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Hug Me’, 좀 더 듣고 싶은 목소리

2014.06.16
[개념 정리]
크러쉬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2012년 12월 첫 번째 싱글 ‘Red Dress’를 내놓으며 데뷔했다. 그레이, 자이언티, 로꼬 등과 함께 비비드(VV:D) 크루로 활동하며 자이언티의 ‘뻔한 멜로디’와 슈프림팀의 ‘그대로 있어도 돼’, 로꼬의 ‘감아’ 등을 만들고 피처링까지 도맡기도 했다. 지난 5일 발표한 < Crush On You >는 크러쉬 본인이 작사·작곡한 곡들로만 채워져 있는 R&B 앨범이다.

[고득점 집중 공략]
‘Hug Me’는 크러쉬의 욕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곡이다. 부드러운 멜로디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뒤따라 등장하는 보컬에 무리 없이 집중하게끔 만들고, 비트를 서서히 고조시키다 리드미컬하게 정리해버리는 후반부는 “hug hug hug me”라는 후크를 돋보이게 해준다. 그리고, 크러쉬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편곡에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단단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독특한 리듬으로 단어를 끊어서 내뱉는 개코의 랩 파트까지 감안하면, ‘Hug Me’는 자세히 들었을 때 지루할 틈을 좀처럼 주지 않는 음악이다. 이 곡의 야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려하게 세팅된 뮤직비디오는 크러쉬에게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아우라를 덧입히며, 댄스를 기반으로 한 무대는 크러쉬가 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확장시켜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기획들이 플러스 요인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뮤직비디오의 연출은 다소 식상하며, 섹시한 여성 댄스들과 호흡을 맞추는 퍼포먼스에서는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정기고와 태양 등 R&B 뮤지션들이 오로지 목소리에 집중하는 이 시점에서, 크러쉬의 선택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이전까지 ‘그대로 있어도 돼’와 ‘감아’ 등에서 피처링을 통해 오직 목소리로만 이름을 알렸던 그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Hug Me’가 보여주는 크러쉬의 지향점은 뚜렷하다. 들을 만한 보컬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크러쉬의 장점을 배가시키기에 ‘Hug Me’가 최선이었다고 보긴 어려워도, 그가 가진 것을 요약하여 보여주기에는 적절했던 셈이다. 앨범 < Crush On You >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끈적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첫 트랙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뉴잭스윙 장르의 ‘Hey Baby’, 직설적인 문법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슬로우잼 기반의 ‘Give It To Me’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블랙뮤직으로 구성된 앨범은 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무엇을 감춰둔 채 호기심을 자극하느냐가 영리함의 기준이라면, 크러쉬의 이번 앨범은 분명 영리하진 않다. 다만 첫 등장부터 모든 것을 꺼내놓았다는 점에서 패기 있는 시도이며, 그 패기로 결국 호기심을 자극한다. 크러쉬의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면, 목소리와 재능에 앞서 아마 그런 태도 덕분일 것이다.

[1점 더 올리기]
- 크러쉬의 목소리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 ‘Hug Me’의 어쿠스틱 버전을 들어볼 것.
- 크러쉬는 비비드 크루의 막내다. 때문에 그는 크루 내에서 내분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중재하기, 술에 취해 형들에게 업히거나 볼에 뽀뽀를 하는 등 재롱떨기를 담당하고 있다.
- Mnet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했던 치타와 크러쉬는 마스터피라는 팀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타이틀곡의 제목은 ‘롤러코스터’였으며, 크러쉬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 보컬뿐 아니라 랩까지 소화했다. 마스터피스는 현재 공식적으로 해체된 상태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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