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2014 힙합 지형도

2014.04.17
힙합신은 최근 대중음악 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아이돌이 언더그라운드의 래퍼와 한 회사에 소속되고,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TV 음악 프로그램에도 나오지 않는 래퍼들이 번갈아가며 음원차트 1위를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그들끼리 피처링을 하고, 크루를 만들며, 때로는 서로를 비난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한다. 20대의 래퍼가 한 회사의 대표가 되고, 그가 신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는 곳. 지금 힙합신은 긍정적인 의미의 혼돈이 가득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의 행보는 기존의 인기 뮤지션들이 쉽게 보여줄 수 없는 날것의 매력을 가졌다. 그래서 <아이즈>가 이 복잡하고 정신없지만 매력적인 신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여섯 개 레이블들의 특성을 분류하면서 소속 뮤지션들은 물론, 소속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뮤지션 각각의 관계를 짚었다. 단,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힙합 디스전이나 일일이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뮤지션들끼리의 피처링은 생략했다. 그래도 박재범이 지금 어느 회사에 있는지, 범키와 버벌진트가 함께 있는 회사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AOMG
박재범이 차리고 아메바컬쳐와 계약이 끝난 사이먼 디가 공동 대표로 있는 회사. 이 사실만으로도 AOMG는 단숨에 힙합신과 아이돌 팬덤 양쪽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경영능력일지도 모른다. 박재범은 AOMG를 만들기 이전부터 수많은 힙합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신 안으로 들어왔고, 함께한 뮤지션의 대중적 인지도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만큼 AOMG는 힙합신의 한 세력으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박재범으로 상징되는 대중적인 인지도와 화제성까지 동시에 가져갔다. AOMG의 그레이로꼬의 싱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이런 뚜렷한 정체성의 결과였고, 이에 더한 사이먼 디의 이적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적 사실을 알릴 수 있고, Mnet <4가지쇼> 같은 리얼리티를 찍을 수 있는 힙합 레이블. 동시에 그레이, 로꼬, 엘로, 자이언티, 크러쉬로 구성된 VV:D 크루 멤버가 셋이나 속해 있는 젊은 감각의 레이블. AOMG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리네어 레코즈
“방송은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 일리네어 레코즈의 활동 방식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소속 뮤지션들 모두 방송보다는 전국 투어 공연을 비롯한 콘서트 위주의 행보를 보여 왔고, 이런 방식의 활동에도 일리네어 레코즈를 함께 설립한 도끼와 더 콰이엇의 곡에는 성공이나 부에 관한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레이가 도끼에 대해 “성공 전문 래퍼”라 말했을 정도. 소울 컴퍼니의 설립자로 힙합신에서 잔뼈가 굵은 더 콰이엇과 스스로 말한 것처럼 “한국 래퍼 최초로 오버그라운드에서 언더그라운드로” 온 도끼의 결합은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는 독특한 일리네어 레코즈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여기에 과거 피스쿨의 객원 래퍼, 핫클립과 재지팩트 등을 거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받던 빈지노까지 합류하면서 레이블의 색깔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들이 방송을 ‘하면 하는 거’라 했다고 해서 아예 배척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빈지노는 이효리나 케이윌 같은 가수들의 곡에 피처링을 하고, 도끼와 더 콰이엇은 이제 Mnet <쇼 미 더 머니 3>에 프로듀서로 참가한다. 신에서 저력을 쌓았던 세 래퍼가 미디어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메바컬쳐
개코와 최자는 CB Mass로부터 다이나믹 듀오를 만들었고, 다이나믹 듀오가 만든 아메바컬쳐가 슈프림팀을 영입했으며, 슈프림팀의 사이먼 디는 AOMG의 대표가 됐다. 한마디로 아메바컬쳐는 힙합신 역사의 줄기와도 같은 레이블이다. 아메바컬쳐는 힙합 레이블임에도 소속 아티스트들의 피규어를 선보이고 앨범 아트워크를 전시하며, 소속 뮤지션 모두가 출연하는 <아메바후드 콘서트>를 여는 등 과거의 힙합 레이블과 확연히 다른 행보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매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힙합 뮤지션들이 대중적인 성공과 래퍼로서의 아우라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 사례라 할 만하다. 또한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의 영입을 통해 힙합을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면서 힙합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슈프림팀의 이센스는 회사와 계약해지 후 그 유명한 디스전에서 ‘You Can’t Control Me’로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를 비난했고, 사이먼 디는 새로운 회사의 수장이 됐다. 힙합신의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살짝 기세가 꺾인 셈. 하지만 다이나믹 듀오는 여전히 다이나믹 듀오고, 슈프림팀은 없어졌어도 프라이머리, 자이언티, 크러쉬 등이 있다.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아직은 강하다.

브랜뉴뮤직
래퍼 라이머를 중심으로 버벌진트, San E, 스윙스, 팬텀이 있다. 문자 그대로 래퍼 군단이라고 해도 좋을 회사. 여기에 ‘미친 연애’와 ‘갖고 놀래’로 음원차트를 석권한 범키, 범키가 속한 트로이까지 있다. 그만큼 브랜뉴뮤직은 힙합의 정체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San E의 ‘아는사람 얘기’, 버벌진트의 ‘좋아보여’ 등 랩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멜로디를 섞은 일련의 곡들은 브랜뉴뮤직 특유의 스타일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독립적으로 시장을 형성한 언더 힙합신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메이저 시장에 선보이며 대중과 소통하게 하는 채널의 역할”이라는 레이블의 목표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경우. 특히 범키는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뮤지션들의 곡에 피처링, 어느새 힙합신과 일반 대중 모두에게 알려진 이름이 됐다. AOMG, 아메바컬쳐와 함께 지금 ‘힙합’이라고 하면 대중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레이블.

저스트뮤직
스윙스가 2009년 설립한 레이블. 다만 스윙스의 매니지먼트는 브랜뉴뮤직에서 담당한다. 스윙스가 자신만의 레이블을 만든 이유는 그가 힙합신의 디스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King Swings’에서 “한국 거의 다 쓰레기 이미지 창조에 바빠”라고 일갈하며 신 전체의 자성을 촉구할 만큼 힙합신의 정신에 대해 말했다. 이처럼 저스트뮤직은 그가 자신의 생각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펼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윙스가 자신의 생각을 외골수처럼 고수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Mnet <쇼 미 더 머니 2>에 출연해 고유의 스타일을 대중에게 내보이기도 하고, 직접 랩 레슨을 하며 자신의 방식을 사람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소속 뮤지션 기리보이는 곳곳에 퍼져 있는 다른 레이블의 뮤지션들과 함께 크루 Buckwilds와 Do’main에 속해 활발한 음악적 교류를 한다. 메시지는 강하지만 전파하는 방식은 유연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디펜던트 레코즈의 사장이었던 바스코를 영입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일리네어 레코즈의 더 콰이엇과 P&Q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하기도 했었던 팔로알토가 대표로 있는 레이블이다. 로컬문화 활성화와 언더그라운드 발전을 목표로 소속 뮤지션 비프리, 허클베리피(피노다인), 오케이션 등을 통해 가요가 아닌 보다 힙합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주려고 한다. 작년에 발매한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컴필레이션 앨범인 < HI-LIFE >의 경우에는 공연에서 쓰일 수 있을 만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을 담았고, 힙합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팔로알토가 힙합 전문 웹 매거진 <힙합플레이야>의 인터뷰에서 말했듯 “랩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든 외모적인 부분 등 여러 가지에서 멋있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들이 생각하는 힙합 음악의 기준이자 레이블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금 힙합신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많은 뮤지션들이 각자 삶의 태도에 따라 대중 앞에서 랩을 하고, 그것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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