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는 도대체 어떤 여자야?

2014.05.28

자신이 작사한 노래 속에서, 아이유는 연애의 마스터다. “패턴은 비슷하지만 연애 초기 그것관 달라 모른 척해도 이건 더 이상 밀고 당기기가 아냐”(‘을의 연애’)라며 상대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 채고, “늦은 밤 진동 소리에 은근한 목소리로” 잠을 깨웠던 남자에게 마음을 주기도 하지만, “네가 아니면 뭐 아닌 거지 뭐”(‘Voice mail’)라며 스스로 정리한다. 그러니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어도 꾹 참고 “mind control” 하면서 남자가 “나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이 여잔 도대체 뭐야”(‘금요일에 만나요’)라며 실토하게 만들고, 남들이 봄에 연애하기 바쁠 때 “손에 닿지도 않을 말로 날 꿈틀거리게 하지 말어”(‘봄 사랑 벚꽃 말고’)라며 신경 쓰지 않기도 한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이란 가사가 있는 노래로 미디어로부터 ‘국민 여동생’이란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좋은 날’이 오기 전, 10대 소녀는 갑자기 닥친 가난으로 친척 집에 얹혀살았다. 화목하던 부모는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아무 소리도 없는 방 그 안에 난 외톨이 어딘가 불안해 TV 소리를 키워봐도 저 사람들은 왜 웃고 있는 거야”(‘싫은 날’)라며 누구도 듣지 않을 비명을 외쳤다. 어려서부터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이 익숙했던 가난한 10대의 삶. 불만 끄면 바퀴벌레가 모여드는 방에서 친척의 눈치를 보고, 오디션을 보다 사기도 여러 번 당했다. 열여섯에 가수가 되는 것은 빠른 일이다. 하지만 아이유는 더 일찍 어른들의 세계에 노출되었고, 데뷔 후에는 “다음 앨범을 걱정”하며 살았다. 스스로 “내 일 한 가지만 하다 보니” 정신 연령은 데뷔하던 열여섯에 멈춰 있고, 아직도 교복 입은 학생들이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신기하다 말한다. 반대로 연애는 시작도 끝도 알아서 해야 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배기겠어”(‘금요일에 만나요’)라는 스물 한 살의 설렘과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 (중략) 난 다른 얘기가 듣고 싶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버릴 봄 사랑 벚꽃 말고”(‘봄 사랑 벚꽃 말고’)의 달관을 동시에 가졌다.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가 기이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면, 1993년생 가수가 ‘너의 의미’의 원곡자 김창완과 같이 노래해서가 아니다. 아이유는 리메이크를 통해 자신의 이 독특한 내면을 하나의 스타일로 구현한다. ‘나의 옛날이야기’에서는 저음을 거의 잘라내고, 가볍고 담담하게 노래한다. 목소리의 떨림은 최대한 줄이고, 살짝 감는 목소리로 감정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오래된 필름을 돌려보고, 잠깐 눈물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대부분 무표정이거나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에서는 박자를 밀지도 끌지도 않은 채 정박을 맞추며 서늘하게 느껴질 만큼 덤덤하게 부른다. 과거의 복원도, 재해석도 아니다. 대신 현재 시점에서 이 노래들을 오래 전부터 들어온 사람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스물한 살 가수가 부르는 회한의 정서. ‘싫은 날’에서 돌이키기 싫을 법한 과거를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봄 사랑 벚꽃 말고’에서 연애에 대해 해도 좋고, 안 하면 말고의 자세로 무심하게 받아치던 그 태도다.

김창완이 ‘너의 의미’ 마지막에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고 묻는 것은 아이유의 현재에 대한 질문처럼 들린다. 아이유를 삼촌, 또는 아빠뻘이 되는 뮤지션들과 작업하도록 하는 것은 예전부터 이어진 소속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아이유 역시 ‘너의 의미’에서는 문자 그대로 목소리에 ‘공기’를 넣고 더 부드럽게, 귀여운 느낌으로 부른다. 김창완의 참여가 결정되는 순간, ‘너의 의미’의 방향은 명확했다. 아이유가 ‘좋은 날’과 ‘삼촌’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이유는 다른 곡들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의 의미를 바꿔 놓았다. 조카나 딸 같은 여가수가 옛날 곡들을 대견하게 해석하는 결과물이 될 뻔 했던 앨범이, 스물한 살 여가수가 30년 전부터 원곡을 들어온 것 같은 마음으로 부른 기묘한 노래들이 되었다. 과거와 현재가 한 사람을 통해 기묘하게 섞인 노래가 음원 차트 1위를 하는 것은, 지금 아이유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아이유의 친구 수지는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여대생 서연을 연기한 후 남자들이 생각하는 첫사랑의 이미지가 되었다. 아이유 역시 오빠를 사랑하던 첫사랑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유는 점점 더 현실의 연애에 대해 노래하고, 자신의 상처마저 지나간 일처럼 노래하는 독특한 위치로 옮겨갔다. 그것은 서연이 사실은 자신을 좋아하던 남자의 마음을 알아차릴 만큼 연애에 대한 눈치가 있었고,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음대생이었던 것과 같다. ‘첫사랑’이나 ‘국민 여동생’으로 규정될 수 없는 한 여성의 내면이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점점 더 확실히 알려진다. ‘금요일에 만나요’, ‘봄 사랑 벚꽃 말고’, ‘나의 옛날이야기’의 연이은 히트를 통해, 아이유는 점점 더 대중에게 지금의 자신을 납득시킨다. 영악하게 귀엽고, 애 어른이기도 하지만 얌전하지도 판타지의 존재로만 머물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이돌이지만 스스로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고, 직접 쓴 곡들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국민 여동생’이던 시절은 오래 전 일처럼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아이유는 오히려 더 독특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니 묻고 싶어질 수밖에. “도대체 넌 누구냐?” 아이유가 답을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이유가 ‘좋은 날’을 부르던 그 때보다 더 궁금해졌다는 사실 그 자체일 것이다.

사진제공. 로엔트리



목록

SPECIAL

image 아이돌 연습생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