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 ‘콩날두’│① 우리 날두 까지 마요

2014.01.14

월드클래스 ‘콩날두’
① 우리 날두 까지 마요
② 호날두 연관검색어
③ 호날두만을 위한 구찌 스타일링 컨설팅

2인자는 서럽다. 2008년 세계 최고 권위의 발롱도르를 수상했지만, 이후 경쟁자 메시가 발롱도르 트로피를 4번 드는 동안 2위를 3번 했던 남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대한 이야기다. 심지어 2007년에는 카카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호날두는 전형적인 ‘콩라인(<스타크래프트> 게이머 홍진호처럼 만년 2위를 하는 이들을 이르는 속칭)’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은 2인자에 대해 유독 관대하지 못하다. 운다고 까이고, 건방지다고 까이고, 다이빙(수비에 걸려 넘어지는 동작)한다고 까이고, 발재간을 부린다고 까이고, 슈팅을 많이 한다고 까이고, 팀을 옮겼다고 까이고, 세리에 A에서 안 뛰었다고 까이고, 옷을 못 입는다고 까이고, 여자와 많이 사귄다고 까였다. 세상에서 제일 골을 잘 넣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조차도 메시보다 못 넣는다고 까였다. <아이즈>는 이번 2013 발롱도르 수상으로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동안 겪어야 했던 오욕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알고 보면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선수이자 인간인지 재평가해본다. 아, 물론 그놈의 구찌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안 할 수 없지만.

 


신이 호날두를 만들 때: 우선 스트라이커니까 빠른 발을 10숟가락 넣자. 무회전 프리킥을 찰 수 있는 강한 허벅지와 종아리도 각각 10숟가락씩 넣고, 화려한 드리블 기술을 9숟가락, 골 결정력을 15숟가락 넣어야지. 몸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니 근육도 9숟가락 넣자. 스타성도 필요하니 얼굴을 9숟가락, 패션을 위해 구찌를 10숟가락 넣어야지. 우승 많이 하라고 퍼거슨 6숟가락, 무리뉴 3숟가락까지 넣었으니, 이제 방심하지 말라고 라이벌 메시를 7수… 으아아악 다 부어버렸다!

신의 총애를 듬뿍 받은 남자, 하지만 동시에 신의 저주까지 받은 남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가 축구 선수로서 누린 부와 명성만을 보면, 분명 신은 그를 사랑한다. 2008년, 겨우 23살의 나이에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이끌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에서 우승하며 가장 권위 높은 상인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 양대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다. 심지어 얼굴까지 잘생긴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다. 하지만 신의 장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가 정확히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탄 이듬해인 2009년부터 4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그동안 호날두는 2위를 3번 차지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불운한 건, 그가 메시보다 아주 조금 부족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다. 메시보다 부족하되 다른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이야말로 호날두의 불운이다. 그는 세계 최고, 아니 역사상 최고의 2인자다.

메시가 09-10 시즌에 챔스 포함 53경기에 출전해 47골을 넣어 라리가와 챔스에서 득점왕을 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마라도나와 비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날두가 54경기에 출전해 53골을 넣어 전 시즌 메시를 능가하는 활약을 하고, 그 이듬해에는 무려 55경기 60골을 기록해도, 사람들은 그를 전설들과 같은 항렬에 놓고 비교하기보다는 같은 해 60경기 73골을 넣은 메시가 마라도나를 능가할 것이냐에 대해 토론했다. 혹자는 그가 엘클라시코나 챔스 결승 같은 큰 경기에 약한 소위 ‘양민 학살자’이기 때문에 골의 순도가 낮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클럽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주는 건 약팀을 상대로 확실히 골을 뽑아내는 플레이다. 전 세대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37경기 34골을 넣었던 시절 이미 펠레와 비견됐다는 걸 떠올리면, 호날두에 대한 평가는 엄청난 이적료와 주급에도 불구하고 매우 박하다. 울보(Cry Baby)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억울할 때마다 그가 울상을 짓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웅이 거대한 산을 넘어서면 신화가 되고 가파른 절벽에서 떨어지면 비극이 되지만, 오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희극이 된다. 다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더 멀리 달아나는 메시를 망연자실 바라보는 호날두는 비극의 주인공보다는 <톰과 제리>의 톰에 가까웠고, 대중에게 조금씩 희화의 대상이 됐다. 경고 누적으로 챔스 결승에 나가지 못했던 파벨 네드베드의 눈물을 보며 팬들은 함께 울었다. 하지만 승부욕 강한 호날두가 게임이 안 풀려 눈물을 흘리면 팬들은 합성 패러디를 만든다. 뜨악한 패션 센스는 언제나 놀림거리가 됐고, 스웨덴의 타블로이드 신문은 포르투갈과 스웨덴의 경기를 앞두고 호날두와 말괄량이 삐삐를 합성한 사진을 게재해 그를 도발했다. 얼마 전, 국제축구연맹(FIFA)의 블래터 회장이 메시와 호날두를 비교하며 호날두는 군사령관처럼 행동한다고 조롱한 건 분명 저열한 행동이었지만, 얼마나 호날두가 축구계 안팎에서 만만하게 소비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꿋꿋했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여전히 울상을 지으며 항의했고, 구찌 가방을 버리지 않았으며, 경기 전 머리 손질을 잊지 않았고, 미인들과 숱한 염문을 뿌렸다. 대신 심판에게 항의하며 승리를 갈망했고, 명품 가방에 대한 애정만큼 명품 근육 역시 여전했으며, 공들인 머리가 땀에 젖어 헝클어지도록 그라운드에서 전력질주 했고,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이는 책임졌다. 블래터 회장의 조롱이 그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를 보여줬다면, 이에 대해 골과 세리머니로 화답하는 순간은 이 남자가 사는 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때론 조롱당하고 때론 미움받고 때론 스스로 잡음을 일으켜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은 완벽하게 해냈다. 종종 잊히는 사실이지만, 묵묵해야 성실한 건 아니다.

2013 발롱도르 수상은, 그래서 호날두에게 상징적인 일이 될지언정 선수 생활의 분기점이라 할 수는 없다. 그는 06-07 시즌부터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고, 어떤 기복이나 큰 부상 없이 클래스를 유지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역사 속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기록을 남겼다. 때문에 메시가 부상을 당한 사이에 탄 상이라는 비아냥거림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의미 역시 없다. 메시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호날두는 쉬지 않고 골을 넣었다. 1인자건, 2인자건, 발롱도르건, 그 과정의 끝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이름일 뿐이다. 이번 발롱도르는 비로소 1인자 메시를 넘어선 승리의 전리품이라기보다는, 앞만 보고 뛰다가 상상할 수 없이 멀리 와버린 한 남자의 여정을 표시하기 위한 이정표에 가깝다. 그리고 이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여 신이 과연 호날두에게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따지는 건 이제 부질없는 일일지 모른다. 주어진 조건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선택이다. 그는 탄탄한 몸을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부딪혔고, 강한 발로 공을 찼으며, 메시와는 경쟁을 선택했다. 그가 희화화되는 건, 역설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다른 축구 천재들과 달리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신이 거는 장난에 때론 쩔쩔매고 또 종종 징징댔지만, 적어도 신이 준 재능을 낭비하진 않았다. 호날두가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여정이 쉬이 끝나지 않으리라 예감하는 건 그래서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불운한 2인자가 아닌, 재능에 도취되지 않은 한 위대한 선수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좀 더 일찍 알아챌 수도 있겠지만.

교정. 김영진




목록

SPECIAL

image 아이돌 연습생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