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몸│① 읽지 말고 뛰세요

2014.03.18

봄과 몸
① 읽지 말고 뛰세요
②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 마 - 식이 편
③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 마 - 운동 편


코트의 넓은 품 안에 몸을 숨길 수 없다. 군살을 패딩 오리털인 양 속일 수도 없다. 따뜻한 봄이 온다는 건, 겨울옷으로 꽁꽁 싸맸던 몸의 민낯을 반강제적으로 드러낼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자 여름까진 3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 계획이나 ‘몸짱’ 프로젝트를 세웠다면, 혹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보기 좋은 몸이 되길 바란다면,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금부터 굳게 마음을 먹고 시작할 것인가, 다시 2015년을 기다릴 것인가. 이번 <아이즈> 스페셜은 잠에서 깼지만 아직 침대에 누워 이불을 부여잡는 심정으로 다이어트를 미루고 있는 이들을 위해 준비됐다. 최신 다이어트 이론이나 영양학, 운동법은 여기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도로 정련된 이론이 아니라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고, 입에 들어가는 햄버거를 빼앗아줄 엄한 친구다. 의자에 앉아 인터넷에서 음식 칼로리를 검색하는 것만으로 뭔가 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이들을 일으키기 위해 <아이즈>가 들려주는 봄맞이 죽비소리.




제일 싫은 건 체육시간이었다. 반사 신경도 둔하고 발도 느렸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게 무엇보다 싫었다. 탄력 없는 비만의 알몸을 보이는 건 동성끼리라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팔다리 멀쩡하고 어디 아픈 곳 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게 맞을 수 있다. 어느 대학을 가거나 얼마를 버느냐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몸매란, 분명 자존감의 문제다.

해가 바뀌거나 따뜻한 봄이 올 때마다, 혹은 여름 한철에 바짝 몸만들기에 돌입하는 사람들을 한심하거나 한가한 사람으로 볼 수 없는 건 그래서다. 그것이 바지 사이즈를 한 치수라도 줄이기 위한 것이든, 바닷가에서 이성을 헌팅하기 위해서인 것이든, 몸을 만드는 건 타인의 시선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해지는 효과를 준다. 요컨대, 남자의 식스팩이란 명품 가방과도 같다.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고 남에게 드러낼 땐 게임 아이템처럼 자신감이 +10 상승하는 마법이 벌어진다. 물론 명품이 그러하듯 보기 좋은 몸이 주는 당당함도 미디어가 만든 허구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상처 난 자존감 때문에 아픈 사람에게 가짜 약 효과로라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진짜 약이나 다름없다. 살을 빼건, 근육을 키우건, 몸을 만드는 것은 건강한 몸보다는 건강한 자아를 만들고픈 욕망에 더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출판 시장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다이어트 서적의 서사가 자기계발서의 그것과 놀랍도록 흡사한 건 우연이 아니다. 스토리온 <다이어트 워>로 대표되는 것처럼 과거 다이어트가 고도비만이라는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면, 이제 그들은 자기계발서처럼 어떤 고지를 가리키고, 저 위에 올라야 행복하며, 책에 나온 대로 하면 그곳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 그 행복이 허구이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정말 그들이 제시하는 길을 따르면 해당 고지에 오를 수 있느냐다. 분명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일에 열정을 쏟는 것처럼 운동에 열정을 쏟는 것이, 성공하는 7가지 습관을 만드는 것처럼 식이조절의 7가지 습관을 만드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건 당연하다. 단순해 보이지만, 오히려 문제가 복잡해지는 건 이 지점이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 이미 나왔다 하더라도 출판 시장에서는 새로운 상품이 나와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위로의 담론이 유행한 뒤, 김미경 류의 독설이 유행하는 것처럼. 다이어트 이론 시장에서도 과거의 것이 잘못됐다고 선언하며 새 방법을 제시하거나, 과거의 것보다 자신이 훨씬 효율적이라 주장하는 과정이 벌어진다. 유산소 운동은 잊으라고 말하거나(과거의 부정), 8주 만에 권상우 복근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시(효율성 극대화)한다. 과거 몸에 대한 이론이 근육을 키우는 것 위주였다가 식스팩의 유행과 함께 유산소 운동이 대세가 되고, 최근에는 고강도 근력 운동으로 체력과 예쁜 몸매까지 다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 등장하는 걸 이론의 완성 과정으로 보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이것은 한 흐름의 발전보다는 수많은 담론끼리의 다툼에 가깝다.


김연아 선수의 몸매에 감탄할 시간에 움직이자.

물론 다양한 이론을 섭렵하는 건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기초대사량이라는 개념을 배우면 근육을 키우는 것과 살이 빠지는 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슐린의 빠른 분비가 당을 체지방으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을 공부하면 칼로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단 음식의 해악을 더 뚜렷하게 깨달을 수 있다.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는 수많은 이론의 홍수 속에서 정작 갈 길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가장 유행하는 고강도 근력 운동 담론은 가벼운 조깅보단 격렬한 케틀벨 스윙이 오히려 체지방을 줄이고 몸매를 가꾸는 데 좋다고 말한다. 이것은 매우 유용한 지식이다. 하지만 크로스핏 같은 고강도 근력 운동이 시간 대비 놀라운 효과가 있는 운동이란 사실이, 가벼운 조깅이 별다른 요령 없이 군살을 빼주는 기본적인 운동이란 사실을 변화시키진 않는다. 칼로리만 계산하는 식이요법이 자칫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은 옳지만, 당도와 칼로리가 높은 과일보단 칼로리가 낮은 토마토가 살 빼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몸매 가꾸기에서 단 하나의 왕도가 있다면 어쨌든 지금 이곳에서 몸을 움직여 식이와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몸을 가꾸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이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보다는 어제 오늘 내일 꾸준히 실천하는 자세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와 혜민 스님의 에세이를 읽고 두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기보단 직접 일에 부딪혀보고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는 게 결과적인 자기계발을 이끄는 것처럼, 운동법 100가지의 효과를 공부하기보단 자기가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와 스쿼트 횟수를 체크하고 조금씩 늘려가는 게 낫다. 이론에 대한 열렬한 탐구가 실천적 게으름의 알리바이가 될 수는 없다. 모든 종류의 조언이 그러하듯 다이어트나 운동 이론 역시 직접 몸으로 부딪히다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훨씬 더 유용하다. 행동을 바꿔 육체를 바꿔나가고 육체를 바꿔 자신의 자아를 바꿔가는 일이라면 더더욱. 정말로 몸을 바꾸고 싶은가? 그 욕망이 절실한가? 몸매를 통해 조금이라도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방 안에서 책과 인터넷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나. 지금 이렇게 좋은 봄날에.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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