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손여은│① 10년의 마라톤

2014.03.19

① 10년의 마라톤
② 손여은’s story



“나중에 따로 여쭤보니 그냥 네가 하던 대로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대본 리딩 시간이면 김수현 작가에게 저마다 한 소리씩 듣곤 한다. 손여은이 <세결여> 채린의 대사를 읽은 후 아무 언급도 없는 작가를 보고 불안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재혼한 남편(송창의)의 딸 슬기(김지영)의 뺨을 때리곤 도리어 자기가 당황한 표정을 짓거나, “너 아빠한테 나랑 이혼하라고 그랬지! 맞지?” 하며 악다구니를 쓰는 손여은을 보고 있자면 김수현 작가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 그만큼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엄마가 목욕을 시켜준, 남편의 사랑에 집착해 패악을 부리는 어린아이 같은 채린을 똑 부러지게 연기한다.

SBS <돌아온 싱글>에서 고등학교 시절 내내 선생님을 쫓아다니다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던 이윤희. 이 첫 배역을 시작으로 MBC <뉴하트>, SBS <찬란한 유산>, KBS <각시탈> 같은 작품들에 꾸준히 출연하다 보니 10년이 흘렀다. 그래서 <세결여> 이후 ‘10년 무명’이라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손여은은 그저 “그 시간 동안 작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일곱 살부터 시작한 피아노로 대학 전공까지 하며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을 뒤로하고 연기를 시작한 사람에게 10년은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5일 내내 못 잔 적도 있는” MBC <구암 허준>으로 “사극은 참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맡게 될 작품 안에서 항상 내 캐릭터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포기한 피아니스트의 꿈은 김수현 작가가 자신을 배려해 <세결여>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을 넣어준 것으로 잠시나마 이뤘다. 단지 10년을 기다리는 끈기가 아니다. 손여은은 즐겁게 제 할 일을 하며 저 멀리에 있던 피니시 라인에 도착했다.

연기에 대해 “보는 사람에게는 연기가 아니라 현실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괄호 안의 지문 하나까지도 전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낱낱이 분석해서 연기하다보니 그는 사람들이 <세결여>의 채린을 비난하는 것마저 재미있다. 꿈을 포기하고 다시 10년을 기다린 시간은 길었지만, 손여은은 지금 새로운 연기의 목표를 향해 다시 출발한다. 이번 레이스의 도착지는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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