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미키, 안티를 딛고 My way

2013.12.09

일본 피겨계에는 아사다 마오만 있는 게 아니다. 안도 미키는 또 한 명의 뛰어난 피겨 스케이터였지만, 일본 언론과 불편한 악연이 이어지면서 대중들과의 관계도 원만치 못했다(어느 정도로 안티가 많은가 하면, 안도가 ‘재일교포’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5위를 기록한 밴쿠버 동계 올림픽 이후 은퇴를 공식화하는 듯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녀는 올해 4월, 느닷없이 딸을 낳았다고 발표했다. 아버지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소치 동계 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어 모두를 경악시켰다. 모든 스케이터들이 4년 동안 올림픽 출전만을 바라보며 스케줄을 짜고 몸 관리를 하는데, 그녀는 아이를 낳고 곧장 올림픽을 향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만 놓고 본다면, 아무리 김연아가 발등 부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더라도, 안도 미키를 김연아의 라이벌로 볼 순 없었다. 김연아가 좋지 않은 빙질 때문에 프리 프로그램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의 컴비네이션 점프에서 넘어졌지만 곧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프로그램을 잘 끝낸 건 불변의 상수였다. 다만 안도 미키와 러시아의 어린 선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중 누가 2위인가가 변수였다. 안도는 화려한 전성기 때와는 많이 달랐다. 쇼트 프로그램 음악이 < My Way >인 것도 스스로를 방어하고 변호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최선의 몸 상태와 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도의 분투는 감동적이었다. 체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고 스피드가 느렸으며 점프도 깨끗하지 않았지만, 눈에 띄게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결과는 김연아가 204.49로 1위, 안도 미키가 176.82로 2위,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가 169.24로 3위였다.

이를 악물고 얼음 위에서 최선을 다한 안도는 시상식 후 김연아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그 사진을 올린 뒤 “우승을 축하해. 너와 함께 경기를 하게 되어 기뻤어. 앞으로도 행운을 빌어”라고 썼다. 모든 선수가 김연아일 순 없다. 그러나 ‘김연아 이외’, 어쨌든 얼음 위에 자신의 인생을 바쳤던 수많은 선수들의 실패를 ‘멘붕’이라기 보다는 ‘분투’였다고 감싸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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