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를 ‘멘붕’에 빠뜨린 에우제비오 별세 소식

2014.01.06

새해 벽두부터 또 하나의 별이 졌다. ‘흑표범’ 에우제비우. 발롱도르(1965년)와 월드컵 득점왕(1966년)을 모두 석권한 선수이자 60년대, 아니 축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만한 슈퍼스타가 1월 5일 심장마비로 인생의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 자체는 ‘맨 오브 멘붕’이라 할 수 없지만, 세계의 축구팬들은 모두 그의 별세 소식에 ‘멘붕’에 빠졌다.

물론 길고 긴 축구의 역사에서 전설적인 슈퍼스타들은 많다. 영원한 황제 펠레가 있고, 종주국 영국의 영웅 보비 찰튼이 있으며, 마라도나는 여전히 동시대의 메시와 비교된다. 하지만 에우제비우는 전통적 축구 강국들이 배출해낸 제왕적 스타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선수였다. 포르투갈은 피구와 호날두의 등장으로 근래 무척 강해보이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횟수는 6번에 불과하다. 게다가 처음으로 본선에 나간 것은 우리나라보다도 12년이나 늦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였다. 8강 상대는 이탈리를 꺾으며 센세이션의 주인공이 되었던 북한. 포르투갈은 전반 25분 만에 3골을 내주며 고전하지만 에우제비우의 4골을 앞세워 5: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다. 그리고 대회 득점왕(9골)에 오른 에우제비우와 함께 지금도 자신들의 최고 기록인 3위의 성적으로 첫 월드컵 본선을 마무리한다. 생각해보라. 만약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에서 단번에 4강까지 오르고 황선홍이 대회 득점왕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 어떤 존재로 남을지.

축구 변방이던 조국을 이끌고 축구 종주국에서 별이 된 남자. 세 골을 잃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네 골을 넣었던 불굴의 스트라이커. 전설과의 이별이 그를 유난히 따랐던 호날두에게, 그리고 독일·가나·미국과 죽음의 조에 속한 포르투갈 대표팀에게 ‘멘붕’이 될지, 아니면 각성의 계기가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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