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까지마│② 홍진호 “이거는 떨어질 운명인가보다 싶었다”

2014.01.21

콩까지마
① 홍진호라는 새로운 바람
② 홍진호 “이거는 떨어질 운명인가보다 싶었다”
③ 이말년부터 신소율까지, 각계 인사들이 남긴 ‘콩스펙트’
④ 별명으로 보는 ‘콩깍지’의 모든 것

신은 홍진호를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방영된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 2>)에서 은지원에게 데스매치 지목을 받은 홍진호는 결국 인디언 홀덤에서 패배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언제나 확률을 계산하며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아내던 이 탁월한 승부사가 모든 걸 운에 맡겨야 하는 순간 떨어졌다는 건, 신에게 버림받은 고대 비극의 외로운 영웅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어떤가. 홍진호는 전통적인 의미의 ‘지니어스’가 운이고 뭐고 능력 하나로 돌파하길 바라던 시청자들의 바람에 딱 들어맞는 캐릭터였고, 비록 게임 안에서는 철저히 견제 당했지만 게임 바깥에선 큰 사랑을 받았다. 언제나 자신의 스타일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승부하고 때때로 지지만, 바로 그렇기에 그는 패배 이후에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와의 인터뷰는 패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로 끝났다.


 

 
우선 <더 지니어스 2> 탈락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홍진호
: 전체적으로 내가 게임에 집중을 못 한 게 있다. 그리고 데스매치에서 실수한 것도 있고. 인디언 포커처럼 서로의 점수를 보고 돈을 거는데 (은)지원이 형이 2가 나온 거다. 사실 나는 예전에 (김)구라 형님이랑 인디언 포커 할 때처럼 질 것 같으면 포기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려 했는데, 확률상 이건 90퍼센트 이기는 상황이라 올인 했다. 그런데 나 역시 2가 나오며 비긴 거지. 그 순간 이거는 떨어질 운명인가보다 싶었다.

사실 데스매치가 개인전으로만 가면 홍진호만큼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거라 봤다.
홍진호
: 나도 그랬다. (웃음) 본업 자체가 1 대 1 승부를 하는 직업이라 그런 승부를 좋아한다.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프로게이머 시절에 봐도 나는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가짐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더라.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의 경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그때의 컨디션과 집중도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데, 자신감이 있으면 플레이 역시 잘된다. 시즌 1에서 구라 형님과 데스매치를 할 때 살짝 헤매기도 했지만 그때 프로게이머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래, 나 원래 이런 거 좋아하던 사람이었잖아.

그런데도 떨어졌는데, 이번 데스매치가 좀 더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게임이면 어땠을까.
홍진호
: 딱 내가 원하는 종류의 게임이었다. 나에게 유리한 게임이라 정말 자신 있었는데 앞서 말한 변수가 생긴 거였지. 약간 변명하자면 가넷이 곧 칩이 되는 게임이라 가넷이 많을수록 좋은데 내가 가넷 거지였다. 나름 초반에 상당히 많이 연승했는데 민심을 얻기 위해 가넷을 주위에 많이 뿌렸다. 그런데 민심도 못 얻고 가넷도 없고. (웃음) 최소한의 칩으로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너무 좋은 기회에 승부를 걸었는데 아주 작은 확률로 그게 무산됐지. 게임 자체에 문제는 없었고 그래서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좀 더 잘했으면 좋았겠단 생각은 들지만 시즌 2에서 유쾌한 사람들과 재밌게 게임도 하고 나름 중반까지 살아남았으니 만족한다.

본인은 겸허히 떠났지만, 본인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진호
: 나도 그게 제일 걱정이다. 내가 봐도 내가 떨어지면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 같아서. 응원을 받고 이슈가 된다는 건 좋은 거지만 분위기가 너무 뜨겁고 부정적이라 불안한 게 있다. 프로그램 폐지 운동도 하고. 그래서 게임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게 있다. <더 지니어스 2>의 플레이어 입장에서만 인터뷰를 한다면 그냥 게임에 대해 징징댈 수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에 대해 짜증을 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게임 안에서의 캐릭터만으로 게임 바깥에서 천하의 죽일 놈이 될 수도 있는 분위기라.

게임의 양상이 시즌 1보다 더 치열해지고 권모술수가 횡행하기 때문일 수 있는데, 본인 역시 말한 것처럼 플레이어로서는 종종 ‘이게 뭐야’라는 표정을 짓더라.
홍진호
: 시즌 1과 다른 건, 전 시즌 우승자로서 내가 확실히 견제를 받는다는 거였다. 초반에는 그것 덕분에 좀 더 유리하게 사람들을 규합해서 유리하게 게임을 할 수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와 편을 붙기보다는 오히려 뭉쳐서 나를 견제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더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니 극복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 독하게 먹고 해야겠다고 했던 건데, 또 사람인지라 어떨 땐 서운한 거다. 마음이 약해질 땐 그냥 짜증 나니 대충 하고 떨어질까, 같은 생각도 들고 딱 그만큼 징징대기도 하고. 하지만 시즌 1 우승자가 나온 순간 이미 밸런스가 무너진 부분이 있으니 그건 감수해야 하는 거지.

그래서 이두희는 어떻게든 살리려 했던 건가.
홍진호
: (이)두희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는 힘들어도 둘이선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 전 시즌에서 (차)유람이나 (김)풍이 형처럼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한둘은 꼭 필요한데, 이번에는 그게 두희였지. 만약 6회 데스매치에서 내가 두희를 살리면 얘와의 신뢰는 100퍼센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좀 후회가 되는 게, 최종적으로는 두희 말대로 데스매치 암전 게임에서 같은 팀 네 명이 동시에 다 넘어가서 졌는데 나라도 그냥 넘어가지 말 걸 그랬다. 두희는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겠다며 그냥 100퍼센트 사람을 믿어보겠다고 한 건데, 그건 위험한 거니까. 당장 동의는 해주더라도 내가 단독 행동을 해서 살았더라면 기회가 있었겠지.

시즌 2 팬들이 본인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식으로 개인 능력을 통해 돌파해가는 스타일 때문일 텐데, 속고 속이는 게 문제가 안 되는 프로그램에서 왜 그 스타일을 고수하나.
홍진호
: 신념이라고까지 하긴 과하지만 프로게이머를 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성향이다. 내 스타일로 끝까지 하고 싶다는 마음. 시즌 1에서 남들에게 배신당하면서도 꿋꿋이 발버둥 치며 살아남으려 한 게, 나만의 스타일로 이기고 싶었던 거다. 말한 것처럼 <더 지니어스 2>에선 배신이 통용되고 그게 잘못도 아니지만, 그냥 나는 승부가 관여되는 순간 내 힘으로 이기고 싶어진다. 떨어지더라도 이렇게 떨어지는 게 맞다고 보고. 져도 후회 없는 게, 워낙 이렇게 살아와서.

그런데 바로 그렇게 최종 고비마다 져서 <스타> 시절에 놀림을 받았던 건데, 한 번쯤은 이 방향이 맞나 고민할 법도 하다.
홍진호
: 그에 대해 고민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듣는데, 그래도 결론은 이거다. 나에게 있어 아닌 건 아닌 거다.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좀 더 유리하게 잘살 수 있다는 모범 답안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거기에 맞추기보단 내 성향에 맞춰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비록 게이머로서는 정점을 찍지 못했지만 그게 끝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더 지니어스> 시즌 1에서 우승하며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게 틀린 길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남들에게 까여도 굴복하지 않고 내 길을 가면서 인정받고 싶었다는 뜻이었다. 그런 나를 이해해달라는 표현이었고.

사실 어떤 시기에는 정말 숨만 쉬어도 까이지 않았나.
홍진호
: 지금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지금도 내가 왜 그렇게 까였는지는 모르겠다. 길을 걷다가 머리만 만져도 까였다. 분명 그 시기에는 힘들었다. 상황이 납득은 안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래서 버티고 버티다가 나는 가루가 되고. 특히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이 아닌 일에 대해 여기저기서 한 마디 두 마디 보태며 이상한 허위 사실이 사실처럼 돌아다니는 거다. 당시에 미니홈피에서 팬들이랑 굉장히 많이 싸웠다. 그거 거짓말이라고 사실이 아니라고 그랬는데, 하도 많이들 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홈피를 닫았다. 그랬더니 더더욱 거세져서 자기들끼리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서로 호응하며 내가 아닌 또 다른 괴물 같은 내가 만들어져서 공격을 받더라. 그 과정을 겪다 보니 이제 어지간한 풍파가 아니면 흔들리지 않을 거다.

계속 의혹을 덧입히며 본인이 아닌 무엇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건 ‘일베충(‘일베’ 유저를 혐오스럽게 이르는 말)’ 논란에서도 반복되는 일이다.
홍진호
: 사실 나는 이젠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쓴다. 그래도 가끔 팬들이 해명 좀 하라고 하는데, 당장 <아이즈>와의 예전 인터뷰만 찾아봐도 나오지 않나. 아마 이 상황은 내가 사람들의 눈에 띄는 이상 물레방아 돌 듯 계속 반복될 거다. 새롭게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이 내 과거를 잘 모르니까 어느 날 ‘민주화’라는 단어를 썼던 걸 보고 얘는 ‘일베충’인가 할 거고, 또 누군가는 이미 해명된 걸 알면서도 얘 ‘일베충’ 맞다고 할 거다. 그러면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또 누군가 예전 해명 자료를 가져오겠지. 그 흐름을 알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다만 누군가 해명 자료 링크를 안 올려서 일이 커진다 싶으면 그때 직접 언급해서 치고 빠지는 거고.

영화 <변호인>을 보고 올린 트위터 글에 대해 ‘일베’ 용어가 아닌 걸 ‘일베’ 용어라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도 본인은 ‘일베’에 관심 없고 상종도 안 할 거라고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홍진호
: 사실 더는 언급 안 하려고 했는데, 정말 실시간으로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멘션이 막 올라오는 거다. 나는 나름 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씁쓸찌릉찌릉’이라는 말을 만든 건데, 그걸 ‘일베’ 용어라고 하니까. 이건 뭐 한국 사람이 한국어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잘못된 건가. 그래서 두희에게 물어봤다. 내가 ‘일베’가 어떤지 정말 잘 모르는데 내가 인터넷상에서 걔네를 무시하고 욕할 만큼 나쁜 놈들이냐고. 그랬더니 ‘일베’에 대해선 욕해도 된다더라. (웃음) 그래서 이건 확실히 선을 그어야겠구나 싶어서 ‘일베’와는 상종하기 싫다고 정리한 거다.

하지만 본인 말처럼 대중의 눈에 띄는 이상 계속해서 물레방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데, 그래도 우선은 대중과 만나는 일을 할 생각인가.
홍진호
: 해볼 계획이다. 안 맞더라도, 가끔 망가지더라도 이것저것 부딪히며 경험해보고 싶다. 남들은 20대에 이것저것 해보고 실패하고 그러면서 자기가 잘하는 걸 찾는데 나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10대 후반부터 게임을 시작해 20대 모두를 프로게이머로서만 보냈으니까.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것저것 실패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거다.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여기저기서 오는 제안들을 보고 있다.

정확히 말해 방송 쪽에 자리를 잡고 싶은 건가.
홍진호
: 그럴 마음이 아주 없진 않은데 정말 말하기 무섭다.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연기 생각도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농담으로 한번 해보면 재밌겠다고 했다가 팬들에게 미쳤느냐, 하지 마라, 라는 말을 들어서 이젠 농담으로라도 말을 못하겠다. 내 팬들이 워낙 직설적이라. (웃음)

혹 그렇게 열린 마음에서도 신념상 못 하겠다 싶은 게 있을까.
홍진호
: 내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거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다 할 거 같다. 사실 이번에 합류한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도 내가 가진 캐릭터와는 정말 안 맞는 프로그램이다. 첫 회 보고 멘탈이 붕괴됐다. TV 안에 있는 저건 누구지. 정말 내 손발이 없어지더라. 그럼에도 역시 해보고 싶다. 재미, 설렘, 두려움이 모두 있으니까. 아, 다만 노래하거나 춤춰야 하는 방송은 좀 꺼릴 것 같다. 춤 한 번으로 인생 자체가 꼬였던 사건이 있으니까. (웃음) 내가 평생 춤을 춰야 나올 ‘짤방’이 이미 다 나왔다. 그 전철을 밟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건 홍진호로서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홍진호
: 내 기본적인 본연의 모습은 지키고 싶다. <더 지니어스> 시즌 1, 2를 하면서도 그랬지만, 최대한 덜 숙이고 정정당당히 내 능력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은 버리고 싶지 않다. 방송이라는 게 캐릭터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홍진호로서의 모습은 변하면 안 된다고 본다.

스타일리스트. 이윤정│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故최진리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