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가 유희열에게 던지는 질문

2014.04.02

“요즘 어린 친구들이 너무 음악을 잘해요.” SBS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 심사위원 유희열의 말은 이번 시즌 3의 특징을 압축한다. 시즌 1, 2의 심사위원들은 박지민, 이하이, 방예담 같은 어린 출연자들이 가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시즌 3에서는 심사위원 박진영이 이제 고2인 권진아, 그보다도 어린 샘 김의 무대에 그저 입을 벌릴 뿐이다. 이들이 심사위원들의 극찬만큼 뛰어난 실력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즌 3의 생방송 무대에서는 지난 시즌들처럼 출연자들의 역량이 문제 되는 일은 없다. 버나드 박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목소리 하나로 화제가 되는 일도 오랜만이다. 다만, 박진영은 이런 말을 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정말 많아요.”

Mnet <슈퍼스타K 2>의 인기 이후, 출연자들의 평균적인 수준은 점점 높아졌다. <슈퍼스타K 5>의 결승처럼 심사위원들부터 화를 낸 경우도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로 이뤄진 밴드도 참여했었다. 프로 뮤지션들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음악 학원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대비반이 생겼다. 이번 시즌 ‘K팝스타’에 재도전한 이채영은 지난 시즌보다 실력이 부쩍 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이 어린 참가자가 그만큼의 노력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력과 별개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대중음악 산업 안에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슈퍼스타K 2>는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그때의 허각, 존 박, 장재인이 가요계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하기는 어렵다. 허각, 로이킴, 이하이처럼 음원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는 있지만, 그들로 인해 대중의 선택이 변하지는 않았다.

버스커버스커라는 예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그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제성에 ‘벚꽃엔딩’ 같은 곡을 써낼 능력, 20대 남자 셋이라는 멤버 구성을 갖췄다. 표절 시비와 별개로 ‘봄봄봄’ 발표 당시 인기를 모았던 로이킴도 젊고 잘 생긴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이 대중에게 어필했다. 그 정도가 아니면 대중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음악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서인국, 존 박, 정준영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 이후 다시 한 번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슈퍼스타K 2>의 강승윤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보이그룹 위너의 멤버가 됐고, ‘K팝스타’의 지난 두 시즌에 참여했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출연자 중 단 한 명도 계약하지 않았다. 몇 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높았고, 출연자들의 수준도 점점 올라갔다. 그런데, 대중이나 기획사는 실력만을 원하지 않는다.


SM이나 YG는 문자 그대로 전 세계 작곡가들의 곡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YG가 제작한 Mnet < WIN >과 < WINNER TV >처럼 데뷔 전의 신인 그룹을 위해 두 편의 리얼리티 쇼를 제작할 수도 있다. 한 개인이 단지 음악성만으로 기획사의 이런 역량들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기획사는 음악적인 역량보다는 가능성, 가능성 이전에 그들의 수익구조에 가장 적합한 멤버들을 뽑는다. EXO를 기획하면서 버나드 박 같은 멤버만 12명을 뽑을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가창력이 부족하다면 박진영의 말처럼 “세계에서 가장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에게 트레이닝을 받게 할 수도 있다. 데뷔 당시의 박효신처럼 충격적인 재능이라면 YG와 SM도 모두 탐낼 것이다. 하지만 그 수준이 아니라면 기획사가 원하는 것은 그들의 제작 방향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대형 기획사 입장에서는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성형을 하지 않거나, 한다 해도 티 나지 않고 매력적인 얼굴, 또는 타고난 비율의 몸이 훨씬 더 찾기 어려운 조건일 수도 있다.

그래서, ‘K팝스타’ 시즌 3는 일종의 역설이다. 대부분 데뷔 전인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의 뮤지션들이 상당한 실력을 보여준다. 출연자들을 전 세계에서 모집했고,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로 대표되는 세 회사가 트레이닝을 담당한다. 연출자는 출연자의 사생활을 배제한 상태에서 그들의 무대를 온전히 살려내고, 심사위원들의 음악적 평가를 온전히 전달한다. 결과적으로 시청률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한 시청률이 10~11% 사이다. 화제성은 이전 시즌보다 떨어졌다. 좋기도 하고 그럭저럭 보기도 한다. 그런데 예전처럼 끓어오르지는 않는다. 음악에 집중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실력 좋은 출연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고, 음악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은 달성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유희열과 그가 소속된 안테나 뮤직, 더 나아가서는 싱어송라이터들 중심의 회사들이 가진 고민으로 이어진다. 음악성을 강조하는 뮤지션들이 일정한 시장을 유지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과가 보여주듯, 작곡이나 노래에 특화된 뮤지션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적인 데뷔를 하기 쉽지 않다. 윤종신의 미스틱89는 소속 싱어송라이터들이 일종의 프로듀싱 팀으로도 활동하며 김예림, 박지윤 등 독특한 음색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 뮤지션들에게 어울리는 콘셉트를 부여했다. 이적, 존 박 등이 소속된 뮤직팜은 예능활동으로 인지도를 쌓고 완성도를 놓치지 않는 음악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한다. 그리고, 유희열과 안테나 뮤직은 ‘K팝스타’를 통해 처음으로 연습생을 받아 트레이닝 해봤다. 과연 유희열과 안테나 뮤직은 ‘K팝스타’를 통해 이 음악 잘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상징되던 한 시절이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좋은 음악을 명민한 방법으로 전달했던 뮤지션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지고 있다. 정말 그가 춤이라도 배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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