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신’ 앤더슨 실바의 무너진 신화

2013.12.30

충격과 공포였다. 앤더슨 실바가 강하게 휘두른 다리가 크리스 와이드먼의 무릎에 맞고 말 그대로 덜렁거리던 순간, 아마 전 세계 모든 격투팬들은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정강이뼈가 부러진 실바는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상대 와이드먼조차 승리의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실바의 안부를 확인했다. 미들급 타이틀을 건 2013년 UFC의 마지막 메인이벤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유독 챔피언들에게 혹독했던 2013년의 UFC였다. 벤 헨더슨은 숙적 앤서니 페티스에게 1라운드 암바 패배를 당했고, 체급 내 절대 강자로 꼽히던 존 존스와 조르주 생 피에르 모두 간만에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서 가까스로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를 통틀어, 아니 어쩌면 세계 격투기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변은 지난 7월,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의 KO 패배였다. 한 체급 위에서 챔피언까지 지냈던 포레스트 그리핀을 철저히 농락하며 KO시킬 정도의 급이 다른 타격으로 국내 팬들에게 ‘앤신’ 혹은 ‘앤본좌’라 불리던 실바였다. UFC 역대 최다인 10차 방어에 성공하는 동안 만났던 비토 벨포트나 리치 프랭클린 같은 위대한 선수조차 그와 싸울 땐 하찮게 느껴졌다. 비토는 앞차기 한 방에 실신했고, 프랭클린은 니킥에 코가 부러졌다. 미들급 랭킹 1위란 정말 인간계 최강이라는 뜻이었다. 챔피언인 실바는 신계에 있었으니까. 때문에 그가 신예 와이드먼에게 펀치를 맞고 실신하는 장면은 마치 쌍둥이 빌딩이 테러로 무너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격투기도 사람의 일인 만큼 벨트가 바뀔 수도 있고 세대도 교체될 수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사람의 일이다. ‘격투신’ 앤더슨 실바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믿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번 실바 대 와이드먼의 2차전을 기다렸다. 많은 이는 실바가 방심했노라고, 제대로만 붙으면 다시 벨트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실바는 자신을 둘러싼 신앙심이 가장 불타오른 시합에서 스스로 뼈와 살로 이루어진 고통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 모두 씁쓸한 사실 하나를 얻었고, 페어리 테일 하나를 잃었다. 그다지, 남는 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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