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부터 용준형까지, 랩하는 아이돌

2014.02.05
지금 한국의 보이 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힙합이다. 거의 모든 팀들이 음악에 힙합적인 요소를 깔고 있고, 곡에는 당연하다는 듯 랩 파트가 들어가며, EXO가 ‘으르렁’에서도 선보인 어반 힙합 댄스는 보이 그룹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춤이 되고 있다. 직접 랩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멤버들을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하고, 힙합적인 음악과 춤을 곁들이는 것은 이제 보이 그룹의 또 다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최근 솔로 앨범을 발표한 비스트의 용준형, 지난해 ‘Very Good’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한 블락비의 지코,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B1A4의 바로와 B.A.P의 방용국, 곧 복귀하는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 그리고 타이거 JK의 프로듀싱으로 주목받았던 M.I.B의 영크림 등 보이 그룹의 래퍼들을 래퍼 딥플로우, 힙합을 전문적으로 평론하는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 서성덕이 각자의 시선에서 평가했다.




블락비 지코
서성덕
: ‘Very Good’이 블락비의 거친 이미지를 구축했다거나, 반대로 이용했다고만 본다면 단순한 시각이다. 지코는 음악의 외부에서 벌어진 사건과 거기서 파생된 캐릭터를 대중적 영역에 끌어들였고, 덕분에 아이돌의 지평은 조금 넓어졌다. 성공이 보장되었다면 오히려 할 수 없는 선택이고,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이 주류에 진입했다는 시선에서 본다면 이보다 과격하고 힙합다운 사례는 없다.
딥플로우: 랩 스킬로 따지면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 래퍼를 통틀어서도 가장 상위급의 하이테크니션이다. 탄탄하고 시원한 발성과 빠른 래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해상도 좋은 발음으로 비트 위에서 플로우를 감각적으로 디자인해낸다. 랩의 규칙(라임)을 준수하며 가사 내용을 풀어내는 유연함이나 힙합적인 언어유희도 잘 활용한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된다.
김봉현: 속사포스러운(?) 랩 스타일이 처음에는 조금 진부했지만 플로우를 다양하게 만들 줄 알아 지루하지 않다. 힙합의 공격적인 태도와 랩의 비유적인 면모를 잘 이해하고 가사로 구현한다. 힙합을 오래 들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랩을 할 줄 안다’고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여기에 언급된 래퍼들과는 한 차원 다른 클래스에 있다.


B.A.P 방용국
서성덕
: 젊은 래퍼가 아이돌이 된다는 공식 안에서 방용국은 흥미로운 예시다. 방용국은 B.A.P가 음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버티는 존재다. 그들의 음악이 힙합인가에 상관없이, 힙합의 작법이 대중음악 전체에 영향을 주는 현재에 그의 래퍼 경력과 창작 능력은 그를 단순히 창작에 참여하는 멤버가 아니라 프로듀서로 격상시킨다. 모든 회사가 YG는 아니기에, 다른 회사들이 YG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육성을 할 수는 없다면 방용국처럼 래퍼라는 멤버의 포지션과 능력이 팀의 음악적인 색깔을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딥플로우: 그룹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미국 래퍼 게임(Game)이 연상되기도 하는 극저음의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는 남성미 넘치는 그룹의 음악 콘셉트와 잘 어우러진다. 화려한 테크니션은 아니지만 안정감이 있고 작사가로서 랩 특유의 언어유희를 가사에 유연하게 녹아들게 할 줄 안다.
김봉현: 흡사 미국 래퍼 샤인(Shyne)이 떠오르는 허스키한 저음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온다. 특출한 랩 스킬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기 스타일이 드문드문 엿보인다. 무엇보다 ‘빠르고 빡빡하게 귀에 때려 박는 랩’ 사이에서 차별화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 요인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서성덕
: 랩몬스터는 자신이 힙합 뮤지션이고 래퍼이면서 동시에 아이돌이라는 자각을 직접 드러내고 동시에 설명한다.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채널이 그 시작이라면, 완성은 당연히 가사에 있다. 자신과 같은 세대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이는 가사가 낯 뜨거운 구호를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그가 진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돌이니까 쓸 수 있는 주제를, 래퍼이니까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딥플로우: 랩몬스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하이테크니션이다. 비트에 대한 이해도와 플로우를 감각적으로 디자인해내는 능력이 좋으며, 안정감 있는 랩보다 스킬과 라이밍에 집중하려는 일종의 작가정신이 눈에 띈다. 현재 그룹의 음악 안에서 할당된 파트보다 더 많은 분량에서 활약했을 때 지금보다 장점이 훨씬 더 부각될 스타일이다.
김봉현: 방탄소년단의 곡들 중 랩몬스터의 실력을 제대로 가늠할 만한 노래는 아직 많지 않다. 랩과 노래를 멤버별로 안배하다 보면 그만큼 랩몬스터의 지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믹스테잎 ‘Born Singer’와 같은 몇몇 공개 곡에서 가능성이 드러난다. 동 세대 아이돌 래퍼 중 가장 재능 있는 축에 속하고, 랩을 이해하고 있다. 솔로 앨범을 기대해볼 만하다.



비스트 용준형
서성덕
: 과거의 공식적인 활동 경력을 생각한다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용준형은 아이돌 산업 내부에서 춤, 노래, 랩, 작사, 작곡이라는 영역 확장을 거쳐 이른바 ‘저작권돌’이 된 드문 경우다. 빅뱅 데뷔 이후 강조된 힙합과 자기결정권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볼 때, 용준형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꾸준한 결과의 도출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적이다. 그의 음악과 패션에서 G-드래곤(이하 GD)과의 유사성을 찾아냈다면, 그건 GD에 대한 추종을 적발해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계통을 인식한 것에 가깝다.
딥플로우: 대중들이 선호하는 목소리 톤을 가졌고, 그룹의 음악 안에서 할당된 랩 파트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낸다. 라이밍을 준수하고 언어유희를 시도한다는 면은 여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보이 그룹 래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테크니션은 아니지만 그룹 내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는 안정감과 퍼포먼스의 카리스마가 있다.
김봉현: 아이돌 그룹의 남자 래퍼 중에서 GD와 함께 ‘아이돌 수준을 뛰어넘는’ 래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다. 아직 래퍼로서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계기가 부족했고, 랩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랩을 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은 보여준 것에 비해 과대평가된 감이 있다.



M.I.B 영크림
서성덕
: 지금 한국에서 힙합과 랩을 좋아하는 젊은이가 음악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은 매우 좁다. 에픽하이와 리쌍처럼 되기는 어렵고, 아이돌 시장의 다변화가 그나마 주어진 기회다. 영크림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현재 M.I.B는 한국 랩음악을 듣고 자란 아이들에게 가능한 실질적 성과의 지표다. 아이돌의 형식으로 데뷔했고, 가요 프로그램에 등장하지만, 기본적으로 힙합 그룹으로 자신들을 위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의 소속사가 아이돌 중심의 시장에 적응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딥플로우: 그룹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쌓아온 기본기가 확실히 묻어난다. 날카로운 보이스 톤이 힙합 특유의 시니컬한 정서의 랩 가사와 잘 어울리고 준수한 라이밍과 언어유희를 여유롭게 사용한다. 현재 그룹의 음악 안에서 할당된 파트보다 더 많은 분량에서 활약했을 때 지금보다 장점이 훨씬 부각될 스타일이다.
김봉현: 타이거 JK의 프로듀싱으로 화제를 모았던 M.I.B지만 지난 몇 년간 이 팀이 힙합과 관련해 음악의 수준이나 고유의 태도 면에서 다른 아이돌 그룹과 무엇이 차별화되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오히려 어중간함만 유지해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영크림의 랩 역시 이러한 평가의 연장선에 있다.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B1A4 바로
서성덕
: 바로는 특이하다. 그는 랩과 래퍼에 관한 아이돌 시장의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 그는 랩 자체보다 음색과 랩 구성력으로 주목받았고, 그것도 힙합의 관점이 아니라 B1A4와 같은 아이돌 팝 구성에 필요하도록 최적화돼 있다. 모든 곡의 랩을 만든다는 양적 참여도는 덤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래퍼는 많지만 아이돌의 영역에서 이런 역할을 맡는 멤버는 드물다. 과거에는 회사가 대신했을 법한 부분들을 직접 하는 멤버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딥플로우: 래퍼로서 듣기 좋은 저음의 보이스 톤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룹의 음악 내에서 맡은 랩 파트의 포지션을 안정감 있게 소화해 낸다는 것 외에 랩의 테크닉적인 면이나 작사 기술에서 큰 장점이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발전한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하다.
김봉현: 타고난 듯 보이는 중저음은 매력적이고, 래퍼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힙합적인 관점에서는 지금까지 딱히 평가할 만한 소지가 있는 랩을 선보인 적이 거의 없다. 팀의 노래에서도 그렇고, 각종 라디오 등에서 선보인 프리스타일 랩도 그렇다. 래퍼로서의 자아나 캐릭터, 스킬 등에서 아직까지 래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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