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소년가장의 비애

2014.03.17

윙크를 날리는 팀이 분데스리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이적료도 폼 나게 천만 유로를 찍어 주었다. 함부르크 버금가는 시골 마을이라 따분하기 그지없지만, 이만하면 ‘제2의 차붐’이 뛰기엔 더할 나위 없다. 무엇보다 안정을 원했던 손흥민에게 레버쿠젠은 매력적인 팀이었다. 2010년부터 활약한 함부르크는 단 한 번도 2부로 강등된 적 없는 ‘공룡’ 구단이지만, 감독도 자주 교체되고 성적도 들쭉날쭉한 팀이었다. 약관의 ‘소년(실제로는 청년) 가장’으로 팀을 먹여 살려야 했던 ‘참 안 좋았던 시절’이다. 반면 “내가 득점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라던 손흥민이 뛸 레버쿠젠은 득점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고,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도 제공할 팀이었다. 야호!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더해 가을, 겨울까지 계속되던 환호성은 봄이 되자 잦아들고 있다. 전반기에 ‘노아’ 수준으로 거대한 바이에른뮌헨과 비기면서 당당히 2위 자리를 고수했던 팀은 계속된 부진 끝에 2위 자리를 도르트문트에 내줬고,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탈락했다. 축구를 2014년 2월부터 보기 시작한 팬이라면 왜 레버쿠젠과 같은 팀이 분데스리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지 고개를 갸웃할 정도의 침체기다. 필자에게 3월 초 레버쿠젠과 뉘른베르크 중 어느 팀이 더 잘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기권하겠다. 손 볼 곳이 너무 많고, 지금으로선 손을 댄다고 해도 예전의 그 팀이 되기란 어려워 보인다. 에휴!

손흥민도 물론 팀의 부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노릇이다. 팀이 연전연패하는 상황에서 5주째 레버쿠젠을 위해 득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레버쿠젠 입단 후 이토록 그라운드 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얌전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선수의 컨디션 난조와 팀의 부진 여파다. 하지만 둘을 굳이 떼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팀이 체력 고갈, 조직력 해이, 득점 기근 등의 이유로 부진하기 때문에 강행군으로 지칠 대로 지친 손흥민도 예전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자의적이면서도 타의적인 ‘멘붕상태인 것이다. 지난 주말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일대일 찬스를 놓치고 카메라에 포착된 표정이 이를 잘 표현한다. 으악!

축구선수는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없다고들 한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스트레스를 또 받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함부르크에 묻어둔 줄 알았던 ‘소년가장 스트레스’가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그를 더욱 갑갑하게 만들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 뛸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진 탓인지 통 힘을 못 쓰는 슈테판 키슬링, 시즌 중 샬케04로 이적이 확정되면서 동기를 잃은 것처럼 보이는 시드니 샘이 부진한 터라 그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건 본능적으로 안다. 하지만 주위에서 예전과 같이 부담을 떠안긴다면 더는 소년이기를 거부한 청년 손흥민은 기나긴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사미 히피아 레버쿠젠 감독은 팀 부진을 씻을 방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고, ‘손흥민앓이’ 중인 축구팬들은 ‘언젠가 또 몰아치겠지’하면서 인내할 필요가 있다. 때때로 잊고들 사는데, 손흥민 나이 아직 스물 셋이다.

윤진만
축구전문기자가 되고픈 축구기자. 누군가 ‘전문’을 붙여줄 때까지 축구 현장을 누빌 예정이다. 前 스포탈코리아, 풋볼리스트 現 축구전문잡지 <포포투> 소속.



목록

SPECIAL

image 장성규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