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벙’ 임요환의 굴욕

2013.12.23

나름 한 두뇌 한다는 캐릭터들이 모여 지략대결을 펼치는 tvN <더 지니어스 게임-룰 브레이커>에는 슬프게도 바둑을 제외하면 스포츠 선수 출신 멤버가 없다. 시즌1에는 당구선수 차유람이 있었지만 시즌2에 초대받은 체육인은 하나도 없었다. 대신 시즌1의 우승자 홍진호와 같은 e스포츠 플레이어가 한 명 더 추가되었다.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이자 판을 뒤바꾼 ‘룰 브레이커’였던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등장한 것이다.

시즌1에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거머쥔 ‘디펜딩 챔피언’ 홍진호를 견제할 대항마로서 임요환에 거는 기대는 컸다. 임요환 본인도 출연의 변으로 홍진호를 다시 ‘콩라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왔다고 했으니 말이다. 스타크래프트 선수 시절, 전혀 새로운 전략인 벙커링으로 홍진호와의 5전3선승제 경기를 순식간에 이겼던 전설의 ‘3연벙(3연속 벙커링)’의 천재성을 기대해볼만한 포부.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3회가 방송된 지금 임요환은 새로운 ‘3연벙(3연속 어벙벙)’의 모습으로 개그 캐릭터로서의 가능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특히 궁지에 몰린 후 홍진호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은 하인리히 황제의 ‘카노사의 굴욕’(교황에게 파문당한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교황에게 무릎 꿇었던 사건)에 다름 아니었다.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e스포츠의 황제로 군림했던 임요환, 그의 진면목은 과연 언제쯤 나타날까. 홍진호와의 마지막 데스매치를 위해 드롭십 한 대쯤은 꼭꼭 숨겨둔 것이라고 믿고 싶은데 아아… 허당스럽게 웃고 있는 임요환의 얼굴이 자꾸만 유정현과 겹쳐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이민호
MBC 스포츠 PD. 주요 연출작 <야구夜!>, <야구 읽어주는 남자>.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는 노모 히데오의 말은 한계투구수를 잊게 하는 인생의 에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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