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동계 올림픽 그리고 약물 스캔들

2014.03.03
벤 존슨, 배리 본즈, 랜스 암스트롱. 약물로 흥하고 약물로 추락했던 별들의 이름이다. 이제 어쩌면 이 화려한 리스트에 유도선수 출신으로 제국의 수장이 된 한 남자의 이름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의 BBC는 WADA(세계 반도핑기구)가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구체적으로는 크세논(제논) 가스 흡입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크세논 가스는 체내 호르몬의 일종인 EPO(에리스로포이에틴)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으며, 이를 통해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주는 적혈구 생성을 늘려 운동능력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 러시아 체육부는 크세논 가스가 WADA의 금지약물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 지난 10년간 크세논 가스 사용을 권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주장대로 크세논 가스는 WADA의 금지약물 리스트에 올라있지 않다. 하지만 WADA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EPO를 늘려 운동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EPO가 남용될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 폐색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WADA는 90년대 초반부터 EPO를 금지약물로 지정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EPO 관련 검사를 도입하고 있다.

500억 달러(55조 원)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였지만 ‘푸틴의 운동회’, ‘수치 올림픽’이라는 조소를 받았던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개회식의 사륜기 논란은 폐회식의 유머로 넘겼고, 귀화선수와 홈 어드밴티지를 앞세워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도 그러려니 한다지만 약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스포츠의 세계에서 약물은 그 어떤 변호도 불가능한 절대악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제전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준비를 시작한 푸틴, 그의 혈중 산소 농도는 지금 지나치게 높아 보인다.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목록

SPECIAL

image 공효진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