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리티

박재범, 경계를 넘어

2014.05.02

So What? 언제부터인가 박재범은 종종 이렇게 되묻는 것처럼 보인다. 전신에 문신을 하고 섹스에 대해 적나라하게 묘사한 가사를 쓰며 SNS에 야한 농담을 던져놓곤 “ㅋㅋ”대는 그는 그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진심을 덤덤하게 털어놓는다. “어느 누구한테도 별로 잘 보이고 싶은 맘이 없어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 이상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한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박재범은 많은 것들에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Mnet <4가지쇼>에서 제작진이 “댄스 가수인데 뭐만 하면 힙합이래”라는 조롱의 댓글을 보여 주자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니보단 힙합일 걸?”

그래서 뭐? 미국에서 태어나 열아홉에 한국에 와서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으며 스물 셋에 데뷔해 딱 1년 동안 뜨거운 인기를 누린 뒤 예전에 쓴 SNS 글로 인해 나흘 만에 쫓겨나듯 미국으로 돌아갔던 과거에 대해 다시 길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박재범을 둘러싼 상황들은 SNS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 스타와 대중이 모두 익숙하지 않던 시절 일어난 일종의 쇼크였다. 그랬던 그가 한국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화장실에서 부른 ‘Nothin' on you’ 커버 영상으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 건을 넘기며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아이러니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녀들의 우상이었던 예전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실패했다기보다는 그만 뒀다고 하는 쪽이 맞을 것 같다. “제가 문신하는 거나 뮤직 비디오에서 여자랑 키스 신 찍는 걸 팬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어요. 근데 이게 전데 어떡해요” 그는 데뷔 전 취미였던 비보잉을 계속하고 힙합 뮤지션들과 친구이자 동료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음에도 박재범의 첫 솔로 앨범은 대중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그가 십대 시절 친구들과 결성했던 AOM(Art of Movement) 크루와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가 연합해 만든 결과물에 가까웠다. 아이돌 시절 근육질 몸매와 상반되는 앳된 얼굴, 서툰 한국말과 엉뚱한 발언으로 귀여움 받았던 박재범은 ‘탈 아이돌’을 선언하는 대신 그냥 하고 싶은 걸 했다. ‘맛탱이’가 갈 만큼 술을 마시거나 ‘뜨거운 밤’을 보내는 이십대 남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앨범에 담은, 그리고 그 곡들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 그는 마침내 tvN < SNL 코리아>에 출연한다. 자위나 기저귀와 관련된 19금 코미디 연기에 대해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한국에서 아이돌은 거의 모든 욕망이 거세된 것처럼 살아야 하는 존재지만 박재범은 태연히 그 경계를 넘어가 버렸다. 그것도 아주 멀리.

경계를 넘었다는 것은 더 넓은 세상에 서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대표로 있는 힙합 레이블 AOMG (Above Ordinary Music Group)의 공동 대표로 사이먼 디를 영입했다. 자신이 차린 회사의 소속 뮤지션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를 내주었다는 점이 이 빅딜의 포인트다. 솔로 활동을 시작한 뒤 NS 윤지, 지나 등 메이저 신의 가수들은 물론 다이나믹 듀오, 빈지노, 스윙스 등 다양한 레이블의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 하면서 자연스럽게 힙합 신에 자리 잡은 그가 만든 회사의 방향은 단순하다. AOMG에서 데뷔한 신인 래퍼 로꼬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들고 재범이 형한테 갔더니 별로라고, 네가 멋있어야 한다고 반대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블락비의 지코는 여러 뮤지션들이 모여 노는 AOMG 사무실을 “힙합 신에서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하루아침에 스타에서 ‘공공의 적’으로 떨어진, 그리고 혼자가 되어 돌아온 아이돌 출신 가수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과 자유롭게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현재를 흔한 인생역전 성공담으로 포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박재범이 원하는 인생의 방향도 단순하니까. “내가 난데 나 아닌 척 하는 게 힘들거든요. 우린 딱 한 번 밖에 안 사는데.” 그래서 지금, 박재범은 별 일 없이 산다. 그것도 꽤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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