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천우희│① 격랑

2014.04.16

① 격랑
② 천우희’s story

 


딸을 아직도 ‘애기’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하게 될 결혼 이야기에 벌써부터 눈물짓는 부모님. 하지만 그런 부모님에게 늘 “난 다 컸어!”라고 말하던 딸. 천우희는 “인생이 평탄하고 재미없어” 가슴이 헛헛했다. 평범한 학생일 뿐이었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더욱이 맛도 멋도 없었다. 왜 태어났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만 커져 가던 그때, 천우희는 우연히 연극반에 들어갔다. 첫 무대의 커튼콜에서 “이래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면서도 계속 하는”지를 느끼고 나니 더 잴 것도 없이 배우였다. 자신감이 아닌 본능적인 끌림이었다. 그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의 삶을 그린 <한공주>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처럼. “나일 것 같아. 이거 내가 할 것 같아.”

발목이 잡히고 카펫에 피부가 쓸려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한공주>의 첫 촬영을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한다고 했을 때는 “감독님 진짜 독하시다” 싶기도 했다. “테이크를 굉장히 많이 갔는데 다른 게 아니라 다시, 다시, 할 때마다 저를 원상태로 돌리는 게 힘들었어요. 공주가 아니라 저 개인으로서 힘들지 말자고 다짐했거든요.” 성폭행을 하는 사람이 연이어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처절함을 표현하려면 그게 필요했다고 덤덤히 말하는 그에게 연기 외의 생각이나 감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그가 부모님에게 “등만 나와. 등만”이라며 어물쩍 넘기고 몰래 가슴 노출 신이 있는 영화 <마더>를 찍고, 본드에 취해 눈을 희번덕거리는 영화 <써니>의 상미까지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천우희의 평탄하고 재미없는 삶을 단숨에 휘저어 버렸던 유일한 세계. 자신의 이름이 아닌 배역의 이름으로 기억해주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는 말에는 천우희라는 사람의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청춘이 아까워요. 배우를 하려면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하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게 너무 아까워요.” 끊임없이 만만치 않은 배역에 도전하는 그는 부모님의 걱정도 뒤로한 채, 카메라 앞에서 기꺼이 자신을 지우며 온몸을 던진다.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연기를 할 때만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안전한 뭍에서 일부러 나와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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