빠르게 마리오를 획득한 이들의 인증 사진이, 트위터에는 해피밀을 사러 길게 줄을 선 어른들의 무용담이 올라왔다. 마리오를 구하기 위해 정처 없이 매장을 순례하는 이들도, 피규어만 웃돈을 받고 팔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사흘째 전국 매장에서 마리오가 동나며 대란은 일단락됐다. 맥도날드 홍보팀의 류지은 과장은 “정확한 수량을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해 12월, 사흘 만에 10만 개가 완판된 ‘헬로 키티 한정판’보다 훨씬 많은 양이 더 빠르게 소진되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와 음료에 장난감을 끼워주는 해피밀 세트를 내놓은 것은 1979년이었다. 맥도날드의 광고 담당자로 오랫동안 재직했던 제리 반 겔더는 말했다. “우리는 장난감을 이용해 아이들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그런데 콧수염에 멜빵바지를 입은 배관공 장난감이 어른들을 직접 공략했다. 강남, 종로, 구로디지털단지 등 업무 지구에 위치한 매장에서는 프로모션 시작 당일 혹은 이튿날 오전에 마리오가 모조리 동났다. 두 명의 성인 여성은 마리오를 찾아서 맥도날드 한국 지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인근 매장에서도 일찌감치 마리오가 품절된 탓에 직원들 역시 구하지 못했긴 마찬가지였다.


왜 마리오일까? 2012년 <콤플렉스> 매거진에 실린 ‘역대 가장 멋진 해피밀 토이 50’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세계적인 인형 회사 TY의 동물 인형 티니 비니 베이비였다. 1997년 출시된 이 제품은 열흘 동안 미국에서 1억 세트가 팔렸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스펀지밥>과 <슈퍼배드> 캐릭터 피규어 해피밀토이가 품절 사태를 빚었다. 하지만 지금 마리오의 인기는 한 작품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 세대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80년대 초반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 ‘동키 콩’에 처음 등장한 마리오는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꽃을 먹으면 강해지고 슈퍼 버섯을 먹으면 커지던 마리오는 언제나 경쾌한 음악과 함께 모험의 세계에 뛰어들어 기운차게 점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일본 회사의 미국 지사에서 이탈리아계 건물주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이 캐릭터는 오락실에서 가정용 게임기인 패미콤으로 게임 환경이 바뀌어가던 8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 어린이 대부분이 처음 만난 게임 친구이기도 했다. 패미콤을 구입하면 대개 ‘슈퍼마리오’ 게임팩이 딸려 왔고, 모두가 패미콤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패미콤을 가진 친구들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닌텐도는 패미콤 시대부터 슈퍼 패미콤을 거쳐 닌텐도 Wii와 닌텐도 3DS가 등장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게임기를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마리오 시리즈를 출시 중이다.

모두가 마리오를 안다. 적어도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이라면. 4월 말, 다음 해피밀 토이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라는 사실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애타게 기다린 것은 마리오 마니아들이었겠지만 ‘마리오 대란’이 일어난 것은 그들뿐 아니라 마리오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던 소비자들이 대거 출동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코어하지 않으면서도 ‘클래식’에 가까운 마리오의 성격과 가격 대비 양호한 피규어의 퀄리티 역시 주효했다. 특별한 걸 갖고 싶어 하지만 유별나 보이기는 원치 않는 대중의 욕망을 관통한 것이다. 키덜트와 서브컬처 마니아들을 위한 SNS ‘지빗’을 개발한 황재호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쓸 수 있는 ‘총알(현금)’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편견이 크지 않으며, 구하기 쉽다는 삼박자가 맞으면 그냥 ‘덕질’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아는 마리오와 ‘어디에나’ 있는 맥도날드의 조합이 불러온 이번 대란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줄을 서고 단돈 3,500원을 내는 것만으로 일상 속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니. 게다가 실시간으로 불특정 다수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SNS 문화는 이러한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결국 맥도날드는 23일로 예정되어 있던 나머지 피규어 4종의 출시를 16일로 앞당겼다. 지사와 매장으로부터 출시일을 당겨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쯤 누군가는 새벽부터 줄 선 열정의 결과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을 것이고, 한발 늦은 누군가는 재고 찾아 삼만 리의 모험을 떠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냉철한 누군가는 그까짓 ‘싸구려 장난감’에 왜 그렇게 목숨을 거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천득의 수필 <은전 한 닢>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걸로 번 돈을 어렵게 모아 은전 한 닢으로 바꾸고 감격에 빠졌던 늙은 거지는 말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세상엔 꼭 그렇게 갖고 싶은 게 있는 법이다. 괜히.

참고 도서
<닌텐도의 비밀> 데이비드 셰프 (이레 미디어)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 줄리엣 B. 쇼어 (해냄)
<마니아 씨, 즐겁습니까?> 김대영, 김민식, 김혁, 김형언, 손원경, 황재호 (바이북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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