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로꼬│① 반듯한 야심가

2014.04.02

① 반듯한 야심가
② 로꼬’s story
 


미친놈. 스페니쉬 ‘loco’의 뜻이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실에서 매일 새벽 2시까지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전교 9등이 찍힌 성적표까지 받아봤던 “어느 정도 유망주” 로꼬에게 ‘loco’의 의미는 멀어 보일지도 모른다. “저 욕도 못 해요. 초등학교 때 밖에서 주워듣고 와서 욕 한번 했다가 어머니께 엄청 혼난 이후로요.” 영화 속 욕 섞인 대사만 흘러 나와도 심장이 쿵쾅대던 소년은 학업 스트레스를 랩으로 썼고 친구들과 돈을 모아 장비를 사서 집에서 녹음하기 시작했다. 랩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에게 마음속에 쌓인 것들을 다 털어버리게 만드는 카타르시스를 줬다. 카니예 웨스트를 동경하던 교복 입은 학생은, 이제 박재범과 사이먼 디가 운영하는 레이블 AOMG에서 발표한 싱글 ‘감아’를 통해 “아직 많이 부족해도 끝까지 이뤄낼 거야 내 꿈 너도 알지”라고 묻듯 다짐한다.

“Mnet <비틀즈 코드> 보셨어요? 거기서 프리 스타일 했는데 완전 망했거든요. 장동민 형한테 지고.” 즉흥적인 것에 약하다고 말하며 웃는 모습이 힙합을 하고 싶은 열망만큼 안정된 직업에 대한 미련도 컸던 그의 지난날을 설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로꼬는 같은 대학교 힙합 동아리 선배였던 그레이의 “제대로 한번 시작해봐”라는 말 한마디에 랩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 마음이 울렁거리는 일을 선택한 후에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한 자 한 자 고민해서 가사를 만드는 그가 “길어야 4일이 주어지고 그 기간 안에 가사를 쓰고 외워서 공연까지” 해야 했던 Mnet < Show Me The Money >에 출연한 이유다. 오로지 다른 래퍼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참가했지만, “공연만큼은 전투적으로 하는” 기세로 우승까지 했다. 이 모범생 안에 감춰진 배포가 “형이랑 같이 멋있는 거 하자”며 전 소속사와 얽힌 빚까지 갚아준 박재범을 만나게 했고, 박재범은 “그레이 형이 너한테 어울릴 만한 곡 써놨다”며 로꼬에게 ‘감아’를 권했다.

로꼬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아예 쓰지 않는다. “가사로 남 얘기하는 게 진짜 싫다”고 말하고, 솔직함이 저절로 풍기는 게 힙합이라고 믿기에 조금도 꾸며내지 않을 만큼 자신의 원칙을 지킨다. 그래서 또 다른 수록곡 ‘무례하게’의 제목처럼, “이 바닥에서는 예의차리지 않겠다”는 로꼬의 포부는 더욱 매력적이다. 미치게 하다. 스페니쉬 ‘loco’의 또 다른 뜻이다. 덜 심심하고 튀고 싶어서 이름 지은 ‘미친놈’, 조근조근 말하는 그가 유일하게 달라질 수 있는 무대 위에서 누군가를 ‘미치게 하는’ 것. 로꼬, 꿈을 이름으로 가졌으니 주문처럼 불릴 일만 남았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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