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봇>│② “우리는 <또봇>을 생활밀착형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른다”

2014.05.20

모두가 또봇을 좋아해
① 또봇, 너를 갖고 싶다
② “우리는 <또봇>을 생활밀착형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른다”
③ 이 중에 네 취향 하나쯤은 있겠지
④ 또봇이 필요한 당신에게
 

뭐지? 어물전도 아니고. 언젠가 <변신자동차 또봇>(이하 <또봇>)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가다랭이와 가을고등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특히 <보노보노>에서 포로리가 말하던 “때릴 거야?”를 대사에 인용하거나, 거대 포털 DAVER나, 머리 아플 땐 ‘타일러 널’처럼, 기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어려운 깨알 같은 패러디와 유머를 볼 때마다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갔다. 단순히 센스의 문제만은 아니다. 숲 속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뽀롱뽀롱 뽀로로>나 섬마을 브룸스타운의 <로보카 폴리>처럼 동시대적이고 현실적인 요소를 최대한 제거한 기존 애니메이션의 공식과는 반대되는 지점에서 <또봇>은 결국 가시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과연 기괴한 가명을 쓰는 어물전의 두 사람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일까. 가명에 비해 매우 점잖았던 레트로봇의 가다랭이(본명 이달) 대표와 가을고등어(본명 고동우) 이사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레트로봇의 가다랭이 대표(왼쪽)와 가을고등어 이사.

얼마 전 <또봇> 14기가 끝났다. 이렇게 오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가다랭이
: 처음부터 장기적인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알려진 것처럼 처음 기획은 영실업에서 기아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 완구를 내면서 이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함께 방영하는 거였다. 처음 영실업에서 우리에게 제안했을 때만 해도 한 시즌만 계약했고 두 번째는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영실업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제작비가 부족해 우리 내부적으로도 현물 투자를 해야 했다. 첫 시즌이 방영되며 완구 판매가 좀 되긴 했지만 수익을 낼 정도는 아니었고 투자한 만큼 적자를 안게 됐다. 그러다 두 번째 시즌부터 완구 매출이 더 상승했고, 약 1년이 지나면서부터 제작비 회수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작품의 스토리라인도 장기적으로 짜기 어려웠을 텐데.
가다랭이
: <또봇> 팬분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게, 아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치고 스토리와 기획이 탄탄하다는 건데, 사실 그 과정은 굉장히 허술하다. 매 시즌 시작할 때마다 새롭게 스토리를 써야 했다. 1기 마지막에 아크니가 등장하는 것도 당시에 영실업과 2기 제작을 계약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가을고등어: 장기적으로 잡고 가지 못하는 대신, 인터랙티브하게 팬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있었다. 가령 리모가 우리 예상보다 인기가 좋아서 다시 합류시키는 것처럼. 네옹이나 오공이, 온달이도 비슷한 경우다.

그럼에도 조금씩 아크니와 훤빈의 배후인 왕 회장의 존재, 그의 숨겨진 아들 등 조금씩 굵직한 복선들이 등장하고 있다.
가다랭이
: 재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장기 플랜을 세웠다. 그때부터 <또봇>이 장기화 될 조짐이 보였고 영실업도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게 돼서, <또봇> 3개년 계획을 세우고 3년 분량의 시놉시스를 준비했다. 그때부터는 미리 기획하고 들어가는 체제가 됐다. 물론 여전히 새 시즌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많은 게 바뀌지만.

변신 로봇물인 만큼 계획에 새 로봇이나 새로운 합체 유닛의 등장이 포함되어야 할 텐데.
가다랭이
: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완구로 출시될 또봇의 라인업이다. 영실업 측과 먼저 같이 회의를 해서 이러이러한 새 또봇을 이때 등장시키자는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스토리를 고민하는 거다.

X, Y가 합체해 타이탄이 되고, Z가 가세해 트라이탄도 됐고, 이제 쿼트란까지 나왔다. 새 유닛이 나오려면 스토리상 더 강한 적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가다랭이
: 당연히 그렇긴 한데, 우리가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마치 <드래곤볼>처럼 한도 끝도 없이 세계가 커지고 뻥이 커지는 거다. (웃음) 장기적으로 무리 없이 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에스컬레이션 서사를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취하는 전략은, 매년 서너 개 에피소드를 발표하면서 연초에는 조금 약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뒤로 갈수록 스케일을 커지게 하다가 연말에 가장 큰 액션을 벌인 뒤, 해가 바뀌면 다시 좀 차분하게 가는 사이클을 만드는 거다.

아이들의 셔틀콕을 찾아주는 것처럼 일상적인 도움을 주는 영웅의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는 건 그 때문일까.

가다랭이
: 처음부터 추구한 게 그거다. 우리는 <또봇>을 생활밀착형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먼 나라 이야기나 판타스틱한, 혹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일상적이되 밀도 있게 벌어지는 이야기가 좋다. <또봇>에서도 우리 동네에 있을 법한 아이들이 파일럿이 된다. 그럴수록 시청자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가을고등어: 서울을 모티브로 한 극 중 대도시처럼 일상적인 배경을 보여주는 것도 염두에 둔 부분이다. 사실 예전에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들 땐, 대부분 글로벌 프로젝트라 한국의 지역 색채를 넣을 수 없었다. 서양을 베이스로 하니 조명이나 난간까지 고증해야 하는 게 답답했는데, <또봇>에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일상적인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내용 역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걸로 할 수 있게 됐다.

유독 <또봇>만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
가다랭이
: 아마 다른 애니메이션 종사자들도 우리처럼 로컬한 배경이나 동시대적인 유머 코드 등을 넣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국내 애니메이션은 유아용이고 거의 모두 글로벌 콘텐츠를 지향한다. 해외에 팔 생각으로 만드니 특정 문화나 배경, 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나 역시 과거 다른 회사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그런 답답함을 느꼈고. 그런데 <또봇>의 경우 영실업 사장님께서 <또봇>을 해외 시장에 팔지 못해도 상관없으니 우리나라에서라도 성공하는 콘텐츠를 만들자고 하셨다. 덕분에 제작자로서는 예전에 하지 못했던 걸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 김떡순’ 송 같은 실험적인 시도들도 눈에 띈다.
가을고등어
: 사실 그 부분은 연출 맡은 친구가 부담을 느꼈다. 작사, 작곡을 해야 하니 제작비도 들어가는 부분인데 가다랭이 대표님이 거기에는 노래가 들어가야 재밌다며 본인이 작곡을 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가다랭이: 그것도 꼭 작품에서 시도하고 싶었다. 대학 때부터 취미로 작곡을 했는데 언젠가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내가 만든 노래를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비록 우리는 그보단 허접할지언정 한번 재밌게 해보자고 했다. <또봇>을 만들면서 ‘이러면 아이들이 재밌어할 거야’라고 추측하진 않는다. 그저 우리가 느끼기에 이러면 재밌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만드는 거지.

그런 것 때문인지 의외로 성인 팬들도 존재한다. 2차 창작물도 쏟아지고.
가다랭이
: 전 직원이 틈나면 그런 2차 창작물을 찾아보는 재미로 일을 한다. (웃음) 아무래도 성인들이 만든 것이다 보니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가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게 관심이니 고맙게 생각한다. 심지어 작년부터 스스로를 ‘또덕’이라 부르는 <또봇>의 팬들이 지원해서 입사도 하고 있다. 뭐가 재밌냐고 물어보면 아이들이 보는 작품이지만 자신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고 하더라.

사실 타깃과 전혀 다른 연령의 호응인데 이것도 일을 하는 데 좋은 동기부여가 되나.
가다랭이
: 물론이다. 우리가 지금은 청소년과 성인을 타깃으로 삼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들을 정조준하는 게 목표니까. 그렇게 연령대를 올려가는 게 가능할까 겁이 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또봇>에 대한 성인 팬의 피드백은 도움도 되고 응원도 된다. 사실 주 타깃인 어린이 시청자보다도 의사 표현을 더 명확하게 하니까. 가령 지난 14기 때 성인 팬들에게 혼이 좀 났다. 도운과 하나가 스토리상 리모와 세모를 좀 압박하고 야박하게 구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게 도운과 하나가 그동안 쌓아온 캐릭터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었다. 우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이런 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배우고 반성할 수 있었다.

영실업과의 공동 제작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성인에게도 어필할 시도를 하기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완구 시장과의 연계는 필수적인 걸까.
가다랭이
: TV 시리즈인 경우는 그런 것 같다. 공중파에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무척 적다. 영상물 자체로는 제작비의 10분의 1도 회수하기 어렵다. 결국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건 캐릭터 라이선스와 완구밖에 없는데, 완구 시장이 라이선스 시장보다 10배 가까이 크다. 그러니 완구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완구 관련 기획이 선행되어야 하느냐는 건데, 그건 맞는 것 같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이 재밌게 만들어지고 인기를 끄는 것만으로 완구가 잘 팔릴 거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완구라는 건 놀이로서의 기능을 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다면 완구 회사가 메카닉 디자인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가을고등어: <또봇>의 경우 영실업에서 먼저 완구가 나오면 완구를 위해 만든 3D 데이터를 받아서 그걸 다듬어 로봇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변신 과정이 완구와 거의 똑같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은 애니메이션에서 약간 보강을 하겠지만.

분명 산업적으로 현명한 선택인데, 그래도 연출자로서 완구로는 구현되기 어려운 멋진 변신을 시도하고픈 생각은 없나.
가다랭이
: 그런 건 있다. 또봇의 변신에선 논리가 파괴된다. 사람이 탈 공간이 없다. (웃음) <트랜스포머> 같은 작품에선 사람 탈 공간까지 고려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외형만 필요에 맞게 변형하느라 내부 공간을 무시한다. 그런 것까지 고려할 수 있다면 더 그럴싸하겠지만 그게 안 된다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재미를 좌지우지하진 않을 것 같다.
가을고등어: 오히려 나는 <트랜스포머>의 변신 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저기가 잘게 쪼개지며 변신해서 화려하긴 한데, 변신 로봇 같지는 않다. 내가 어릴 적에 변신 로봇을 볼 때는 변신 전과 후를 비교하며 이 부분이 여기로 갔구나, 라는 걸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에는 그런 게 없다. 변신 전과 후가 너무 다르다.

그런 취향적인 면에서 본인들이 변신 로봇에 대해 가진 로망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

가다랭이
: 나보다는 고 감독이 좋아한다. 나는 초등학교 이후로는 잘 안 봤다.
가을고등어: 나도 꾸준히는 봤는데 열심히 봤다고는 못 하겠다. 워낙 열심히 찾아보는 오타쿠분들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일 테니까.
가다랭이: 대신 스태프 중에 용자 시리즈를 좋아하는 대리가 있다. 변신 장면, 액션 장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일을 맡기면 밤을 새워서 한다. (웃음) 그래서 액션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줬다. 만약 우리 작품의 변신 장면에서 그런 용자 시리즈의 느낌이 난다면 그의 덕분일 거다.

그런 부분이 동시대의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향수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가다랭이
: 우리 회사 이름이 레트로봇 아닌가. 레트로와 로봇을 결합한 말인데, 추억의 로봇이라는 뜻 정도 되겠다. 우리는 어릴 적 <마징가 Z>와 <로보트 태권 V>를 보고 자란 세대고 그것이 아직까지도 우리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물론 회사를 설립할 때만 해도 이렇게 메카닉 장르로 노선이 잡힐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메카닉 장르를 더 파고들고 싶나, 아니면 장르 범위를 넓히고 싶나.
가다랭이
: 다 하고 싶은 게 희망사항이겠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나. 당장 마블 스튜디오 같은 엄청난 곳도 히어로 장르만 파지 않나. 우선은 레트로봇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익숙한 장르에 집중하는 게 사업적으로 더 안정적인 것 같다. 지금도 <또봇>보다 높은 연령대를 공략하는 변신 로봇 작품을 준비 중인데 이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당장 <또봇>이 다른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4~7세를 공략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다들 미쳤다고 그랬다. 그 타깃은 <파워레인저> 시리즈가 꽉 잡고 있었고 여기에 도전하는 작품들마다 다 깨졌으니까. 지금 그 나이에선 이제 <또봇>이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취학 아동부터는 <파워레인저>가 더 강세다. 여기를 어떻게 개척할지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다.

앞으로 나갈 그 두려운 길에 <또봇>은 그래도 성공적인 첫걸음 같나.
가을고등어
: 기대 이상이다. 완구가 잘 팔리면 좋고 일부 성인이 관심만 가져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가다랭이: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땐 당장 입에 풀칠하는 게 급선무였다. 외주 제작을 하면서도 틈틈이 창작을 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외주 작업만으로도 밤을 새고 주말 근무를 해야 했다. 그렇게 2년쯤 지나고 이거는 아닌데, 하고 생각할 때 <또봇>을 제작할 기회가 찾아왔다. <또봇>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이렇게 차기 프로젝트도 진행할 수 있는 거고. <또봇> 전과 후는 비교할 수 없다.

교정. 이경란




목록

SPECIAL

image 장성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