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이 만든 세상│③ <마음의 소리> 7막 7장

2014.02.04

조석이 만든 세상
① ‘마음의 소리’라는 이름의 역사
② 조석 “만화는 가장 완벽하게 자기 자랑을 할 수 있는 매체”
③ <마음의 소리> 7막 7장
④ <마음의 소리> 학력평가

현재 <마음의 소리>는 웹툰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디어가 고갈됐다거나 패턴이 반복된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고, 또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조석은 그때마다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개발하고 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아래는 <마음의 소리>가 지나온 7년의 역사를 총 일곱 개의 시기로 나누어 정리한 연대기다. 연재를 시작한 초창기부터 결코 짧지 않았던 암흑기, 매번 독자가 상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현재까지가 모두 담겨 있다. 이 안에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다면 빛나는 센스나 번뜩이는 기지가 아니라, 한 작가가 보여주는 극도의 성실함과 근성일 것이다.


초창기: 1화 (2006.09.08) ~ 53화 (2006.11.21)
‘마사루의 센스를, 이나중의 황당함을 뛰어넘는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타났지만, 그보다는 무난한 개그물로 출발했다. 당시 스물넷이었던 조석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경험과 군대에 관한 이야기로 많은 에피소드를 채워나갔다. 편의점 사장을 알아보지 못했던 일화, 술에 취한 진상 손님들을 상대하는 방법, PC방에 갔다가 영창에 끌려가게 된 동료 전경, 부대에서 방범을 나갈 때 튀김을 사 먹었던 기억 등 직접 겪었던 일과 있을 법한 일들을 바탕으로 삼았던 것이다. 초기 웹툰으로서 비슷한 또래의 남성 독자들에게 작가의 캐릭터와 작품의 분위기를 어필하기엔 적절한 콘셉트였다. 에피소드는 늘 짧았고, 유려하고 꼼꼼한 내러티브보다는 긴장감을 일부러 무너뜨리는 마지막 컷 연출로 ‘피식’하는 웃음을 유발했다. 종종 <멋지다 마사루> 풍의 흑백 컷을 삽입하기도 했다. 그림체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선과 스타일 모두 거친 편이었다.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진 캐릭터, 음영이 많이 들어간 어두운 톤의 컬러 등 현재와 비교하면 <마음의 소리>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다 53화에서 순정만화 같은 그림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전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특기사항: 26화에서 형 조준 첫 등장. 이 시기에는 ‘루시’라는 이름이었으며, 지금과 달리 머리카락이 풍성했다.

과도기: 54화 (2006.11.24.) ~ 242화 (2008.09.12)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조준의 캐릭터였다.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지던 조준은 머리가 거의 다 벗겨지고 모자를 쓴 데다 세모 입에 초점 없는 눈(사실은 안경)을 지닌 인물로 바뀌었다. 그런 그가 멀쩡하게 있는 쓰레기통을 놔두고 다 먹은 쥐포 봉지를 굳이 책꽂이 사이에 버리는 에피소드는 캐릭터가 가진 개그의 무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겪은 일화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던 조석이 새로운 캐릭터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67화에서는 고양이인 김정남 곤잘레스 게레로, 69화에서는 아버지, 184화에서는 다람쥐를 닮은 친구 무하마드, 194화에서는 웹툰 담당 김대리, 202화에서는 강아지 센세이션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작품 속 조석 또한 양쪽 광대가 튀어나오고 네모난 턱이 강조된 지금의 모습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갔다. 하지만 이 시기, <마음의 시기>를 널리 알린 건 무엇보다 ‘incoming’ 폴더(주: P2P 사이트에서 파일을 받으면 생성되는 폴더로, 주로 야한 동영상을 숨겨놓는 장소) 에피소드와 ‘나는 바쁜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에서 비롯된 ‘차도남’ 유행어였다. 이 와중에서도 그놈의 군대 에피소드는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특기사항: 100화에서 조석 실물 첫 공개

암흑기: 243화 (2008.09.16.) ~ 371화 (2009.01.19.)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나 싶을 때쯤, 슬럼프가 찾아왔다. 소재나 연출 면에서 모두 아이디어가 고갈됐다는 사실이 느껴졌으며, 냉정하게 말하면 크게 재미도 의미도 없는 에피소드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조석에게 고등학생 같다고 말하다가 계산할 때가 되니 갑자기 정색을 하며 성인 요금을 받는 미용사 이야기, 못생긴 여성의 외모를 이용한 개그, 자신의 인기와 얼굴에 대한 비하 등 어디서 한 번쯤 읽어본 듯한 농담과 식상한 패턴들이 주를 이뤘다. 연재를 시작한 후 쭉 9.8과 9.9에서 맴돌던 별점이 9.7점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었다. 조준이 꼬리를 끊고 탈출하는 도마뱀처럼 도망가는 모습을 다룬 357화에서는 무려 8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웃음을 주는 지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281화에서 처음 등장한 애봉이는 ‘파멸의 해장국’을 만드는 등 ‘핵 손맛’을 가진 독특한 여자아이로 자리 잡았고, 조준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인 줄 알고 화분을 먹는 등 허세와 허당이 공존하는 이미지로 굳혀졌다. 캐릭터 구축은 비교적 잘 되었지만,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과 내러티브가 약했던 탓에 침체기를 빨리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371화에서 연우라는 새 캐릭터가 투입됐음에도 별다른 반향이 없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특기사항: 첫 등장 당시, 애봉이는 조석의 여자친구가 아니라 좀 많이 특이한 초등학교 동창일 뿐이었다.

전성기: 372화 (2009.12.11.) ~ 542화 (2011.07.29.)
신이 조석에게 개그 감각을 다시 내려주시기로 했던 걸까, 아니면 조석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았던 것일까. 372화 ‘신이 내린 패션 감각’ 편을 시작으로 한 회 한 회 지나가는 게 아쉬울 만큼 극강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컷 수는 크게 늘리지 않되 상황은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되었고, 스토리 역시 전보다 뚜렷한 줄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사진에 관한 에피소드에 원근감과 얼굴 크기를 엮어 웃음을 주는 건 물론, 싸이월드풍 문구까지 덧붙여 한 번 더 훅을 날리는 식이었다. 394화 ‘절약 마더’ 편처럼 한 컷에 최대한 많은 요소를 집어넣어 컷 수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식 또한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중국에 다녀온 조준의 캐릭터를 조금 더 희화화하기 위해 “북경어를 쓰더라고”라는 혼잣말을 세심하게 삽입하거나, 자신의 가벼운 입을 묘사하며 ‘벌새는 1초에 날개를 56번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라는 문구를 곁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생 조석이 체력장 결과를 잘못 기록해 전설이 된 에피소드처럼, 과감하게 밀어붙인 가상의 이야기에 기존의 캐릭터를 녹여내기도 했다. 덕분에 작품은 소재의 범위가 학교와 가족, 친구들로 한정됐음에도 결코 지루해지지 않았다.
특기사항: 433화에서 애완견 행봉이 첫 등장

자숙기: 543화 (2011.08.02.) ~ 700화 (2013.01.31.)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이 말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조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누군가로부터 고양이를 분양받으려던 조준은 트위터를 통해 그와 언쟁을 벌이게 되었고, 조준의 팔로워들은 고양이 분양자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말미엔 <마음의 소리> 초반에 등장했던 고양이 ‘김정남’의 행방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조석은 543화를 통해 정남이가 자신의 불찰로 인해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는 점, 고양이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만화에 등장시켜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 등을 밝히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조석은 조준 캐릭터를 웹툰에서 임시 하차시켰다. 물론 이 사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시기 조석은 논란을 작품으로 만회하려는 듯 새로운 연출법을 계속해서 개발했다. 네이버 지도의 형식을 빌리거나, 마지막 컷으로 움직이는 gif 이미지를 넣기도 했으며, 공책에 직접 글씨를 써 사진으로 찍은 후 활용하기도 했다. 한편 조준은 700화 특집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슬쩍 등장했다.
특기사항: 556화에서 서울대 첫 등장. 이때는 조석의 친구가 아니라 과외 교사이자 서부욱의 형이었다.

절정기: 701화 (2013.02.04.) ~ 741화 (2013.06.24.)
매우 짧은 시기였지만, ‘레전드’로 기억되는 에피소드들은 빼곡했다. 예상치도 못한 아이디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연출, 잘 다져진 캐릭터들의 관계 등이 맞물려 평범한 개그 웹툰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었다. 703화 ‘새학기 선물’ 편은 이 모든 지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학교라는 배경은 익숙하지만 비단 교복이란 소재는 생소하고, 대사는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이전보다 늘어난 컷들은 상황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고스란히 TV 시트콤 속으로 옮긴다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에피소드였다. 심지어 712화에서는 아예 ‘낮은 자세’와 ‘높은 자세’라는 제목을 두 번으로 나누어 삽입하기도 했다. 높낮이 조절이 쉽지 않은 의자라는 하나의 소재로,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셈이다. 다른 틀을 빌리는 형식은 이 시기에도 꾸준히 시도됐는데, 게임을 활용한 737화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 조철왕과 아들 조준이 <리니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게임의 특성과 부자라는 관계, 각 캐릭터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큰 웃음을 주었다.
특기사항: 723화에서 조준 본격 재등장

전설기: 742화 (2013.06.27.) ~ 현재
아무리 펑크를 내지 않는 작가라고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조석은 742화에서 <마음의 소리>를 그리다가 허리가 나갔다고 밝혔지만, 또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며 끝내 마감을 해내고야 말았다. 심지어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방식이었다. ‘마음의 소리 3D’라는 제목의 이 에피소드에서, 조석은 종이에 직접 캐릭터를 그리고 하나하나 오려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웹툰 창작에 도전하는 742화를 통해 다시 손 그림을 선보이기도 했다. 책 귀퉁이에 직접 그린 그림을 넘겨 가며 에피소드를 구성하거나, 1인칭 시점으로 사진을 찍어 그림과 합성하는 형식 또한 웹툰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혁신이었다. 하지만 조석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779화에는 한마디의 대사도 넣지 않았으며, 764화에 등장한 조준의 발가벗은 몸을 765, 766, 768화 등에 슬쩍슬쩍 삽입하며 자잘한 재미마저 챙겼다. 800화부터는 작품 속 조석의 헤어스타일마저 매번 바뀌고 있다. 이 정도면 전설이 아니라 가히 ‘넘사벽’, ‘언터처블’의 웹툰이 아닐까.
특기사항: 777화부터 상단에 독자들이 보내준 축전 삽입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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