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한양툰크 vs 북새통문고, 홍대에서 만화를 팝니다

2014.05.23
17년. 홍대 역 주변에 자리 잡은 만화 전문 매장 한양툰크가 영업해온 시절이다. 그리고 한양툰크가 생긴 지 7년 뒤 북새통문고(이하 북새통)가 문을 열었고 올해 5월, 10주년을 맞았다. 두 서점이 홍대 역 8번 출구 쪽에서 10년간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 서점에 들르던 십대 청소년은 직장인이 됐고, 그들은 한국과 일본 만화뿐 아니라 그래픽 노블 등에도 관심을 보인다. 만화 산업의 황금기이던 1990년대부터 현저히 시장이 축소된 지금까지, 한양툰크와 북새통은 한국에서 만화를 보는 이들에게 만화를 제공하고, 새로운 만화를 소개하고, 그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문자 그대로 ‘젖줄’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아이즈>는 두 서점이 함께 10년을 보낸 기념으로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두 서점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경쟁 관계이자 공생 관계이며 한국의 만화 팬들에게 언제나 만화가 있는 곳인 두 서점 이야기.


지상 vs 지하 
한양툰크와 북새통은 입지 조건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한양툰크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건물의 두 층을 쓴다. 1층만 보여서 규모가 작아 보이지만 지하까지 합치면 그리 작지 않고, 오래된 건물이라도 지상에 있어 분위기가 밝다. 반면 북새통은 지하 1층에 자리 잡았다. 입구가 3개나 있을 만큼 상당히 넓고, 한양툰크처럼 공간이 나뉘지 않아 다용도로 쓸 수 있다. 과거에는 북새통과 함께 사진관이 있었지만, 사진관 폐업으로 북새통이 그 자리까지 영업하게 되면서 지금처럼 넓어졌다. 다만 습한 날에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지하실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살짝’ 난다는 점은 기억하자. 



전체 보기 vs 은신 가능 
들어서자마자 그래픽 노블 등 판형 큰 책들의 신간이 보이고, 그 옆 매대를 가면 각종 만화책들의 신간이 있다. 그 신간을 따라서 내부로 들어와 서점의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것이 한양툰크다. 손님들이 서점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동선이 짜여 있고, 사장님은 계산대에서 손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지하도 일본 원서와 그래픽 노블/절판도서 두 구획으로 나누어 각각의 직원이 관리하고, 역시 손님이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고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서 매장에 CCTV는 있지만 CCTV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반면 북새통은 넓고 책장이 많아 직원들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CCTV의 설치 사실을 특히 강조한다. 매장 전체로 볼 때 웹툰과 일반 출판 만화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옆 책장에 국내외 작법서를 모아두었다. 그리고, 서점 가장 구석진 부분에 BL만화가 가득 차 있다. BL만화를 찾는다면 조용히 책을 고를 수 있다. 



사장님 검색 vs 컴퓨터 검색
‘어, 맞다. <습지 생태보고서>도 못 봤는데… <페이블즈> 5권도…’ 두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정신을 잃고 한눈을 팔기 쉽지만, 지갑이 탈탈 털리는 개미지옥에 빠져들지 말고 본래 목적을 찾도록 하자. 한양툰크는 계산대로 가서 사장님 혹은 직원에게 구하려는 책을 묻는 게 제일 빠르다. “사장님, <페이트 제로> 5권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면 “만화책? 라이트 노벨?”이라는 물음과 함께 카운터에서 걸어 나와 책을 찾아준다. 반면 북새통은 책 검색을 위한 컴퓨터가 2대 있고, 책을 검색하면 책 위치에 위치 좌표가 뜬다. 다만 책장의 몇 번째 자리에 있는지까지는 나와 있지 않다. 북새통은 신간의 경우 책 표지가 보이게 앞에 쌓여 있고, 완결되거나 잘 안 팔리는 책은 책장에 꽂혀 있다. 한양툰크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들끼리 분류되어 있다. 



사장님의 취향 vs 손님의 취향 
한양툰크에 가면 곳곳에서 손 글씨를 발견할 수 있다. 계산대 옆에는 1% 적립금을 받기 위해 아이디와 가격을 적어놓는 종이와 펜이 있다. 언제 어떤 신간이 나왔는지 손 글씨로 적어놓은 게시판도 있다. 한양툰크의 김기성 사장은 “포인트 카드를 만들 수도 있지만 나는 만화책 서점 사장이니까 아날로그를 지향하고 싶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음악도 사장님이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보통 가요가 나오면 사장님의 취향이고, 애니메이션 OST가 나오면 아르바이트생의 취향이다. 북새통은 음악을 틀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많고 시끌시끌해서다. 북새통의 강점은 넓은 공간을 활용해 손님의 편의를 돕는다는 점이다. 동인 행사를 위한 게시판과 전단지 놓는 비치함이 따로 만들어져 있고, 서점 한편에 손님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만화책에 관심 없는 동행이 있다면 이곳에서 쉬게 하고 눈치 받는 것을 피해보자. 한쪽에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만화책 1권들이 책장에 가득하다. 쉬면서 만화책도 읽을 수 있다. 만화에 큰 관심 없는 사람에게 만화책을 읽히며 개미지옥에 빠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절판도서 vs Only 북새통 
두 서점 모두 각각의 희귀 아이템이 있다. 한양툰크는 역사에 걸맞은 다양한 절판도서가 있다. 추억의 만화잡지 <밍크>에 연재되었던 만화책 등이 여기 있고, 절판도서는 매장 외 서점 맞은편 창고에도 2만 권이 있다. 여기서 책을 찾는 재미도 있지만, 최근 행사를 하면서 절판도서 쪽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막아놓았다. 책이 훼손될 위험 때문이다. 절판도서를 구매하고 싶다면 당분간은 인터넷을 이용하자. 북새통은 절판도서 등 오래된 책은 모두 소진했고, 신간 위주로 매장이 돌아간다. 대신 절판도서 중 출판사에 라이선스가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 아예 출판을 의뢰한다. 현재의 가격에 맞춰 300~500질 정도를 주문, 북새통에서만 파는 것이다. 박회순 과장은 “<서양골동양과자점>과 <이나중 탁구부>를 찍었는데 <이나중 탁구부>는 인기가 좋아 절반이 나갔다. 앞으로 시미즈 레이코의 작품을 선별해 찍을 생각이고, 동인지나 자가출판 책도 판매 대행을 할지 고려 중”이라 말했다. 



20% vs 20% 
두 서점 모두 현금 20%, 카드 15% 할인이 된다. 보통 인터넷에서 10% 할인에 적립금 10%가 붙는 것을 생각하면 확연히 싸다. 현금 20% 할인의 역사는 총판(도매 서점) 중 하나로 시작됐다. 출판사에서 총판에 책을 넘기면 소매 서점이나 만화 대여점이 총판에서 책을 구매한다. 한양툰크 역시 17년 전 각 구에 있는 총판으로 시작했고, 사업자들에게 팔다 보니 20% 할인을 할 수 있었다. 당시 한양툰크는 직원 8명에 낮에 다녀가는 만화 대여점 업체 사람들만 60~70명일 정도로 성황이었다고. 만화책도 하루에 15~20권씩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반면 요즘에는 매월 중순이 지나야 하루에 10~15개 정도 나온다. 하지만 보통 총판이 외진 곳에 있는 것과 달리, 한양툰크는 홍대라는 지역적 특성상 일반 소비자들도 많이 들르기에 도매가로 서적을 팔 수 있다. 그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한양툰크는 물론 후발주자인 북새통도 20% 할인을 유지한다. 한양툰크는 현재 총판을 접었고, 사장님 포함 직원이 3명으로 줄었다. 북새통 직원은 5명이다. 


20세 이상 vs 15세 이상 
17년 역사의 한양툰크는 이십대 이상의 손님이 많다. 과거부터 꾸준히 오던 손님들도 많고, 하루 500~800명이 온다. 세일 기간인 3월에는 3~5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초창기보다 반 이상 준 수치다. 북새통이 생긴 영향도 있지만 만화 시장이 과거보다 죽은 탓도 있다. 북새통은 15세 이상의 청소년들부터 손님이다. 그래서 교복을 입고 오는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을 위한 작법서 등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교육에 관련된 섹션을 따로 마련했다. 하루 손님은 800~1200명 선이고, 1년에 한 번 개점일에 맞춰 하는 세일에는 6천~7천 명이 다녀간다. 북새통은 5년 전보다 지금이 오히려 손님이 늘었는데, 이는 한양툰크와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17년 전 생긴 한양툰크는 만화 전성기 시절을 보냈고, 북새통은 최고 전성기를 지나 하락세를 타기 시작할 무렵 생겼다. 그만큼 두 곳이 느끼는 현재의 시장이 다르다. 박회순 과장은 “만화 대여점이 사라지면서 만화를 책으로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책을 사서 보기 시작하며 구매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 서점은 만화 산업의 흥망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홍대 vs 홍대
한양툰크와 북새통은 홍대 역 주변 번화가에 자리 잡았다. 그만큼 홍대 상권이 커지면서 땅값도 상상 그 이상으로 올랐다. “6억~7억 원의 권리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서점 주변에는 대형체인이 들어선다. 다행히 한양툰크는 “건물주가 미대 교수님이라 문화 사업 취지로 주변 가게에 비해 낮은 세를 받는다”고. 하지만 북새통은 건물 1층이 한국야쿠르트에서 하는 ‘코코브루니’로 바뀌었고, 월세도 비약적으로 올랐다. 박회순 과장은 “우리 서점도 노리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이 두 서점도 홍대 주변 가게가 가지는 불안을 안고 영업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홍대라는 입지조건이 큰 역할을 했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해 주변에 많은 미술학원, 화방이 있고, 문화에 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의 특성상 책을 찾는 수요자들 자체가 많다. 또한 홍대역 앞 주변에는 한양툰크와 북새통 이외에도 영진 서적, 리브로 등의 서점은 물론원서를 파는 작은 서점들도 많다. 박회순 과장이 “우리가 일서나 피규어 등 모든 것을 다 갖춰놓지 않아도 이미 홍대의 다른 매장들이 갖추고 있는 게 많다”고 말할 정도다. 만화책,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관련 서적을 사고 싶으면 홍대에 오면 되고, 한 곳에 없으면 다른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홍대에 오면 허탕을 치지 않고 돌아간다는 믿음이 생겼다. 한양툰크가 생긴지 17년, 북새통이 생긴지 10년. 홍대 주변에 대한 이 믿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교정. 이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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